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잊으라'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5. 8. 07:30
이제 세월호 참사 사건은 그만 잊을 때가 됐다고 말하는 사람들, 정말 인가요?
세월호 사건이 있고 꽤 긴 시간이 흘렀다. TV에서는 모든 예능이 거의 정상 방송되고 있고, 사람들도 이제는 슬픔에서 벗어나 뉴스에 집중하기보다 제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언제나처럼 야구를 보며 아쉬워하거나 기뻐하며 평범히 누구나 보낼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피해자 가족이 아닌 이상 대부분 일상의 리듬을 지키며 생활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난 이 글에서 언제나 우리가 세월호 사건을 슬퍼하며 보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저 단순히 이건 자신의 자유와 판단에 맡겨야 할 문제다. 내가 주변 친구에게 들을 수 있었던 '왜 모두가 슬퍼해야 하느냐? 예능 방송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반박할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뭐, 일부 사람은 매정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세월호 사건 때문에 모든 사람의 자유가 극히 제한될 수 없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슬퍼할 이유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딱 한 가지 말을 하고 싶다. 바로 '정말 그렇게 벌써 이 사건을 흐지부지 잊어도 정말 좋은가?'라는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던져보라는 거다. 왜냐하면, 단순히 슬퍼하는 것을 인제 그만 멈추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일상을 보내기에는 이번 세월호 참사가 보여준 침몰한 대한민국은 너무 참혹한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냥 단순히 이 사건을 가볍게 잊고, 언제나처럼 무관심한 채 사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오마이뉴스
우리는 세월호 사건으로 서로 아파하며 눈물 흘리며 등을 토닥이는 것만 하지 않았다. 제대로 국민을 위해 무엇하나 하지 못한 책임 당국에 강력한 비판을 했으며, 무능한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여전히 많은 사람의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그저 보여주기식에 그치는 사과와 뒷수습에 사람들은 아직도 분을 삼키지 못하고 있는 게 지금 이 나라의 현실이다.
세월호 참사 같은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좀 더 이 문제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 슬픔을 그만두는 건 좋지만, 여기서 관심을 그만두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사람은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를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데, 이번에야말로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사건이라고 난 생각한다. 세월호 침몰이 보여준 침몰하는 대한민국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니까.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을 때에도 지상파 공용방송 뉴스에서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운운하며 방송하고 있고, 조중동을 비롯한 찌라시 보수 언론은 갖가지 화제를 이용해 현 정권의 위기를 넘어가고자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은 현 여당인 새누리당이 위기 순간마다 늘 써오던 한 방법의 하나다. 이 권모술수에 넘어가 나라가 엉망이 된 꼴을 본 것이 어디 한두 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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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포털의 인터넷 기사를 보더라도 이런 보도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대체로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세월호 사건을 통해 정부와 책임 당국에 대한 불신을 품은 사람들이 '이제 더는 안 속는다.'며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좀 더 비판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바로 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는 뉴스타파 같은 대안언론에 의지하거나 한국 언론을 믿을 수 없어 외신 보도를 찾는 사람도 있다. 참,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부분적 언론 자유 국가 타이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언론 자유지수는 더 내려간 우리나라의 참담한 현실에 '쯧쯧' 하며 혀를 찰 수밖에 없다. 실로 예전 과거 군사정부 시절로 돌아간 이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는 거다. 어찌 이리도 나라가 엉망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얼마 전 한 지상파 방송에서는 북한이 연평도 방향을 향해 포 사격 훈련을 했다며 특별 방송을 마련해 연평도 주민과 인터뷰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 인터뷰에서 연평도 주민은 느긋하게 인터뷰하며 "자꾸 이런 식으로 위기감을 조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언론을 향해 작은 비판을 해 뉴스를 시청했던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사기도 했었다.
이게 현실이다. 보도에 대한 자유를 잊어버리고, 객관적인 중립 입장을 버린 언론이 가지고 있는 건 겨우 이 정도라는 말이다. 어찌 이런 나라에서 언론을 믿을 수가 있겠으며, 정부의 이야기를 믿을 수 있겠는가. 이번 세월호 참사 사건만을 보더라도 우리가 위기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건 나라의 양심적인 행동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핵심인 오직 '돈과 권력'이라는 비참한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
ⓒ오마이뉴스
이제 많은 사람이 마냥 슬퍼하기보다 그저 자신의 생활을 다시 충실히 하고 있다. 나는 이를 비난할 수 없고, 애초에 그런 말을 하는 것조차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그 당연한 일상을 보내는 동안에도 '세월호 참사 사건이 우리에게 보여준 대한민국의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해버린다면, 우리는 결국 또 똑같은 일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다음에는 내 차례가 아니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단 말인가?
세월호 참사 사고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충격을 받은 많은 학생과 일반 시민이 '앞으로 대한민국은 우리가 바꿀 것이다.'라며 가슴에 이 사건을 똑똑히 새기는 모습을 여럿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세월호 사건은 너무 참담했고, 정부와 책임 당국의 행동은 더 비참했으며, 지금도 적잖은 사람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르는 것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건 이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고쳐나가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그만 세월호 사건은 잊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들을 비난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세월호 사건이 보여준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을 직시해주었으면 한다. 그렇다면, 단순히 이 일을 '한 때의 큰 재난'으로만 넘길 수 없는 참담한 우리의 현실이라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잘못된 대한민국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건 앞으로 미래의 대한민국을 살 우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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