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피해자가 본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7. 2. 07:30
전(前) 학교 폭력 피해자가 본 GOP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
집단 따돌림이라는 건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이건 일방적으로 다수가 한 사람을 악의적으로 괴롭히는 것을 가리킨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집단 따돌림을 겪는 사람이 느끼는 그 집단 따돌림이라는 건 좀 더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피해자에게 내뱉는 폭언이나 직접적인 신체적 폭력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괴롭히는 것을 포함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집단 따돌림을 주도하며 한 명을 악의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한 한 집단은 애초부터 가해자다. 하지만 그 가해자만큼 심한 가해자가 있는데, 그건 바로 주변에서 피식 웃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관자다. 단순히 이들은 지켜보기만 하는 방관자가 아니라 '반대하면 나도 당할지도 모른다'는 잠재적 위험요소를 없애기 위해 부분적으로 보이지 않는 폭행에 가담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보이지 않는 폭행은 당연히 관계자가 알 리가 없다. 더욱이 따돌림을 주도하며 악의적으로 괴롭히는 사람이 다수이기 때문에 언제나 사실을 왜곡하기 쉽다. 피해자가 혼자 울고 있어도 '저건 원래 정신상태가 이상해서 그렇다.'고 결론짓고,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사람도 '저 녀석이 적응하지 못해서 스스로 일으킨 문제'라며 방치해버린다.
그래서 언제나 이런 집단 따돌림이라는 문제는 항상 그 결말이 최악의 배드엔딩으로 향하였을 때 '아,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뒤늦게 깨닫는다. 그 한순간에는 '적응 못 하는 피해자가 잘못이다.', '당하고만 있는 게 잘못이지. 가해자가 무슨 잘못이냐?'고 가볍게 넘기다 결국 사건이 터지고 책임을 져야 하는 순간에 잘못을 알게 되는 거다.
그런데 더 웃긴 건 그 순간이 되더라도 책임을 지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이 책임질 자리에 있는 사람은 끝까지 책임을 회피한다. 오히려 가해자와 합심해 '피해자 저 녀석이 평소 행실을 잘하지 못했고, 우리와 다른 이상한 인간이었다. 우린 피해자다.'는 결론을 내리며 이를 외부에 공표하는 거다. 결국, 피해자는 '정신병자가 혼자 괴로움을 느끼다 사고를 쳤다'는 이름표를 달게 된다.
이게 바로 집단 따돌림이라는 것이고,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폭력의 실체다. 이 폭력은 '학교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고, 사회에서도 '사회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남자가 가는 군대에서는 '군 생활의 일부'라는 이름으로 조금의 죄책감이나 주저함도 없이 계속되고 있다.
ⓒsbs
지금 사람들은 임 병장이 저지른 사건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하지만 '괴롭힌 사람이 잘못한 거다. 제대까지 3개월이 남은 시점에서 오죽했으면 그랬을까?'는 여론도 적지 않다. 나도 후자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인데, 이는 내가 어릴 적에 지독한 괴롭힘을 당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임 병장이 작성한 메모에서는 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을 수도 있다. 누구라도 자신과 같은 상황이라면 힘들었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 이외에도 임 병장이 여러 가지 괴롭힘을 당한 조짐이 포착되어 조사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마 임 병장이 겪은 고충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거다. 그리고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도 없을 거다.
원래 괴롭힘이라는 것이 그렇다. 가해자는 전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자신이 하는 행동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망칠 수 있는 것인지를 잘 모른다. 그저 가해자는 괴롭힐 때에는 웃으면서 괴롭히고, 방관자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는 거다. 가해자는 '이 녀석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방관자는 '언젠가 사고를 칠지도 몰라.'며 걱정한다.
그리고 비로소 총기 난사 사고 혹은 자살 사고가 터졌을 때야 비로소 그들은 입을 쩍 벌리며 놀란다. 그럼에도 그들은 죄인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 '재수 없게 일이 꼬여버렸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리고 피해자가 죽고 나면, 그들은 모든 일을 왜곡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은 그렇게 심하게 괴롭히지 않았으며, 그런 일은 없었다면서 말이다.
