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과 분노로 가득 찬 대한민국, 그리고 비통한 외침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4. 29. 07:30
슬픔과 분노에 젖어 들고 있는 시민들, 그들의 피눈물은 무엇을 적시나
어저께 밤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마치 하늘도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이 사건'이 너무 슬퍼서 눈물을 흘리는 것일까? 아니면, 너무 화가 나고 비통해 피눈물을 흘리는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지레짐작이 가지만, 정확히는 알 수 없다. 하늘의 뜻을 작은 나라의 소시민이 어떻게 알겠는가. 그럼에도 지금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이 흘리는 눈물은 단순히 슬퍼서 흘리는 눈물만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히 알 수 있다. 슬프다고 느끼기 그 이전에 자신들을 바보 취급하는 나라와 언론을 믿었던 어리석음에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한 맺힌 통곡을 하며 피눈물을 흘리는 거다.
ⓒ민중의 소리
도대체 지금 우리나라는 무엇을, 누구를 위해서 움직이고 있는 걸까. 총리가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사퇴를 표명했지만, 그의 행보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전혀 곱지 않다. 박 대통령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총알받이로 총리 사퇴라는 하나의 수단이 이용되었다는 해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세월호 사건에 대처하는 미숙한 태도는 불신을 더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람들이 총리의 사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총리가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하는 건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당장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하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아래에서 서로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이 형국에 총리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행동하는 건 '난 더는 못하겠다. 너희 알아서 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YTN '아이엠피터'
위 이미지는 과거 태안 기름 유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해당 책임자에게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쉽도록 몇 번이나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다. 무릇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지도자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 건 이런 행동이다. 그저 의자에 앉아 자리를 지키다 사고 현장을 방문해 입에 침도 바르지 않은 채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또다시 한 번 더 블로그 댓글에는 '노무현 정부를 두둔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원색적인 시선은 좋지 않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해석 이전의 문제다. 왜냐하면, 누가 보더라도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한 대처와 지금의 대처는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비용으로 합의하느라 구조가 늦어졌던 건 명명백백히 밝혀진 사실이니까. (JTBC 손석희 9시뉴스에서는 언딘이 해경과 함께 민간 잠수사를 향해 갖가지 날조를 하려고 했다는 것이 부분적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도 분명히 많은 실수를 했고, 그 때문에 대중에게 많은 힐책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어떤가. 오히려 더 심하다 그 실수를 인정하기는커녕, 애써 변명하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에 여념이 없고, 조작질로 항상 묻어버리기 바쁘다. 언론 앞에서는 '노력하겠다'고 말하지만, 뒤에서는 '나 몰라'로 행동하고 있으니 어찌 제대로 돌아가겠는가. 어떤 직위에서 물러나는 것도 책임 회피의 한 가지 방법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지금 문제가 터졌으니 난 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 그러니 뒷수습은 너희끼리 알아서 해라. 난 모르겠다.'고 하는 거다.
ⓒ연합뉴스
대한민국의 많은 시민이 이 가식적인 행동에 분노하고 있는 이유도 그런 의도를 충분히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임을 지려면 잘못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당장 문제 해결방안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고 대책을 실행해야 한다. 그런데 한다는 건 고작 '내게 그런 권한은 없다.' 혹은 '내 담당이 아니다',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말 뿐이니 어찌 이 사안에 대해 십 원짜리 욕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마 지금 이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다른 곳에서 다시 한 자리를 차지할 거다. 그 사람들은 분명히.)
정부는 경찰과 언론을 이용해 50m의 커다란 벽을 세워 그들의 시선에 희생자 가족과 그들을 응원하는 시민의 모습을 보거나 듣지 않고 있다. 아니, 보이고 들리더라도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그저 무덤덤하게 '정부는 재난관리 컨트롤 센터가 아니다'는 말을 하면서, 한미 정상이 만날 때 혼자 새파란 옷을 입으면서, 웃음을 띤 채 회식 자리에서 건배하면서 말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세월호 편에서는 '그동안 세월호가 무사히 다닐 수 있었던 건 운이 좋았을 뿐이다'고 말하는 전문가의 의견을 볼 수 있었는데, 아마 이번 일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에이, 운 더럽게 없네. 길 가다가 똥 밟았군.'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어디까지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지금 나라의 상황을 보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얘기다. 어휴, 이 대한민국의 참담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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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많은 사람이 평범히 자신의 일상을 보내고 있을 거다. 이번 세월호 사건에 대한 슬픔과 공감을 강요하는 것을 우리는 할 수 없다. 그저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살 뿐이니까. 하지만 적어도 정상적인 마음을 가진, 인덕을 가진 사람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한 번쯤은 눈물을 흘리거나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거나 브라운관을 향해 삿대질하며 욕을 했을 거로 생각한다.
그게 사람이라는 거다. 어찌 이 같은 일에 분노하지 않을 수가 있겠으며, 슬퍼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더욱이 거짓말이 시작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니 불신을 씻을 수가 없다. 우리에게 우리의 인생이 있지만, 이 일은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편이 되어줄 것으로 생각했던 국가는 우리 편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큰 도둑놈에 불과했었다. 우리는 이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아직도 '나라는 우리를 보호해줄 것이다.'라는 착각에 살고 있다면, 다시 한 번 더 세월호 사건을 비롯한 국가에 일어난 재난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기를 바란다. 결국,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건 가진 자가 소유하고 있는 '부와 권력'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통감할 수 있을 거다. 나는 여기서 부족한 글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아래의 질문을 던지고 싶다.
"많은 사람이 이 커다란 사건에 분노하고 있지만, 이 사건 또한 다른 큰 이벤트에 묻혀 깜짝 분노와 슬픔에 그칠지도 모른다. 지금 이 상황에서 과연 우리나라는 여기서부터 어떻게 될 것이라고 당신은 생각하는가? 과연 잘못을 뜯어고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번에도 그냥 흐지부지 형식만 갖추다 넘어갈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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