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는 한국, 그러나…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6. 26. 07:30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는 한국, 그러나 고쳐지지 않는 부실공사 외양간
지난 주말에 일어난 GOP 관심 병사의 총기 난사 사건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그 난사 사건을 일으킨 임 모 병장은 5명의 병사를 세상과 작별하게 했고, 실탄을 장착한 소총과 수류탄을 들고 현장에서 도망치다 군부대와 대치하며 총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아마 이 사건은 2014년 전반기 큰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마치 호랑이가 포효하듯 자신의 분노를 세상에 내뱉은 임 모 병장은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자신이 저지른 일을 되돌아보며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뭐, 결국은 중상으로 끝나면서 목숨을 이어가게 되었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원인과 좀 더 상세한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큰 화제가 될 것 같다. (현재 보도된 바로는 군대 내에서 집단 따돌림과 인격 모멸이 있었던 듯하다.)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은 군대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부적절한 시스템과 쓰레기 같은 관습이 얼마나 사람을 망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사건이다. 또한, 사람이 더는 발을 디딜 틈도 없이 궁지에 몰리게 되면 얼마나 심각하게 변해버릴 수도 있는지 보여준 사건이었다. 현재 내 동생도 관심 사병으로 있는데, 동생이 군대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오늘따라 무척 걱정된다.
ⓒ연합뉴스
나는 며칠 전에 블로그에 이번 사건을 가리켜 '인과응보의 결과이자 쌓인 악한 일을 많이 해 그 재앙이 미친 결과라는 의미에서 적악여앙의 모습'이라는 말을 섞어 그동안 우리가 내버려둔 문제가 기어코 터진 사건이라고 말하며 《군대 총기 난사 사건이 되풀이되는 이유》라는 글을 통해 내 생각을 자세히 이야기했었다.
지금도 나는 그 생각에 조금의 변화도 없다. 오히려 나는 사람을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롭히고, 오히려 그냥 죽으라고 말하는 그런 시스템을 향해 총을 겨눈 임 모 병자의 분노가 얼마나 심했으면 이런 일을 벌였는지 안타까움만이 든다. 희생된 유가족도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결국 이건 고쳐지지 않은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병폐적 제도가 만든 일이기 때문이다.
임 모 병장의 하늘을 찌를 듯한 분노는 하늘을 찔러 세상에 대한 불신을 일으켰을 것이고, 그런 상황 속에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주변에서 피 말리는 고통을 받았을 거다. 평범히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도 피해자가 가해자의 힘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조작으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는 상황이니 이보다 더 썩은 군대에서 오죽하겠는가.
그렇게 사람을 죽음이라는 궁지에 몰고, 더는 살고 싶지 않다, 혹은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실천까지 하게 만들 정도의 원인은 당연히 세상에서 사라져야 마땅하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왜 그런 쓰레기 이외에 어떤 수식어도 필요하지 않은 시스템이 우리 세상에 존재해야 한다는 말인가?
ⓒ오마이뉴스
임 모 병장이 생포된 이후 그가 GOP 부대에서 겪었을 여러 사건에 대한 추측이 쉴 새 없이 나오고 있다. 아마 이런 추측이 나오더라도 실질적으로 언론에 알려지는 '사실'은 '진짜 사실'에 비해 왜곡된 사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임 모 병장이 남겼던 유서에는 "선임과 후임에게 인정을 못 받고 따돌림을 당해 부대 생활이 힘들었다. (희생자) 유족들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글쎄, 이전 《군대 총기 난사 사건이 되풀이되는 이유》라는 글에서도 말했듯이 진실은 오직 진짜 피해자와 진짜 가해자만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진실은 우리 세상에 드러나는 일 없이 모종의 가공을 거쳐서 힘 있는 자들에 의해 다시 쓰여 거짓으로 포장되어 세상에 공개될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 어떤 기대도 할 수 없을 거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가해자가 자신의 마음대로 사건을 조작해서 피해자가 진짜 문제라고 말하는 데에 아주 숙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군대만이 아니라 우리가 평범히 사는 일상이라는 이름의 사회에서도 버젓이 벌어지는 일이다. (정치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번 사건 이후로 관심 병사에 대한 조사와 함께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우리는 그 대책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매번 말만 그렇게 할 뿐, 제대로 시행되어 바뀌는 경우는 소수점 일곱 자리 확률에 해당하니까. 그동안 나온 학교 폭력 대책도 그렇고, 지난 번 총기 사고가 터졌을 때도 그랬고, 만연한 사회 문제에 대한 대책도 그렇다. 늘 말만 할 뿐, 행동으로 하나도 실천되지 않는 게 한국이라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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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에서 말하는 충성은 힘 있는 기득권이 무엇을 하든 반발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무조건 잘 따르는 것을 말한다. 그게 이 나라가 말하는 충성이자 애국심이다. 짖으라고 하면 그냥 '멍멍'하고 짖는 시민을 원하는 거다. 힘 있는 자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저 나 개인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 악으로 깡으로 사는 것 이외 선택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다시 말하지만, 임 모 병장이 군에서 일으킨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분노와 일탈이 아니다. 그동안 쌓이고 있던 악에 희생된 많은 사람의 분노다. 이후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차라리 길거리 점쟁이의 말을 믿고 로또 복권을 사는 게 훨씬 낫다. 이 나라 대한민국에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고 하지만, 늘 부실공사로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지 않으니까.
지금도 침묵하면서 나 몰라라 하는 사람이 이 나라의 리더 자리에 앉아있고, 그런 리더를 지지하는 이 나라에 대체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 세 치 혀로 내뱉는 거짓말에 이제는 신물이 난다. (세월호 사건부터 제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다. 그저 제 밥그릇만 챙기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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