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괴롭힘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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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병장 총기난사 사고 이후 또 한 번 주목받는 보이지 않는 괴롭힘의 그림자


 많은 사람의 눈동자를 흔들리게 한 GOP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고 이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임 병장이 그런 일을 한 원인을 접한 사람들은 '그런 죽일 놈은 죽어야 한다'며 공분을 하거나 '그래도 너무 심했다'는 말을 하며 다소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엇갈리는 사람들의 의견처럼 이 문제가 가져온 하나의 논란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임 병장의 사고 이후 다시 한 번 더 군대 내에서 '군 생활의 일부'라며 일어나는 보이는 폭력과 보이지 않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한 번 더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단순히 군대 내에서 일어나는 두 종류의 폭력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두 종류의 폭력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일깨우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거나 지속적인 학교 폭력을 당해 유서를 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소년의 소식이 상당히 많았다. 그런 소식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지금의 교육 방식을 고쳐야 한다는 많은 의견이 쏟아졌고, 너무 약하기만 한 사후 처벌 방침에 대해서도 더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 사건에 대한 소식은 조용해졌다. 예나 지금이나 바뀐 건 거의 없음에도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애들이 학교에 다니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다시 지배하기 시작한 거다. 아마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여전히 그 현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괴롭힘이 지속해서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분명히.


 그래서 나는 군대와 학교는 닮았다고 말하고 싶다. 군대와 학교는 모두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한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쉽게 밖으로 유출되지 않으며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피해자가 모든 죄를 뒤집어쓸 때가 많다.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언제나 '비정상적인 사람이라 미친 행동을 한 것'이라는 낙인이 찍히니까.


 그런 문제의 원인이 되는 보이는 폭력 혹은 보이지 않는 폭력을 통해 괴롭히는 건 인생을 함부로 사는 사람만이 아니다. 오히려 겉으로 보기에 흠 잡을 곳이 없고, 대단히 모범적으로 보이는 사람일 때가 더 많다. 학교 폭력도 일진만 하는 게 아니라 모범생의 탈을 쓴 학생이 가해 학생이 많은 것처럼, 군대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SBS 학교의 눈물


 군대 내에서 보이는 폭력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폭력이기에 '보이지 않는 괴롭힘이다'는 정의를 따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좀 더 눈여겨보고, 좀 더 깊게 생각해보아야 할 건 군대에서는 왜 그런 일을 조금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벌이는 가에 대한 이유이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가장 큰 이유를 학교와 가정에서 찾고 싶다. 학교와 가정에서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죄책감'이라는 무게를 직접 질 수 있도록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성적만 좋으면 된다고, 옆에 있는 아이보다 네가 훨씬 더 잘나면 된다고 가르쳤지… 사람으로 마땅히 지녀야 할 최소한의 도리와 인간성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직 성적만 좋으면 된다고 배운 아이들은 자신보다 조금 못하는 아이를 심하게 멸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된 행동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왜 잘못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태연히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고, 피해자가 목숨을 스스로 버리는 선택을 하더라도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 걔가 정신병자인 거다.'는 자기변명을 늘어놓는 거다. (웃긴 건 그래서 처벌을 받지 않거나 수위가 약해진다는 거다.)


 특히 요즘에는 눈에 보이는 신체적 폭력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폭력이 더 많아서 아이들은 죄책감을 더 느끼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폭력'은 언어폭력에서 시작해 지금은 스마트 시대에 맞춰 SNS를 이용한 집단 사회 폭력으로 더 커지고 있다. 소시오패스라는 단어를 자주 들을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시오패스. 학교와 가정에서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착하게 꾸미고, 속은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마음을 가지게 가르쳤기 때문이다. 잘못은 바로 잡히지 못한 채, 그런 사고를 가지고 청소년은 어른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그런 사소 방식은 고쳐지지 않은 채 언젠가 결혼해 낳을 아이에게도 그대로 대물림되며 잘못은 대를 이어가는 거다.



 보이지 않는 괴롭힘은 그렇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자행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학교에서도, 절대 일어날 리가 없다고 믿는 단순한 공간에서도 그 그림자는 언제나 존재하고 있다. 단지, 우리 발밑에 있는 그림자이기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거기에는 그 누구도 '그건 잘못된 행동이다', '너는 지금 죄책감을 느끼고 그 행동에 사과해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가르쳐주지 않은 것에 원인이 있다. 그저 개인의 욕심을 위한 꼭두각시로 생각과 가치관을 형성했기에 최소한의 인간성과 도덕을 마음에 지니기는커녕 머릿속에 집어넣지도 못한 것이다.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고 이후 다시 한 번 더 사람들은 집단 따돌림 같은 보이지 않는 괴롭힘, 즉, 다시 말해서 보이는 폭력과 보이지 않는 폭력에 관심을 두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론의 형태로 보아서는 언제나처럼 괴롭힘을 버티지 못한 임 병장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소수의 책임으로 쥐도 새도 모르게 넘어갈 확률이 높다.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의 문제는 한 명의 일탈과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폭력에 늘 침묵하며 '그게 사회생활이다', '그게 군 생활이다', '그게 사람 사는 거다', '그래서 뭐 어쨌다고? 그것도 못해서 사회를 어떻게 살려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전체의 문제다. 문제의 본질은 바로 거기에 있다.


 우리가 오늘처럼 평범히 주변 사람과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고, 어제 야구에서 '엔시가 롯데에게 져서 짜증 난다'는 등의 잡담을 하고 있을 때에도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폭력의 늪에서 하루하루를 부들부들 떨면서 살고 있을 거다. 우리는 그 사실을 절대 외면해서는 안 되고, 지금 터진 사고는 그 사고가 보이게 된 예라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우리가 웃으며 지낼 수 있다고 하지만, 언제 그런 끔찍한 경우의 수에 우리가 해당하게 될지 모른다. 사회라는 건 그렇게 무서운 곳이고, 사람이라는 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그렇게 무서운 존재이니까. 보이지 않는 괴롭힘은 지금도 은밀하게 그 칠흑의 그림자로 우리 사회를 확실하게 뒤덮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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