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총기난사 사건이 되풀이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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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P 총기난사 사건은 그동안 인과응보이자 적악여앙의 결과


 한산한 주말이었던 어제 우리의 두 눈을 의심케 하는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 아니, 이미 그런 사건은 종종 벌어지던 일이라 '또?'라는 반응이 제일 먼저 나왔었지만, 이번에는 좀 더 크게 그 사건이 일어나 사람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을 것으로 생각한다. 바로, 또 한 번 군대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사망자가 발생하고 부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동부전선 GOP 초소에서 총기 난사 후 병사가 탈영하면서 군 당국이 부대 전 지역에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게다가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뉴스를 통해 총기 난사 탈영병과 교전 중이라는 사실도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이 이 뉴스에서 관심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이전까지도 많은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지만, 이처럼 크게 일이 벌어진 건 2005년 이후 내가 봤던 사건 중에서는 처음이다.


 뭐, 과거 군부독재 시절 때에는 이런 일이 너무 흔해서 나이 드신 분은 그저 그렇게 볼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아무도 모르게 납치당해 고문을 당하다 죽어도 책상을 '탁' 하고 치니 죽었다고 말하고, 학살을 당하더라도 그 불편한 진실을 똑바로 보지 못한 채 군부 독재의 덕을 톡톡히 본 사람을 좋다고 하면서 대통령으로 만들어 줄 정도이니까.


ⓒYTN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서 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왜 이런 총기 난사 사고가 군대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지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보자. 우리는 여기에 문제의 초점을 맞춰야 하지, 총기 난사를 한 병장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초점을 맞추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회에서 이런 사람이 나오는 건 결국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그 사회 자체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으니까.


 언론에서 알려진 정보가 정확하다면, 이번 총기 난사를 한 병장은 A급 관심 사병이었다고 한다. 아마 이런 정보가 빠르게 퍼지는 건 '정신이상자가 총기사고를 일으켜 무고한 목숨을 빼앗아 갔다.'고 간단히 사건을 정리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있지 않을까 싶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한 사람에게 모든 죄를 씌우는 일이 비일비재했었다.


 더욱이 애초에 A급 관심 사병이었다면 적절히 심리치료를 할 수 있는 배려를 해줬어야 했는데, 왜 굳이 전방 동부전선 GOP로 보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 부분에서는 우리나라의 썩은 생각 방식 중 하나인 '군대에 가야 정신 차린다'는 말처럼 '전방에서 힘들어야 정신 차린다'는 그런 말이 행동으로 옮겨진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런 불상사가 생긴 거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은 그동안 우리나라 군대가 가져온 문제의 인과응보(因果應報: 선을 행하면 선의 결과가, 악을 행하면 악의 결과가 반드시 뒤따름)라고 생각한다. 아니, 각시탈이 썼던 '적악여앙(積惡餘殃: 악한 일을 많이 하면 그 재앙이 자손에게까지 미친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일이라고 말하는 게 더 옳은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매번 말로는 대우가 개선되었다고 말하지만, 폐쇄공간에서 한정적으로 생활하는 곳에서 사람이 미치는 일은 너무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저 '그래도 의무이니까 어쩔 수 없다.', '넌 해외 시민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다.', '넌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다.' 등의 이유로 반강제 연행을 당해 군대게 가는 일은 이런 일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YTN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우리가 사는 평범한 사회에서도 인간관계가 틀어지거나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받거나 사기를 당하거나 해코지를 당하게 되면, 쉽게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린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던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많은 국민이 국가의 모든 것을 의심하게 한 그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였고, 월드컵과 문창극 사태를 이용해 교묘히 책임을 피하는 그 모습에서는 욕이 저절로 나온다.


