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생들이 거리로 나가야만 했던 이유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5. 11. 07:30
여러분은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는 학생과 시민의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커다란 자연재해가 일어날 조짐이 보이면 사람보다 먼저 동물들이 피신한다. 자신들의 민감한 감각을 통해 위험을 느끼고 살기 위해서 행동을 취하는 거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면, 제일 먼저 힘없는 소시민이 모여서 '그래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모든 나라가 그렇다. 시민 혁명 이래로 많은 시민이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은 덕분에 지금 우리가 사는 이런 인간적인 시대가 되었으니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역사적 모습을 정말 잘 볼 수 있다. 과거 일제 치하에서 괴로움을 받을 때에도 일본과 맞붙어 같은 한국 사람을 팔아넘긴 권력 세력이 아닌, 그저 힘없는 소시민들이 모여 독립군을 조직하며 저항했다. 제일 먼저 나선 건 이 땅에 뿌리내리고 있는 작은 시민들이었고, 그들을 지원해주기 위해서 종교 단체에서도 나섰고, 이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도 이렇게 있을 수만은 없다'고 외치며 거리로 나선 게 학생들이었다.
그렇게 우리나라는 일제의 침탈에 저항했고, 군사 정부의 독재로 핍박 받을 때 민주주의를 찾기 위해 피눈물을 흘렸다. 이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해가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문화와 기술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이렇게 보내는 이 소박한 일상은 그 사람들의 희생과 자유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그런 일이기에 무심코 '대단하다'는 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2014년 대한민국에서는 다시 한 번 더 그런 일이 물꼬를 틀기 시작하고 있다. 2013년은 정말 난리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과정에 있었던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박근혜는 하야하라', '국정원 개혁하라.' 등을 외쳤고, 그동안 가만히 있던 종교계에서도 '박근혜 정부는 있을 수 없는 정부'라며 힘을 실어주었다. 게다가 여기에 학생들도 동참하며 '참된 대한민국의 시민으로 살고 싶습니다'는 말을 하게 만들었다.
2013년은 그래도 그렇게 큰 분노의 외침으로 번지지 않고, 정부가 이끄는 현안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만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이 주장하는 선에서 그쳤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진짜 분노는 이번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제대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가슴의 응어리로 남아있던 세상에 대한, 아니, 이 개탄스러운 정부 인사들에 대한 분노가 밀물 들어오듯이 닥치기 시작한 것이다.
세월호가 침몰한 모습은 단순히 한 여객선의 침몰이 아니었다. 너무 안타까운 수많은 목숨의 희생이었고, 지금 침몰하는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준 너무 비참한 사건이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청해진 해운이라는 기업의 부정부패와 무능함만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관리 감독 당국이 얼마나 한심하고 '쓰레기'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지 잘 보여주었다.
'난 능력자야!'라며 대한민국의 실세를 장악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더럽고 한심한 사람들인지 모든 사람이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며 '나와는 상관없다'로 변명하거나 '내 책임이니 그냥 옷을 벗겠다'고 말하며 도망치며 언론을 조작해 거짓말을 사람들에게 퍼뜨리고 있다. 정말 유언비어 배포죄로 체포되어 처벌을 받아야 할 건 인터넷에서 키보드 워리어 짓을 하는 약소한 악이 아닌, 너무나 큰 악을 자처하고 있는 이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이 정부를 지지하는 몇 사람은 '유가족 사이에 불순세력이 있다'는 막말을 해도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다. 게다가 진실을 쫓고 있는 언론에는 사복 경찰까지 동원하며 감시를 하고 있고, '명예훼손'이라고 말하며 이들을 고소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참, 고소를 당해야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고소하는 모습이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 애초 우리나라 한국에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되는 나라이기에 이런 일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이 학생들이 왜 거리에 나와 촛불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왜 우리 학생들이 학교와 학원을 뿌리치고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어야만 했을까. 정부 인사 측은 한 번이라도 이를 생각해보았을까. 아니, 생각해보았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이를 불쾌하게만 받아들일 뿐 어떤 의미도 두지 않을 거다. 어쩌면 또 한 번 '학생들이 일당 6만 원을 받고 동원되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북괴 혹은 불순 세력 논란을 키우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있다. 이 정부와 이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다. 멀쩡히 사는 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어 놓는 것으로도 모자라 억울한 죄를 씌워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을 세상과 이별하게 하였고, 세월호 희생 유가족들의 가슴 한복판에 대못을 박으면서도 '어쩌라고?' 식의 태도로 일관하는 게 이 정부와 지지 세력들이다. 우리는 이 끔찍한 사실을 바로 보아야 하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침묵시위를 한다는 것. 이건 단순히 한날의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부분적 언론 자유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이 시위에 대한 보도도 공영 방송에서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정부에 위기가 닥칠수록 다른 이슈성 화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거나 '최근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방송을 내보내며 물타기 시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어찌 이런 나라에서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겠으며, 잘못을 스스로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하겠는가.
