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병역 의무제가 양성평등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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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바쁘지만,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한 우리나라의 양성평등


 우리나라에서는 근 몇십 년 동안 여성의 사회 진출 비율이 정말 눈에 띌 정도로 급속히 성장했다. 법원, 시청 등 공공기관을 찾을 때마다 여성이 남성에 배에 달하는 수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여성 CEO를 비롯한 기업과 사회 전반적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여성 리더를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대한민국의 대통령도 여성 대통령이기도 하고.


 이처럼 여성의 사회 진출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남성의 사회 진출 비율은 반비례해서 낮아지고 있다. 뭐, 여기서는 사회 진출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고 말하기보다 어떤 위치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더 옳은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여성의 사회적 능력을 다양한 분야에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남성보다 여성을 선호하는 스타일의 트렌드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트렌드 이유 이외에도 여러 이유를 남성들은 말하는데, 대표적으로 공분을 사거나 공감을 사고 있는 한 가지를 꼽자면 '병역의무제가 있는 남성이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사회 진출 준비를 하는 데에 큰 손해를 본다'는 의견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주장에 목소리를 높이는 몇 사람은 '여성에게도 병역의무제를 시행해 사회 진출 기회에 공정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모병제 준비를 위한 토대를 다지기도 했었지만, 애써 준비한 그 기둥 받침대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모두 철거되고 말았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가 시작되고 나서는 더 말할 것도 없이 모병제에 대한 작은 희망조차 가지지 못하게 되었고, 지금은 오히려 '여성 병역의무제'에 대한 의견에 더 많은 무게가 쏠리고 있다. (하지만 헌재소에서는 이 주장에 대해 기각했다.)


 그러나 난 여성 병역의무제는 얼토당토않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째서 여성 병역의무제가 양성평등으로 가는 길이고, 사회 진출 기회에 공정함을 주는 방안이라는 말인가. 내가 손해를 입는다고 해서 남도 똑같이 손해를 입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그건 양성평등은커녕 공정한 것도 아닌, 단순히 독재와 공산주의의 사상일 뿐이다.


 한국의 많은 사람이 이 같은 일에 대해 비슷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 비단 이런 시선은 병역의무제만이 아니라 다른 사회 문제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하여 우리나라의 사회 문제 해결 수준은 도통 나아지지 않는 거다. 공정한 기회는 모두 함께 좀 더 자유롭게 나아갈 기회가 주어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내가 발에 족쇄를 차고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발에도 족쇄를 채워야 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구글 검색 유엔


 우리 주변에는 남녀가 여러 가지 이유로 차별 혹은 편견에 시달리는 모습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위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는 유엔 여성인권단체에서 제작한 하나의 광고다. 여성이 입 부분에서는 '여성은 ~ 해야 한다.' 여러 문장이 적혀 있는데, 이처럼 여성은 지금 현시대에서도 많은 고정관념 속에서 차이가 아닌 차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옛날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회가 변화하는 속도에 의식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로 여 육사 생도가 연이어 수석을 차지하자 수석 점수를 매기는 평가 기준을 바꾼 육사학교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도 알고 있겠지만, 요즘 뉴스에서도 곧잘 여 육사 생도의 이야기가 나오고는 한다. 여기에서는 여자라서 겪는 편견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여성이기에 차별을 받거나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사례도 상당히 많다.


 이런 사례는 여전히 우리나라의 기성세대가 남성 위주의 보수주의에 사로잡혀 바뀐 사회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극단적인 예 중 하나다. 그리고 어디에서도 '남성이 여성보다 어떻게 더 높은 곳에 있어?'라는 말을 하는 보수주의적 관점의 사람의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는데, 이는 아직도 우리나라가 유교 사상의 가부장적 중심 사고방식에서 많이 탈피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구글 이미지 검색


 위에서 이야기한 사례가 조금 강한 사례일지도 모르겠다. 이 이외에도 우리가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사례는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아마 지금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가 떠오를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 여러 사례 중에서 '성(姓)'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하고 싶다.


