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감춘 진실, 그것이 알고 싶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4. 28. 07:30
세월호 침몰 사건 속 대한민국이 감춘 진실, 우리는 그것이 알고 싶다
며칠 동안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하면서 '이제는 세월호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하겠다'고 생각했었다. 블로그 내에서 달리는 댓글을 읽어보며 여전히 정부를 두둔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고, 어른들의 욕심으로 저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 앉은 아이들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비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아프고, 글을 쓰고 나서도 마음이 아파 도저히… 하아, 무엇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오늘 이렇게 또 한 번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원래는 소설책에 대한 이야기를 예약 발행해두었으나 집에서 TV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의 '희망은 왜 가라 앉았나? - 세월호 침몰의 불편한 진실' 편을 보고 다시 한 번 더 글을 써야 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록 내가 수많은 돈과 권력이 없어 세상을 바꾸는 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글이라도 써야만 마음에 맺혀 있는 이 아픔을 다른 사람도 알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 세월호
이번 세월호 사건은 단순히 선장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이건 우리나라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평이한 잘못 중 하나다. 매번 터지더라도 제대로 조치를 하지 않은, 오직 그 순간에 책임자를 처벌하는 수준에 그치기만 한 비정상적인 사회의 모습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인터뷰한 도쿄 해양대 와타나베 교수는 "침몰 원인은 이미 인천항을 출발할 때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밝혀진 사실 중 하나로 늘 형식적인 형태로 그치기만 했던 안전점검부터 시작해 수많은 관행이 이처럼 끔찍한 재앙을 불러온 것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언론이 오로지 '선장 개인의 잘못'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하고 있다. 선장 개인의 잘못도 분명히 크지만, 선장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한 잘못을 우리는 무엇보다 따져보아야 한다. 청해진해운의 비리부터 시작해서 해양경찰과 관리 감독의 의무가 있는 모든 정부 부처 기간의 비리를 낱낱이 파악해야만 하지 않을까. 박 대통령은 세월호 선장에게 '살인과 같은 행위'라고 말했지만, 진짜 살인과 같은 행위는 좀 더 위에 있는 사람들이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을 감싸는 언론과 단체는 '무엇을 잘못했느냐?'고 따지는데, 이는 참 웃긴 일일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언제나 책임을 회피하기에만 급급한 우리나라 공무원과 고위 관료 인사들인데, 박 대통령이 한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말이 언론에 보도되고 나서 훨씬 더 책임을 다른 곳으로 떠넘기는 데에 급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태도는 수색 작업의 지연과 구조 작업의 지연으로도 이어져 '지옥 같은 뫼비우스의 띠'가 되어버렸다. 하물며 대통령 또한 형식적인 행동에 그치고 있는데, 그 아래 사람들이 제대로 하기를 기대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한미 정상이 만나는 자리에서도 혼자 유채색의 옷을 입었으며, 이번 세월호 사건에 대한 묵념을 제안한 것도 오바마 대통령 측이었다. 이렇게 한 나라의 정상이라는 사람이 그처럼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을 하고, 그 밑에 있는 수족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들도 비슷한 일을 벌이는데… 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지 않은가? 지금도 갖은 불신만 키우며 '언론통제'부터 갖가지 소문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찌 이 상황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있겠으며, 정부 측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것이 알고 싶다 - 세월호
《그것이 알고 싶다》 편에서도 이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승객과 선원만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이를 관리 감독하고, 충분히 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 감독 당국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거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상당수 언론이 오로지 선장과 승객을 향해 '비인간적인 살인자'라고 매도만 하고 있지, 정작 그 위에서 더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감독 당국의 책임을 요구하는 보도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이 상황을 곧잘 이탈리아에서 일어났던 한 침몰 사건과 비교를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 편에서도 이 부분이 방송되었는데, 그 방송 일부분에서는 승객을 구조하는 해경 측이 얼마나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을 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학생에게 위도와 경도를 묻는 일부터 시작해 지금까지도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것만 해도 이미 그 진실성과 신의는 땅에 떨어지다 못해 땅 밑으로 꺼져버렸고, '내 관할이 아니다.' ' 내 권한이 아니다' 등의 말로 그저 피하기만 하고 있을 뿐이다. 최초로 신고를 받았을 때 좀 더 신속히 대처했다면, 이 정도로 큰 규모로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여기서는 좀 더 의심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증거도 《그것이 알고 싶다》 편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소리 공학 박사 배명진 교수가 말한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통신 공개 내용과 취재진의 인터뷰를 몰래 녹음하고 있던 사복경찰의 행동. 이 모든 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세월호 침몰 사건의 뒤처리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키우고 있다. 여전히 많은 영향력을 가진 언론에서는 보여주기식과 받아쓰기 식으로만 보도를 하는 데에 그치고 있는데, '부분적 언론 자유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더는 언론에 큰 기대를 거는 건 불가능할 듯하다.