그래서 사람들은 오늘도 자기 일을 마치고 거리에서 노란색 리본을 달고, 노란색 플랜카드를 들고, 촛불을 들고 아무 말 없이 이 세상에 묻고 있는 거다. "정말 이대로 괜찮아요? 여러분은 이런 국가에서 이런 식으로 대우를 받아도 정말 괜찮아요?"라고….
나는 이틀 전 블로그에 《나는 한국이라는 이름의 악마를 보았다》는 글을 써서 올렸었다. 다음 메인에 게재가 되면서 정말 많은 사람의 다양한 생각을 댓글을 통해 읽어볼 수 있었다. 그 사람들의 생각 중 어느 것이 정답이고, 어느 것이 정의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는 내게 없다. 이 세상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그 사람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말대로 그저 평범히 인터넷 블로그에 이렇게 글을 적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내가 무엇을 그들에게 요구하겠는가?
그러나 내심 너무 안타까웠다.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고, 가치를 두는 것이 다르기에 같은 글을 보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찌 그리도 애써 이 나라의 잘못을 외면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너무 안타까웠다. 분명, 그들은 좀 더 긴 시간이 지나서야 '아, 그때는 몰랐었는데 그게 잘못이었다'는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사람을 먼저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 리더의 자리에 앉아 있기에 이렇게 나라가 침몰하고 있다는 사실을 마지막에 가서야 겨우 깨달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지금 당신은 어디에 서서 이 나라와 정부 인사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당신은 지금 혹시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 채, 받아들이기 좋은 거짓을 선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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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제목인 '우리 학생들이 거리로 나가야만 했던 이유'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작은 규모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이 나라의 국민인 게 부끄럽다'고 말하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 사회는 언제나 평등하지 못하고, 애초에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군가는 반드시 불평등을 느끼며 세상을 향해 욕할 수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이건 자본주의의 어쩔 수 없는 약점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의 공평한 기회를 주지 못하는 국가 제도의 부실한 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학교에 다니는 어린 학생이 거리로 나와 '이 나라의 국민인 게 부끄럽다'고 말한다는 건, 그만큼 이 나라가 최악이라는 말로 묘사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바닥에 떨어졌다는 말이다. 심각하게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영어 강사가 꿈이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민이 꿈이 되었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래도 지켜봐 줘. 우리가 어떻게 이 나라를 바꿔 나갈지.'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다. 어린 학생의 가슴에 그런 말을 품게 한 우리가, 이 나라가 죄인이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너무 슬프다, 너무 화가 난다… 사람들은 이런 말만 하는 데에서 이제 멈추지 않는다. 세상에 '지금 우리는 너무 잘못되었어요.'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거리로 나가고 있고, 작은 행동으로 큰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크고 작은 것에 힘을 보태고 있다. 비록 권력과 결탁한 언론은 이를 외면하고 있음에도 그들은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 학생들이 거리로 나가야만 했던 이유는 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누군가는 이 학생들을 비난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예쁘고 멋진 이 아이들이 자랑스럽다.)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를 단기간에 이루며 빠르게 성장해왔지만, 여전히 배우며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 더 많은 나라다. 이처럼 잘못된 관행과 굴레 속에서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었을 때, 깜짝 분노로 그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이 잘못을 고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지금 2014년부터 앞으로 대한민국이 걸어나가야 할 길이다.
또한, 어떤 나라에서라도 부패는 있기 마련이고, 언제나 잘못은 되풀이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잘못을 그냥 '있을 수도 있는 일이지'라고 넘어갈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이 단순명료하면서도 당연한 사실을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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