내가 돈과 권력을 가지고 싶은 이유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7. 9. 07:30
왜 우리는 그토록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 집착하는 걸까?
얼마 전부터 읽기 시작한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책을 통해 주식에 지나치게 열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 문득 '왜 우리는 그토록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 집착하는 걸까?'는 의문이 들었다. 고민하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대답이 당연한 것 같은 의문이기도 하지만, 한 번쯤은 좀 더 긴 시간을 두고 고민해볼 가치가 있는 의문이라고 생각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주식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가리켜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듯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서 법을 어기는 일도 과감히 하는 사람들의 태도에도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말을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
많은 청소년이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밤새워 공부해서 시험을 치는 것도, 많은 대학생이 한 줄이라도 더 많은 스펙을 쌓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도, 많은 직장인이 집의 평수를 늘리고 좀 더 좋은 차를 사기 위해 악착같이 사는 것도, 많은 기업인과 정치인이 양심의 가책을 버린 채 비리를 저지르는 것도… 모두 돈과 권력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갈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성공해서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 혹은 더 많이 벌어서 더 많이 나누는 봉사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등의 이유를 붙이며 '나는 돈과 권력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인생을 원하는 것뿐이다.'라고 변명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사람도 어느 정도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을 거다. 그런 사람이 진짜 '군자'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일 테니까.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그런 사람은 전 세계 인구의 0.2% 정도밖에 되지 않을 거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막대한 돈과 권력이 있으면 원하는 대로 여자를 안을 수 있을뿐더러… 못할 수 있는 게 없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갑자기 누군가가 우리 앞에 나타나 "조건 없이 네가 원하는 만큼 돈과 권력을 주겠다. 받을 텐가?"는 제안을 해온다면, 그 제안을 거절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돈과 권력이 없는 사람의 희망 로또 복권, ⓒ노지
적어도 난 한 명도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 세계의 인구 중 0.2%라고 말할 수 있는 군자의 경지에 다다른 사람이 아닌 이상 누가 이 매력적인 제안을 거절할 수 있겠는가. 나라도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며 "고맙습니다. 그 막대한 돈과 권력, 제가 아주 유용하게 잘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넙죽 큰절이라도 할 것이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우리가 이토록 돈과 권력을 원하는 이유는 언제나 돈과 권력이 성공했다는 증거물이자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람답게 대우를 받으며 살 수 있는, 무엇보다 가장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은 어떤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절대 쉽게 처벌받지 않고, 어느 곳을 가더라도 늘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돈과 권력이 없는 사람은 사소한 잘못에서도 최고 형량을 받으며, 어디를 가더라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들게 연명해야 한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은 줄을 서지 않은 채 자신 앞에 줄을 서게 하지만, 돈과 권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늘 줄을 서면서 언제 잘려나갈지 모를 목을 걱정해야 한다.
더 말하기에는 끝이 없을 정도로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의 인생을 너무 뚜렷하게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돈과 권력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얻기 위해 그렇게 집착하는 거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엿 같은 인생이 돈과 권력을 가지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해 남보다 더 가지기 위해 발버둥 치는 거다.
비록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손가락질도 받고, 심한 욕을 먹더라도… 결국 돈과 권력을 가지게 되면 모두 자신 앞에 무릎을 꿇게 될 것을 알고 있기에 더 강하게 나갈 수 있다. 지금 2014년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라. 도저히 이 진실을 부정할 수 없다.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일본, 중국, 미국… 그 외 유럽을 포함한 많은 국가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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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이 너무 지나치게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울어져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너무 비관적으로 세상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던 대로 지금 당장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만을 보더라도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기세등등하게 허리를 쭉 펴고 잘살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늘 대안 언론과 깨어있는 많은 시민이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며 '함께 힘을 모아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외치더라도 그들에게는 한 마리의 모기가 '윙~' 하면서 날아다니는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을 거다. 부정하고 싶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게 절대적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불편한 진실이다.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이자 미래다.