 우리 사회에서 남성이 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그럴 수도 있지'라며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해석하기보다 하나의 받아들일 수 있는 농담처럼 가벼운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여성이 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어떻게 여자가 감히 그런 생각을 해?'라고 말하는 부정적인 해석이 대부분이고, 일부 사람은 '걸레'라는 비속어를 섞어 여성을 헐뜯기도 한다. 키스방, 안마시술소, 룸사룸 등에 흥미를 보이는 남성에 대해서는 '뭐, 호기심에 그럴 수도 있지'라는 시선이 지배적이지만, 그런 화제를 꺼내는 여성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분위기가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뭐, 그런 화제를 꺼내는 것 자체가 조금 부적절할 수도 있겠지만… 공통으로 '성(姓)'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할 때 못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난 생각한다. '성(姓)'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남성과 여성을 노골적으로 다르게 보는 건 분명히 공정하지 못한 대우다. 여성도 남성처럼 좋아하는 체위가 있을 수도 있고, 자신만의 성적 취향이 있을 수도 있다. 왜 그런 것이 금기 취급을 당해야 하는가?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성 문화에 대한 접근 시기가 옛날보다 훨씬 더 빨라졌다. 이미 평균적으로 중학교 1학년 때에 성 경험을 했다는 청소년이 있을 정도로 이미 우리가 예전에 생각했던 그 수준을 훨씬 넘어선 것이다. 그럼에도 성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하거나 제도를 마련하는 건 여전히 그 변화 속도에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서 있는 성교육은 매번 남성 위주에다가 형식적으로 성에 대해 설명을 하는 수준에 그칠 뿐, 실질적으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지식은 제대로 가르쳐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에 들을 수 있었던 한 성교육의 강사는 이 문제에 대해 자세히 지적을 해줬었다. 강사 왈, 성교육은 단순히 교과서에서 배우는 정자가 난자를 어떻게 만나고 하는 겉치레가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과 섹스를 할 때 콘돔을 어떻게 끼워야 하는지… 왜 피임을 꼭 해야만 하는지… 억지로 성관계를 맺으면 어떤 법에 따라 어떤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 과거 조두순 사건에서 볼 수 있는 성폭행이 얼마나 잔인했고 그 처벌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는지… 등을 말이다.


 나는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우리나라는 음주 범죄에도 관대하지만, 남성의 성범죄(여성의 성범죄)에 대해서도 그 처벌이 너무 미미하다. 미국이나 선진국은 아동 성폭행에 대해 징역 900년을 때려 평생 사회의 빛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데에 반해 우리나라는 중형이라고 해봤자 고작 12년에서 20년이 전부다. 성폭행을 당했던 아이가 성인이 되면 그 범죄자도 다시 사회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여성 병역 의무제가 양성평등이 될 수 없는 건, 모두가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이다. 공평하게 기회를 준다는 건 모두가 족쇄 없이 시작할 기회를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다리에 족쇄를 차고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같이 족쇄를 차야 한다는 건 독재이고, 공산주의다. 민주주의는 내 다리에 채워진 족쇄를 풀어 모두가 족쇄 없이 두 다리로 달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말한다.


 우리나라가 양성평등 사회로 발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공평함을 위해 자유를 선택하기보다 '내가 못하는데, 넌 왜 잘 살아? 너도 못 살아야지.'라며 함께 망하는 길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잘못된 고정관념 속에서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남녀 차별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나의 족쇄가 되고 있다. 내 다리의 족쇄를 풀기보다 다른 사람의 다리에도 족쇄를 채우려는 잘못을 바로잡지 않는 한, 우리나라는 앞으로 더 발전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거다.


 앞에서 이야기한 성(姓) 문제를 비롯한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여성과 남성의 차별은 그 족쇄를 모두 함께 풀고자 할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은 아직도 기성세대가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런 잔재가 남아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리더가 바뀌는 시점에서 우리는 분명히 이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 나와 같은 세대는 그런 차별을 인정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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