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아저씨, 죄송해 하지 않으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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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에 도착한 택배 아저씨의 문자, '아저씨, 늦은 밤까지 수고하셨어요.'


 우리는 가끔 집에서 누군가를 목이 빠질 정도로 기다릴 때가 있다. 몇 번이나 시간을 확인해보기도 하고, 마치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것처럼 초조해하기도 한다. 아마 이런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이렇게 목이 빠질 정도로 기다리는 것일까?


 이 글의 제목을 본 사람들은 당연히 알 것이고, 제목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잠시 생각한 후 곧바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다.


 그렇다. 그건 바로 택배다. 우리는 자주 인터넷을 통해 책이나 의류 혹은 전자기기를 비롯한 다양한 물품을 주문하고, 택배가 도착하는 날을 애타게 기다린다. 아마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누구세요?"라고 물은 후 "택배입니다!"라고 대답할 때 우리는 그 어떤 때보다 웃으면서 빠르게 문을 열고 택배를 반갑게 맞이한다.


 이뿐만 아니다. 당일에 문자 메시지로 '오늘 배송예정입니다.'는 문자가 오면, 종일 일을 하면서도 택배가 언제 오는지 체크하는 데에 여념이 없다. 예고된 시간에 택배가 오지 않으면 '왜 안 오지? 물품에 하자가 생겼나? 아저씨가 사고를 당하셨나?' 등의 걱정부터 시작해서 '왜 약속시각에 오지 않는 거야?'라며 화를 내기도 한다.


 택배를 기다리며 배송현황을 실시간으로 찾아보며 물건이 도착하지 않아 인상을 찌푸린 경험을 누구나 한두 번쯤은 가지고 있을 거다. 나도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한 신간이 '오늘 배송예정입니다'는 메시지를 받고 들뜬 기분으로 종일 기다렸는데, 당일에 배송되지 않아 상당히 화가 난 적이 있었다. 기껏 사람을 기다리게 해놓고 그런 식이 되어버리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노지


 그러나 위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처럼 문자가 오면 그래도 기분은 훨씬 나아진다. 택배 아저씨가 배달해주기 싫어서 배달해주시지 않은 것도 아니고, 배송을 하다 보니 시간이 늦어져서 배달을 못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니까. 더욱이 이런 식으로 신경을 써주시는 택배 아저씨의 메시지를 받으면, 오히려 기다리면서 화를 냈던 내가 더 부끄러워진다.


 다 똑같이 먹고 살기 힘든 시대에서 살기 위해서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하는데, 조금이나마 내가 갑의 위치에 있다고 막무가내 행동을 해서는 안 되니까. 더욱이 나는 어머니의 일을 도와 상당히 많은 짐을 여기저기 나르는 일을 간간이 했었는데, 그 일이 보통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 일이 더 힘든 건, 무거운 물건을 들고 혼자 끙끙거리며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다 옮겨놓더라도 '수고하셨습니다'는 말 한마디를 듣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뭐,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하자. 그런데 공무원이 일하는 관공서에 물건을 옮길 때 혼자 짐이 가득 실린 구르마를 가지고 끙끙거리다 물건이 쏟아진 상황에서도 바로 코앞에 있는 남자 직원들이 '킥킥. 멍청하긴'하며 서로 소곤소곤 대며 비웃고 있을 때에는 다 때려치우고 욕과 주먹을 날리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우리는 언제나 갑과 을로 나누어지는 사회에서 갑의 횡포에 분노하지만, 우리 자신이 조금 더 상대방보다 갑의 위치에 있을 때에는 자신도 모르게 갑질을 할 때가 종종 있다. 이미 몇 년 전에 화제가 되었던 청소부 아주머니를 대하는 패륜녀 사건 같은 일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데, 어쩌면 우리가 택배 아저씨께 물건이 늦는다며 화를 내는 것도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까.


 직접 그런 일을 해보며 그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음에도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며 갑질을 한 내 모습이 시간이 지난 후에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그저 후회하며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지'하며 전해지지 않는 죄송함을 담아 혼자 사과를 할 뿐이다. 참, 매번 행동거지에 조심한다고 해도 거의 감정이 먼저 나오는 일은 매번 이러니….


 그러니 택배 아저씨. 죄송하지 않으셔도 돼요. 택배 아저씨(아주머니)께서 정말 열심히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물 마실 시간도 제대로 갖지 못한 채 오늘도 애타게 택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웃음을 전해주시기 위해 땀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답니다. 언제나 제가 주문하는 책을 안전하고 빠르게 배송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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