 군대에서는 그런 일이 있었다면, 얼마나 더 심각하게 사람이 궁지에 몰리겠는가. 일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은 다 하는데, 왜 너만 못하냐?'고 말하며 이번 총기사고를 일으킨 병사에 비아냥거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옳지 않다고 난 생각한다. 다른 사람은 다해도 내가 못할 수도 있는 거다. 왜 한 사람을 다른 사람과 똑같이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건 철저히 잘못된 편견이고, 언제나 남과 똑같은 일만 하도록 하고, 남과 똑같이 살도록 강요한 우리나라의 잘못된 습관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문화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채 늘 뒷걸음질만 치고 있는 거다. 경제력이 성장하면 뭐하는가? 그 경제력을 가지고 누리는 건 예나 지금이나 일부 기득권이고, 바보 같은 사람들은 자신이 뺏긴 것을 되찾기는커녕 간과 쓸개마저 내주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군대에서 A급 관심 사병으로 내외적으로 많은 고통 속에서 스트레스가 쌓였다면, 당연히 그 사람의 분노와 불신 등 다양한 감정은 최고조에 달했을 것이다. 그리고 쉽게 자살을 하거나 잡히지 않고자 했던 건 그 흥분 상태를 넘어 차가운 냉정함을 가지게 한 감정과 과거가 작용했다고 난 생각한다. 그러니까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몇 번이나 머릿속으로 되뇌며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이 아닐까?


 나도 한때 괴롭힘을 당하며 학교와 집에서도 너무 괴로울 때는 언제나 머릿속에서 '다 죽여버리고 싶다'는 말을 수천, 아니, 수만 번 반복했었다. 괜히 식칼을 들고 박스를 찌르거나 자르며 화를 풀고자 하기도 했었고, 인터넷에서 '사람을 쉽게 죽이는 방법' 등도 검색해보고는 했다. 이런 과거는 지속해서 영향을 미쳐 꽤 시간이 흐른 지금도 나도 모르게 '죽여버리고 싶다'는 말을 내뱉거나 머릿속에 가득 찰 때가 종종 있다.


 이는 어디까지 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그 사람의 마음이 약해서, 그 사람이 조금 남과 달라서 적응 못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향해 강제적으로 어떤 고통 속에서 지내게 하는 이 사회가 진짜 잘못인 거다. 사람을 억지로 끌고 가서 미친놈으로 만들어버리는 군대와 강제 제도가 잘못인 거다. 왜 매번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고치지 않느냐 말이다. 이 18색 크레파스 같은 세상아!



 누군가는 나를 가리켜 '정신 나갔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상관없다. 난 이게 이번 사건이 보여준 우리나라의 불편한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군대 총기 난사 사건이 되풀이되는 이유라고 생각하니까. 이 믿음에 한 치의 흔들림도 없다. 어릴 때부터 겪었던 빌어먹을 세상이 내게 보여준 그 모습은 절대 경험자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거다. 총기 난사 사고를 일으킨 병장이 얼마나 분하고, 억울하고, 가슴에 맺힌 게 많았으면 이런 방법으로 사회에 복수할 수밖에 없었겠는가?


 다른 사람은 그의 총알에 희생된 사람을 걱정하고, 애도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들보다 저 총기사고를 일으킨 병장이 더 걱정된다. 그는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겠지만, 그가 그동안 밖으로 내지 못한 채 속으로 쌓인 게 얼마나 많았을지를 생각하면 정말 착잡하다. 희생된 사람들도 죄 없이 희생된 사람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가해자를 무조건 비난하기보다 그런 가해자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 잘못된 사회를 욕해야 할 것이다.


 아무도 도움을 청하는 내 말에 귀 기울여주지 않고, 믿음을 배신으로 답하고, 가해자를 두둔하며 피해자인 나에게 폭행을 가하는 세상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조용히 하루하루를 연명할 뿐이다. 그러나 총기사고를 일으킨 임 모 병장은 그 분노를 속에서 삼키지 않고 세상에 드러냈을 뿐이다. 부디 그가 다음 세상에서는 좀 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에서 웃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 슬픈 나라 대한민국에서 군인으로 희생된 사람과 유가족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는 바이다. 다시는 이 나라에서 이런 잘못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가능성이 없는 일이라 참으로 안타깝다.


 지금까지 많은 상황이 보고 되고 있지만, '진짜 그곳에서 있었던 일'은 오직 당사자만이 알고 있을 거다. 언론에 보도되는 모든 일은 대부분 가공을 거쳐 왜곡될 확률이 높으니까. 진실은 그저 우리가 알지 못한 채 묻혀버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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