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과 겉치레를 좋아하는 한국의 이상한 문화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4. 2. 07:30
높은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평소와 다른 거짓을 가르치는 학교
학교에 다녔던 어린 시절, 종종 상급 기관에서 파견이 나오는 장학사와 교육감 등의 사람이 온다고 해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대청소를 시킨 적이 있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검정고시를 치거나 해외에서 학교 생활을 하지 않은 이상 거의 모든 사람이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가만 생각해보면 참 웃긴 일이다. 누가 온다고 해서 평소에 잘 하지도 않는 대청소를 시킨다… 뭐, 이건 깨끗하게 보일 필요가 있기 때문에 가볍게 넘어갈 수가 있다. 하지만 누가 온다고 해서 오로지 교복만 깨끗하게 입으라고 하고, 해당 시간 이동 경로에 있는 교사들은 모두 누가 보더라도 답답해 보이는 옷을 입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꾸미고, 평소에 쓰지도 않은 TV를 이용해 수업하고, 한국어로 하던 수업을 영어로 하고… 모든 게 한순간을 위해 거짓말로 포장해 보여주기식으로 포장을 한 일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해당 일을 추진하는 학교 운영위원회와 교사는 오로지 학교에 시찰을 오는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이런 일을 저질렀을 거다. 그런데 나는 이 일에 대해서 예나 지금이나 참 어떻게 해서도 좋은 생각을 가질 수 없다. 오로지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고만 했지, 그 밑에서 지시를 따르는 아이들에 대한 생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그런 비정상적인 거짓 포장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며 도대체 아이들은 무엇을 배웠겠는가?
이런 전시행정은 절대 교육에 좋은 영향을 미칠 리가 없다. 어렸던 그 시절에도 아이들은 어이가 없어 했고, 그런 아이들은 커서 그 문화를 바꾸기보다 그런 식으로 사회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나를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 그런 행동을 가르쳐줬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생활에서는 어느 순간에만 딱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허리를 숙이는 일은 여기저기 다 퍼져있다. 제일 가까운 예는 지금 다가오고 있는 지방선거를 맞이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태도다.
정치인은 선거 시즌이 다가오면 서서히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잘못했다고 사과하기도 하고, 두 번째에는 꼭 약속을 지키겠다고도 한다. 아마 선거 기간 중에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지 못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 일거다. 그들의 말이 진심일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8할은 거짓으로 보인다. 그들은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다. 애초에 대통령조차 그런 식으로 행동하니 다른 정치인이 오죽할까?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이런 전시 행정의 모습은 고칠 수 없는 하나의 당연한 모습이 되어있다. 언제나 장기적으로 어떤 것을 평가하기보다 단기적인 기간에 성과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게 평가받고, 항상 지금 당장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것에만 연연한다. 더욱이 이건 한 사람의 인생을 큰 영향력을 미치는 학생 시절부터 학교에서 겉포장만 화려하고 속은 볼품없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앞에서 말했지만 이런 문화는 학교의 교육 방식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직장 생활, 정치 행정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사회 활동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에 있다. 어릴 때부터 그런 학교와 어른들 밑에서 배우며 가치관을 형성했기에 끊임없이 대물림되며 이런 사태가 벌어진 거다. 우리나라에 만연하는 이런 보여주기 행정은 학교에서 시작해 우리 대한민국 전체를 좀 먹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부패지수가 줄어들지 못하고, 피해를 보는 사람은 계속 생기고, 사람들 사이에 '한순간만 잘 보이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거다. 불편한 진실을 선택하기보다 조금이라도 깨끗해 보이는 거짓을 선택하는 사람들. 이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힘을 손에 쥐고, 바보 같은 시민을 상대로 거짓으로 불편한 진실을 감추고 잇기에 우리나라는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쯤 '진실'을 바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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