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선장 없이 침몰하는 대한민국 호의 승객입니다.

선장이 도망친, 선장이 무능한 침몰하는 대한민국 호에 승선한 한 명의 승객으로서

 얼마 전에 난 내 두 눈을 의심하는 사고를 뉴스를 통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정정 보도가 되는 그 뉴스는 다시 한 번 더 내 눈을 비비고, 몇 번이나 감았다가 다시 뜨고, 안경의 렌즈를 닦고 다시 보아도 처절하기 그지없는 뉴스였다. 이 뉴스는 지금도 계속 보도되고 있고, '알고 싶은 이야기'는 여전히 관계 부서의 제한으로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 (참, 부분적 언론 자유 국가의 이름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더욱이 한쪽에서는 많은 사람이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절대 사람이 할 수 없는, 희생자를 조롱하는 일베라는 사이트의 한 회원이 체포되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 분별 있는 행동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무개념 행동으로 사람을 분노하게 하였다. 그 사람 중 일부는 이런 우리의 분노를 향해 '미개한 국민의 행동'이라고 지칭하기도 하고, '종북의 선동질'이라고 말하기도 하니… 어찌 우리 한국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오마이뉴스

 나는 이번 일을 처리하는 당국에 물어보고 싶다. 그대들이 정말 일베 같은 사이트처럼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남 몰라라 하는 그런 '쓰레기'와 다른 것이 도대체 무엇이냐고. 그동안 우리 세금으로 도대체 무엇을 했길래 이 지경이 되었느냐고. 책임지고 국민의 권리와 안전을 책임지겠다더니 우리 세금을 빼돌려 제 지갑 속에 넣어버리기만 한 건 아니냐고. … 말이다.

 많은 사람은 분노하게 하고, 눈물 흘리게 한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가진 국가를 하나의 배로 비유하면서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침몰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 침몰하는 배에 타고 있는 한 명의 힘 없는 승객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나도 그 사람들과 다르지 않고,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다.

 게다가 2014년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기회다. 2014 브라질 월드컵도 있고, 2014 아시안 게임도 있고, 프로야구 일정 등 사람들의 눈과 귀를 돌릴 수 있는 대형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우리 국민이 항상 분노해야 하는 일을 쉽게 잊어오고, 정부의 똑같은 잘못이 되풀이되어도 그 잘못을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국민의 성향을 당국은 잘 알고 있을 거다. 그래서 지금도 책임만 회피하며 시간이 흐르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 언론은 제대로 된 사실을 똑바로 보도하는 일이 적다. 이명박 정부 이후 '부분적 언론 자유국가'라는 명칭을 달고 나서 더 노골적으로 그렇게 변해버렸다. 그래서 진실을 추적하는 사람들은 외신의 보도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국내 대형 언론보다 외신 보도를 더 신용하고 있다. '뉴스타파' 같은 탐사 보도 언론이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그 대안 언론은 정부에 붙어 그들의 말에 확성기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대학교수들은 인터뷰를 갑작스럽게 동시다발적으로 거절하고 있어 '외압설'이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퍼지고 있으며, 정치인 중 일부도 '미개하다'고 표현하기에 너무 몰상식한 행동을 하며 색깔론을 양산하거나 사람으로 절대 해서는 안 될 망나니 행동을 하는 사람도 더러 볼 수 있다. 어찌 이런 대한민국이 국민을 기반으로 제대로 돌아가는 국가라 말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우리 국민을 선장 없이 침몰하는 대한민국 호의 승객이라고 말한 거다. 아니, 선장이 있더라도 선장이 리더십은커녕 무능하기만 해 소인배나 다름없는 그런 선장이 이끄는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배는 침몰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선장이 도망친 채 침몰하는 배와 유사하다. 하지만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그저 제 살길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잔인하지만, 이게 현실이고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