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세대의 욕심이 그대로 드러난 지방선거 결과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6. 6. 07:30
6·4 지방선거 결과는 희망적이면서도 여전히 '미개하다'는 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틀 전에 치러졌던 6월 4일 지방선거의 최종 투표율은 56.8%로 투표율이 크게 높지 않았다. 뭐, 일각에서는 역대 최대 투표율이라고 말하지만, 60%에도 이르지 못한 투표율은 절대 높다고 말할 수 있는 투표율이 아니다. 이 낮은 투표율 때문인지 그렇게 많은 산전수전을 다 겪고도 사람들의 선택은 새누리당이 그렇게 싫어하는 빨갱이의 빨간색으로 반을 채우고 말았다. 위기에 봉착한 새누리당이 꺼낸 마지막 히든카드 '박근혜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 줄, 박근혜를 지켜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박근혜 마케팅이 성공적으로 먹힌 거다.
글쎄, 이는 새누리당이 펼친 박근혜 마케팅의 승리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기에 패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번 대선 때에도 그렇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야당의 바보 같은 행동은 크게 나아지지 못했다. 그래서 여전히 투표해야 하는 많은 사람이 투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쉬는 날을 맞아 투표를 하지 않아 박근혜로 똘똘 뭉친 기성세대의 아집을 꺾을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번 6월 4일 지방 선거 결과를 두고 적잖은 사람이 '어떻게 대한민국은 이렇게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는 걸까? 이해할 수 없다.'며 혀를 차지 않았을까 싶다. 누가 보더라도 개인의 욕심을 앞세운 보온병 폭탄의 주인공 안상수가 창원까지 내려와 창원시장으로 당선되었고, 기대를 모았던 오거돈 후보가 부산에 있는 고질적인 새누리당 지지자들 때문에 낙선하고 말았으니까. 나도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서 '에라, 이놈의 대한민국은 언제 정신 차리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18색 크레파스 같은!'라는 말이 툭 튀어나왔었다.
ⓒ오마이뉴스
지방선거 기간에 있었던 서울시장 정몽준 후보의 아들과 부인이 말했던 '미개한 국민'이라는 말을 강하게 부정할 수 없는 건 바로 이 결과에 있지 않나 싶다. 코앞에서 들고 있는 짐을 강도에게 뺏기고 있음에도 약탈을 하는 강도를 잡으려고 하기는커녕 그저 '뭐지?' 하면서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는 격이다. 어찌 이렇게 '바보 같다' '미개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을 멈추지 못하는 걸까. 왜 이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는 걸까.
하아, 너무 답답해서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입안에서 웅얼거리는 건 쓴 맛이 나는 말밖에 없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했었지만 '역시나'로 끝난 우리나라의 이 중요한 지방선거는 다시 한 번 더 대한민국의 수준이 여전히 밑바닥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얼마나 더 당해야,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눈에서 피눈물을 흘려야 사람들은 생각을 고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아마 절대 바뀌지 않을 수도 있을 거다. 한 사람의 이런 행동과 생각은 절대 쉽게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시켜서 바뀌는 것도 아니니까. 그저 투표하지 않은 43%의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여전히 잘못을 저지르는 전과자와 국민을 우롱하는 독재에 취해 있는 사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내가 잘못했구나'는 사실을 깨달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논어에는 "우리는 사람으로 태어나지만, 이기심을 버리고 사회 내에서 맡은 역할을 다함으로써 비로소 인간(人間)이 된다."는 말이 있다. 마음이 없는 한 명의 꼭두각시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한 명의 인간이 될 수 있기까지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세월이 흘러야만 하는 것일까. 도무지 그 답을 찾을 수 없어 창 밖으로 보이는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무거운 숨을 토해낼 뿐이다.
ⓒ오마이뉴스
그래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희망이 없었던 건 아니다. 사람 사는 도시가 되어가는 서울을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몸소 많은 것을 느낀 서울 시민이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며 온통 네거티브 일색과 헛된 망상 속에서 제2의 오세훈을 꿈꾸며 도전한 정몽준이 가슴에 품은 헛된 욕심을 이루지 못하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지방선거 교육감 투표에서 진보 교육감이 압승을 거두면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이는 정말 희망적인 일이다.
그 이외에도 김해에서 김맹곤 시장이 재임에 성공하고, 비록 패배했음에도 희망을 볼 수 있었던 오거돈 부산 시장 후보의 놀라웠던 행보, 김경수 도지사 후보의 작은 성장… 등 여러 사례는 앞으로 희망을 품을 만한 사례들이었다. 투표율이 낮고, 여전히 세부적으로는 새누리당이 월등히 앞섰지만… 그래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하루 전에 내가 작성했었던 글 《세상이 바뀌지 않더라도 투표해야 하는 이유》에서 말했듯 조금의 작은 변화가 생긴 것만으로도 이번 투표는 값지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지금 당장 2014년 6월 4일 지방선거에서는 여전히 새누리당이 강했고, 쉽게 넘어설 수 없는 사차원 벽이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다. 그래도 진보교육감 덕분에 후대에는 좀 더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하나의 교육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뭐, 이 부분은 이 글의 제목 '교육은 바뀌길 원하지만, 사회는 멈춰있기를 바랐던 지방선거'라는 제목처럼 조금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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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감의 압승과 광역단체장의 어중간한 결과는 사람들이 인물을 보기보다 오로지 당만 본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결과였다. 선거 당일 여러 인터넷 뉴스에서도 투표하기 위해 부모님과 같이 투표장을 찾았던 딸이 중년 어머니로부터 "모르면 무조건 1번을 찍으라"는 소리를 하는 모습을 읽어볼 수 있었는데, 실제 투표 현장에서는 이런 사례가 더 많았을 거다. 교육감은 진보를 선택하면서 다른 건 무조건 여당을 지지하는 모습이 참 아이러니하다.
이는 아이가 성장해 개인이 스스로 결정을 해야 하는 어른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부모님이 시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자신이 선택할 수 없게 만든 잘못된 교육의 연장선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번 진보교육감의 압승으로 차츰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이 바뀌어 나간다면, 이 말도 안 되는 교육이 연장되는 상황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 크게 바뀔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게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진보교육감의 압승에 기댈 수 있는 큰 희망이다.
아직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아버지 세대가 다 죽은 50년 후에야 가능하다'는 말. 그 시기를 좀 더 앞당길 수 있는 건 살아있는 자유로운 교육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교육이 아니라 친일과 독재는 나쁘다는 당연한 상식을 바르게 가르칠 수 있는 진짜 교육이 오늘날처럼 나라의 반이 빨간색으로 뒤덮인 우리나라를 정상으로 바꿔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6·4 지방선거 결과는 아이에게 미래를 자유로운 미래를 주고 싶지만, 자신은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것을 고집한 어른의 욕심이 그대로 드러난 결과였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는 차후 유권자가 될 아이가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가르침을 받느냐에 달렸고, 여전히 과거의 영광 속에서 현실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바뀔 수 있느냐에 달렸다. 승리라고도, 실패라고도 말할 수 없는 이번 지방선거가 큰 변화를 만드는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하나의 초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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