그래서 나는 돈과 권력을 가지고 싶다. 이 빌어먹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도 결국은 돈과 권력뿐이기 때문이다. 이사카 코타로의 《마왕》이라는 소설의 두 번째 주인공 준야는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특정 확률을 모두 맞출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해 돈을 모은다. 그 돈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고,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는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돈, 모으고 있지?" 나는 무의식중에 묻고 있었다.
"뭐?"
준야는 목적이 있어서 돈을 모으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확신했다. 그렇기에 나에게는 비밀로 하고 주말마다 외출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돈을 더 많이 불릴 생각이겠지. 그 통장에 든 돈은 분명히 큰돈이기는 하지만 홍수를 이겨낼 한 그루 나무가 되기에는 턱없이 모자랄 것이다. "경마로 돈을 만들고 있지?"
준야가 얼굴을 들어 올리고 나를 유심히 뜯어보고 있다. '알고 있었어?' 하며 놀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은근히 '나도 제법이지' 하며 우쭐해진다.
"싸울 생각이라면, 나도 함께할 거니까."
"싸우다니 무슨 소리야?"
"다시 말해서." 나는 그 부분에서 단어를 고른다. "클라라의 치마를 바로잡을 때는 나도 함께하자는 말이야."
준야는 한 번 눈을 내리깔앗다가 각오를 했는지 홀가분한 표정으로 입가에 어렴풋이 미소를 띠우고 나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천천히 하면 돼" 하고 말했다. "천천히 조금씩, 경마를 해서 돈을 불려나가는 거야. 기다리는 건 힘들지 않아. 일곱 시간이나 기다려도 한 마리의 매도 나타나지 않은 적도 있으니까."
…(중략)
내 앞에서 상자를 두드리는 준야는 순수하고 환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조금도 변하지 않은 부드러운 웃음을 보여줬다. "모두 다 괜찮아. 내가 잘 할게" 하고 말했다. "내기해도 좋아."
그 순간 나는 내가 있는 곳이 아파트의 한 방임에도 불구하고, 머리 위의 천장이며 지붕이 훅 날아갔다는 느낌을 받았다. 위를 올려다보자 그곳에는 결코 닿을 수 없는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선회하는 참매가 어렴풋하게 보였다. 긴장을 늦추면 아까 보았던 황폐한 땅의 광경이 나타날 것만 같은 두려운 마음이 들어서 나는 안간힘을 다해 그 맑게 트인 하늘을 계속 흥시한다. 힘을 빼고 팔을 파득러리면 저 아득히 먼 창공을 향해서 날아오를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미래는 화창하게 개어 있을까, 황폐해있을까.
바로 그때 레드킹 지우개가 풀썩 옆으로 넘어졌다. 준야는 분한 듯 연신 쓴웃음을 지으며 "하지만 나는 이길거야"하고 누구한테 하는 변명인지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오빠, 건강하세요?' 나는 소리 없이 묻고 있다. 아파트 바깥에서, 있을 리 없는 새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왕, p317-319)
우리가 보는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자주 선이 이기고, 돈과 권력보다 사람의 따뜻한 우정과 사랑이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그런 건 '꿈과 같은 이야기'에 불과하다. 세상은 돈과 권력이라는 커다란 두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간다. 우리는 그 커다란 두 개의 톱니바퀴를 손에 넣기 위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그 두 개의 톱니바퀴를 손에 넣기 위해 이 악물고 힘든 오늘 이 하루를 살고 있을 거다. 겉은 그런 것처럼 보이지 않더라도 그런 목표를 가지고 세상을 사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거다. '언젠가 내가 이 두 개의 톱니바퀴를 역회전시켜 세상을 바꾸겠다'는 보이지 않는 결심을 품은…. 어쩌면 나도 그런 사람일지도 모르고,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
돈과 권력 없이 살기에 우리 세상은 너무 잔혹하다. 돈과 권력이 있으면 얼마나 세상을 다르게 살 수 있는지를 안다는 건 참 슬픈 일인 것 같다. 차라리 아무 생각 없이 술을 마시며 세상을 욕하는 인생이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게 우리가 세상을 살며 성장하는 과정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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