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려가 기분 좋은 알림판에 붙은 안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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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위한 작은 배려가 돋보인 아파트 알림판에 붙은 안내장


 "드르륵, 드르륵. 쾅쾅쾅쾅! 위~~~~~잉, 위~~~~잉"

 '덜컥'하고 문을 열고 나와 소리의 원인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 도대체 무슨 소리야? 밖에 공사라도 하나? 왜 이렇게 시끄러워!"

 짜증 섞인 말을 하다 같은 아파트의 한 가구가 내부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혼자 중얼거리며 "이런, 또 리모델링 중이었군. 좀 사전에 공지라도 하지!"


 여러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아파트 같은 곳에서 살다 보면 내 의도와 상관없이 소음공해를 비롯한 각종 피해를 겪어야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위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아파트의 한 가구가 리모델링 공사를 하게 되면, 오전 오후 할 것 없이 밤 이외에 종일 시끄러운 공사 소리에 눈살 찌푸리는 일이 상당히 익숙하다.


 이런 층간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이웃 사이에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는 경우는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늘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점차 존재감이 옅어질 때쯤에 다시 한 번 더 언론의 보도를 타는 게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끼리 몸싸움을 하거나 칼부림을 해서 심각한 범죄가 일어났다는 소식이니까.


 특히 여러 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 같은 곳에서는 층간 소음만이 아니라 층간 간접흡연 등의 문제도 심심하면 도마 위에 오르는 문제다. 집에서 쉬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담배 연기가 어디에선가 나타나 담배 냄새를 심하게 풍길 때는 한순간에 얼굴이 험상궂게 변해버린다. 나도 이런 때에는 혼자 욕을 중얼거리며 짜증을 받는데, 아마 많은 사람이 비슷한 경험을 해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누군가는 '내 집에서 내 마음대로 하지도 못하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물론, 개인의 소유로 되어 있는 집에서 무엇을 하든 자유다. 하지만 아파트라는 공동체에서 이웃 간 최소한의 배려는 해야 하는 것이 도리라고 난 생각한다. 오죽하면 이런 일로 서로 드문드문 인사를 하던 이웃끼리 서로의 멱살을 잡은 채 고소하니 마니 하면서 싸움을 벌이겠는가.



아파트 공사 안내, ⓒ노지


 위에서 볼 수 있는 두 장의 사진은 얼마 전에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서 기다리다가 볼 수 있었던 안내장이다. 1층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곳에 이 안내장이 한 장 붙어있었고,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알림판'에도 안내장이 한 장 붙어있었다.


 이런 안내장 몇 장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아파트 주민에게 양해를 구하는 배려심을 엿볼 수 있기에 오전 오후 중에 발생하는 공사 소음을 어느 정도 참을 수 있게 된다. 뭐,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사전 공지를 하면서 아파트 주민이 '아, 오늘 908호에서 내부공사를 한다고 했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이 다소 누그러질 수 있는 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이 안내장 몇 장만으로도 그런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이 안내장을 붙이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안내장을 붙이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에 해당한다. 지금 내가 사는 아파트는 주변의 개발로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라 오래된 아파트를 리모델링 하는 세대주가 많다. 지금까지도 몇 번이나 아파트 전체를 소음에 빠뜨린 공사가 있었지만, 이처럼 안내장이 붙은 건 처음이었다.



 사전에 알지도 못한 채 갑작스러운 공사소리에 놀라 밖으로 나와 근처에 있는 가구가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과 사전에 공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가 공사소리를 듣는 건 정말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크다.


 몰랐을 때에는 '아, 시끄러워. 미리 말이라도 하고 하지.'라며 짜증을 내며 투덜이거나 심하면 그 집을 찾아가 욕설을 내뱉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알고 있었을 때에는 '리모델링을 한다더니 오늘이구나. 우리 집도 리모델링을 해야 하는데, 다음에 만나면 얼마나 들었는지 기회가 되면 물어봐야겠다.'라며 가볍게 넘어갈 확률이 상당히 높아진다.


 단순히 안내장 몇 장으로 사전 공지를 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는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아, 저 사람이 이웃을 생각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고, 작은 배려를 엿볼 수 있기에 모두 기분이 상하지 않을 수 있는 거다. 이런 작은 배려가 우리 생활에 조금 더 실천된다면, 층간 소음이나 층간 간접흡연 문제도 조금 더 원활하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작은 배려가 돋보인 알림판에 붙은 안내장은 조금이나마 기분을 좋게 한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들리는 공사소리가 마냥 거슬리기만 하는 소음공해로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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