이 나라 정부가 이번 사건을 놓고 어디까지 조작을 하고, 어디까지 숨기고, 어디까지 제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일반 시민의 슬픔을 담보로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힘없는 한 소시민으로서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 이외에 할 수 없다는 것에 너무 분통이 터지지만, 지금도 여전히 정부가 말하는 세 치 혀 놀림에 놀아나는 사람이 많아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오늘따라 매일 마시던 물이 이토록 쓴 이유는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 세월호
박 대통령은 희생자 가족 앞에서 "지금 여러분들과 얘기한 게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분들, 모두 책임지고 물러나야 합니다"고 말했다. 과연 이 말이 지켜질 수 있을까. 이 말이 지켜질 수 있다면, 이번 사건이 수습된 이후에 지금 사건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되어 있는 정부 인사는 하나도 남아있지 못할 거다. 약 170명이 구조에 투입되었다고 말해놓고선, 그 3%에 미치는 인원만이 수색과 구조에 투입되었고, 하나같이 희생자 가족을 우습게 여기는 태도는 마땅히 처벌받아야만 마땅하다. 영국 외신에서는 '이런 일이 있음에도 신용과 지위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국가 지도자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정말 그 의견에 공감한다.
가디언은 "선장과 선원에 대한 실종자 부모들과 대중들의 처벌을 막는 건 불가피해 보이지만 책임과 의미라는 보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디언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 대통령의 대처를 신랄하게 꼬집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사고 엿새 만에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선원들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살인과도 같은 행태"라고 말하며 책임 있는 모든 사람에 대해 민형사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가디언은 이 발언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서양국가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는 국가적 비극에 이렇게 늑장 대응을 하고도 신용과 지위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국가 지도자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미디어 오늘)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자신이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아니, 책임을 지려고 할까?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는 게 우리의 사정이지만, 지금 이 정부는 뱉은 말을 주워담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 말을 들었던 사람들의 기억까지 잊게 할 수 있을 듯하다. 지금 우리나라가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에 민감한 사안이었던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부터 시작해 간첩 혐의 증거 조작 사건까지 모두 그렇게 넘기고 있으니까 말이다. 참,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참으로 여러모로 강한 나라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렇게 정부가 강력하게 언론과 국가 기관을 머리채 흔들고 있으니 일색 보도가 되지 않을 리가 없을 테니까.
오랫동안 만연하고 있는 한국의 이 썩어빠진 총체적 부실이 오늘날 세월호 침몰 사건을 일으켰고, 많은 국민을 향해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는 선장 없이 침몰하는 대한민국호의 승객입니다' 등의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정부를 믿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보다 더 큰 대형 참사가 일어나 전부 한 번에 파묻혀버리지 않는 한… 이 어리석은 역사는, 무지몽매한 사람들에 의해 계속 반복될 것 같다. 그래서 난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착잡하다. 어찌 욕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으며, 어찌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있겠으며, 어찌 정부를 믿을 수 있겠는가.
ⓒ그것이 알고 싶다 - 세월호
10년이 멀다하고 대형참사가 되풀이되어왔지만, 사고가 터졌을 떄만 반짝하고 관심을 가졌다가 쉽게 잊어버리는 우리의 관행은 지금껏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쉽게 잊어버려서, 제대로 바꿔놓지 못해서 딸을 잃고 말았다는 한 실종자 어머니의 한 맺힌 후회가 이번만큼은 개인의 아픔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6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우리 국가는 우리 국민을 위해서 무엇을 해줬나요?
이제 슬픔을 넘어 헌법이 국민에게 약속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 길만이 세월호와 함께 가라 앉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믿음을 회복하는 길이고, 아이에게 또다시 미안한 어른이 되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차디찬 바다 밑에서, 어른들의 말을 믿고 어른들이 구해주기를 기다렸을 아이들과 아직 그 날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생존자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부끄럽고 무기력한 어른이라 죄송합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위에서 읽을 수 있는 건 《그것이 알고 싶다》 세월호 편에서 김상중이 마지막에 남긴 말 중 일부를 옮긴 것이다. 언제나 이 바보 같은 역사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거기서 학습하지 못하는 나라. 이 나라를 만든 건 바로 우리 한 사람의 시민이고, 우리가 뽑은 멍청하기 그지없을 뿐더러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바쁜 정치 지도자다. 결국, 정치 지도자의 잘못은 곧 우리의 잘못이기도 하다. 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뿌리부터 썩어가고 있음에도 그걸 방치한 건 우리니까.
하아, 뭐라고 말을 하면 좋을까. 쉽게 찾을 수가 없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밤에 내리고 있는 이 빗소리는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실에 대한 통곡을 담은 듯하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슬픔과 분노에 찬 하루를 시작할 것이고, '그래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부디, 제발, 하루속히 미친 책임 당국이 제정신을 차려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이 이렇게 글을 쓰는 것밖에 없기에 먼저 이 세상을 떠난 어린 동생들과 희생자분께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다음에, 좀 더 먼 훗날이 되었을 때에는 좀 더 제대로 된 사람이 제대로 된 방식으로 제대로 된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게 되었으면 간절히 바란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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