그게 지금 바로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고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의 실체다. 여전히 많은 미스테리가 남아있고, 최후의 판결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 벌어진 일은 절대 똑바로 세상에 밝혀지지 않을 거다. 우리가 다녔던 학교에서도 이런 문제를 숨기는 데에 달인이었고, 우리 사회도 그렇다. 하물며 더 폐쇄적인 군대에서 오죽하겠는가?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총기 난사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 중 가해자가 있다면, 그는 행운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는 죄인으로 평생을 살지 않아도 밖에서 열심히 사건을 포장해 명예로운 죽음으로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기 난사 사고를 일으킨 피해자는 평생 괴로워하며 자신을 탓하며 살아야 할 거다. 아니면, 사람이 이 사건을 잊었을 때쯤에 목숨을 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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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소리를 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물론 일반화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거나 믿어주지 않는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봤던 한 사람으로서 추측할 수 있는 어떤 견해를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이 의견에 표창원 교수님처럼 전문적으로 범죄학을 공부해 사람의 심리를 추측하는 전문성은 없다. 오직 내 경험과 내가 읽은 인간의 심리를 다룬 많은 책을 기반으로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이 주장을 과감히 할 수 있는 건, 이 사건을 오직 임 병장만을 질책하는 이 사회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도 엄연히 피해자인데, 왜 그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가.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임 병장 같은 사람을 그런 폐쇄공간에 가둔 사회 시스템의 머리에 해당하는 책임자이고, 그 폐쇄공간에서 뻔히 일어나는 일을 모른 체하고 있던 모든 관계자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이전에 읽었던 《십자가》라는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은 '집단 따돌림'을 소재로 해서 우리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어떤 말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책에서 읽을 수 있던 부분 중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는 부분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아마 이 부분은 지금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숨죽이고 있는 이번 사건의 실질적 가해자가 해당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 드디어 문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때였다. 취재진들 사이에서 중년 남자가 큰 소리로 말했다.
"한마디로 말해, 사람을 죽인 녀석과 죽게 내버려둔 녀석들의 반이군."
남자는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일부러 큰소리로 말해서 우리의 반응을 살펴본 것이다. 남자는 태연하게 우리를 노려보더니, 주위가 떠나가라 고함을 질렀다.
"흥! 이 녀석들, 무릎을 꿇어!"
도미오카 선생님이 안색을 바꾸며 남자에게 바짝 다가섰다. 인솔 교사들이 두 팔로 우리를 감싸면서 제각기 말했다.
"신경 쓰지 마!"
"상대하지 마!"
"똑바로 앞을 쳐다봐!"
"멈추지 말고 걸어!"
우리는 즉시 걸음을 내딛었을까? 잠시 그 자리에 멈추어 있었을까? 아니면 당황해서 허둥거렸을까? 얼어붙은 것처럼 입을 다물었을까? 남자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내 귀에 뚜렷이 남아 있고 도미오카 선생님과 그 남자가 말다툼하던 광경도 기억하고 있는데, 그때 내가 어떻게 행동했는지는 기억에서 휑하니 빠져 있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 남자는 나에게 말했다.
"가르쳐줄까? 너희들 전부 울 것 같았지. 겁먹은 얼굴이었어."
"하지만 내가 그때 그 말을 했기 때문에 너희는 겨우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는 얼굴이 되었지."
우리가 정말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는 알 수 없다. "내가 너희에게 자격을 안겨준 거야. 고마워해"라고 말하며 웃을 때도, 그의 눈초리는 항상 찌르는 것처럼 날카로웠다.
그는 우리를 끔찍하게 싫어했다. 언젠가 이런 말도 했었다.
"너희는 평생 눈을 빤히 뜨고 사람을 죽게 내버려둔 죄를 등에 지고 살아가는 수밖에 없어." (p56)
"한마디로 말해, 사람을 죽인 녀석과 죽게 내버려둔 녀석들의 반이군."이라는 말을 지금 임 병장 사건에 맞추어 바꿔보면 "한마디로 말해,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게 한 녀석들과 죽게 내버려둔 녀석들의 부대군."이라는 말이 딱 맞지 않을까. 현실에서 이런 말을 외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읽으려는 사람보다 그저 외부만 보는 사람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전(前) 학교 폭력 피해자인 내가 보기에 이 사건은 한 명의 일탈이 만들어낸 것이 아닌, 그 부대 전부가 만들어낸 것이다. 조문을 간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그런 생색내기 절차에 불과할 거다. 정말 죄책감을 느끼고 죄인의 얼굴을 한 채 자신의 잘못을 마주 보고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있다면 좋겠지만, 없을 수도 있다.
사람의 도덕심은 다수가 함께 잘못을 저지를 때 극도로 옅어진다. 그리고 그 일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나더라도 평생 그 일을 외면한 채 살아가려고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말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게 한 녀석들과 죽게 내버려둔 녀석들이군."이라는 말을 말이다. 그래야 비로소 죄인의 얼굴을 하고, 죄책감을 등에 짊어질 수 있을 테니까.
내가 혼자 아등바등 악착같이 버텼던 그 힘들었던 시절에 그런 말을 하며 가해자가 죄책감을 가지도록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이번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은… "한마디로 말해,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게 한 녀석들과 죽게 내버려둔 녀석들이군. 그리고 관계자는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있으니…. 이 녀석들, 무릎을 꿇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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