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수학여행 금지안에 내가 찬성하는 이유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4. 23. 07:30
교육부 1학기 수학여행 전면 금지안은 최선일까? 하나의 노림수일까?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온 국민이 울음바다에 빠져있을 때 그들만큼이나 공황에 빠진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선박을 운영하는 업체와 여행사, 해수부를 비롯한 관련 정부 기관들이다. 특히 여행사와 선박 업체는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선박으로 여행하려던 사람이 대거 일정을 취소하면서 당장 이번 분기 수익에 위기를 맞았고, 각 학교에서도 수학여행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가장 높은 수익을 발생해주는 시기에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거다.
그래도 위약금 때문에 수학여행을 취소하지 못하는 학교가 많고, 크루즈 여행 같은 경우는 위약금이 커서 어느 정도 수익의 상한선은 유지하는 듯해 한숨 돌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 교육부가 1학기 수학여행 금지안을 발표하면서 업체 측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마 2014년 한해는 선박 여행사의 수익은 바닥에서 절대 올라오지 못하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노라면, 누군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찌 그렇게 이익 운운하는 이야기를 하느냐고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수학여행 금지안'이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게 조금 비인간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지만, 이런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우리 사회다. 그러니 어떤 이야기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도 이 이야기는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의 발발과 처리 과정에서도 '돈' 때문에 상당히 많은 트러블이 있었고, 그 트러블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가 시행한 '수학여행 금지'라는 이 방안은 과연 누구에게 이익이고, 누구에게 손해이고, 과연 그 노림수는 무엇일지, 그 기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교육부가 시행한 수학여행 금지안을 놓고 사람들의 의견은 상당히 엇갈리고 있다. '당연히 금지하는 게 옳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겨우 내놓는 방안이 그것이냐?'고 화를 내거나 조롱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나와 페이스북 친구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만 보아도 거의 반반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도 각자의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난 이번 학기에 한해서 수학여행을 금지하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건 분명히 좋은 일이지만, 지금 같은 일이 벌어진 시기에 수학여행을 간다는 건 가당치도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슴 한편에 품고, 많은 사람이 뉴스를 보며 눈물을 훔치는 이 시기에 하는 여행이 즐거울 리가 없지 않은가?
계속 수학여행을 금지한다는 것도 아니고, 이번 1학기 동안 수학여행을 금지해 수학여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을 바로 세우는 건 타당한 일이라고 본다. 뭐, 여행사 측은 울분을 토할 수 있고, 그래도 수학여행을 기대하고 있었을 아이와 부모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이 같은 시기에서 이런 방안은 아주 적절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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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기서 마냥 '금지해야 한다'고 해서 '금지'에서만 그 방안이 멈춰있어서는 안 된다. 전면적으로 수학여행 그 자체가 아니라 정부의 허술한 체계부터 시작해 수학여행 목적 그 자체가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수학여행은 그저 의미 없이 모두가 가는 곳에 모두 함께 의무적으로 가는 것이 관행이 되어 있다. 이게 무슨 아이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색다른 교육이 될 수 있겠는가?
좀 더 아이에게 가치 있는, 의미 있는, 신선한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는 색다른 곳을 여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의무보다 자발적인 권리로 여행의 참석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수학여행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학교에 들어가 처음 이 같은 여행을 할 때는 설렜지만, 지나갈수록 똑같이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또?'라는 감정을 느낀 사람이 적잖을 거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항상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는 일에서 창조성 결여는 물론, 어눌한 태도 때문에 갖가지 사고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게 바로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 볼 수 있었던 여러 문제 중 하나다. 늘 반복되어오던 허술한 체계의 지속이 문제를 크게 키운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엠피터
결국,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런 거다.
이번 1학기 수학여행 금지기간 동안 수학여행을 비롯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현장체험학습' 이름표를 따 시행되는 수련회 같은 활동에 '의무'가 아니라 자발적인 '권리'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것. 학교와 업체 사이에서 일어나는 어떤 비리를 철저히 조사해 인증되지 않은 업체와 계약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 늘 똑같은 곳만 똑같은 수단을 이용해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 정부의 위기관리 안전 메뉴얼을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에 수립한 메뉴얼을 다시 적용해 바로 세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사태를 악화시키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관계자의 엄중한 처벌과 관계 당국의 무책임한 태도를 바로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딱 이 다섯 가지를 이번 1학기 수학여행 금지 기간 동안 검토에 들어가 뿌리부터 철저히 뜯어고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야 이런 일이 조명되고, 논의된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하지만 적어도 다시는 이 어리석은, 아프기 그지없는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고쳐야 할 것이다. 정 의원 아들이 말한 '미개한 국민'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분명히 이번에 잘못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나는 이번 교육부가 말한 1학기 수학여행 금지안에 찬성한다. 그 금지기간을 발판으로 우리가 뜯어고쳐야 할 건 너무 많다. (뜯어 고쳐야 할 사람도 너무 많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수학여행'이 아니라 '수학여행으로 책임 대상을 바꾸려고 하는 관계부처와 정부 당국'임을 분명히 알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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