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 원 징역 3년, 1500억 탈세 집행유예인 이상한 나라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3. 15. 07:30
15만 원 절도 혐의 징역 3년, 1500억 탈세 징역 3년과 집행유예가 가능한 나라
우리 한국 사회에서 살다 보면 이유를 알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법원의 판결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도 그 같은 재판을 뉴스를 통해 지나가는 말로 듣거나 인터넷 기사로 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동 학대, 아동 성폭행, 성추행, 살인, 횡령, 사기 등의 범죄에 대한 처벌이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그 수위가 약한 그 판결을 말이다.
이런 판결은 누가 보더라도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앞서는 판결이다. 이와 관련한 인터넷 뉴스 기사에 달린 9할 이상의 댓글이 '이건 말도 안 된다.'는 의견을 강력히 피력하는 것을 항상 볼 수 있는데,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나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이 같은 범죄에 대한 판결 중에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처벌 수위가 확 눈에 들어올 정도로 너무 차이가 나기에 우리는 상대적으로 허탈감을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이런 이상한 현실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생계형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현실은 기득권의 입장에서 정책을 펼치고 있을 뿐이다. 참,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명박 정부 이후 서민의 시선에서 펼쳐지는 정책이 눈에 띄는 속도로 줄어들었다. 빚의 구렁텅이에 있는 서민을 구제하는 정책을 펼치기보다 오히려 더 깊은 빚의 구렁텅이에서 절망하도록 만드는 정책을 지금도 고수하고 있다. 빚을 청산하고 새롭게 다시 출발할 기회를 주기보다 오히려 더 빚을 만들어 생활하라는 부동산 정책, 세금 정책… 이게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저 대통령을 저렇게 만든 건 누구인지 비판을 안 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의 과거 고려와 조선 시대의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힘없고 가난한 백성들이 나라에서 부과하는 지나친 세금 징수를 이기지 못해 산으로 도망쳐 산적이 되거나 노비를 자처하기도 했다는 안타까운 사실을 배울 수 있다. 그런데 그 같은 일이 수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지금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거다. 아니, 재현이라고 말하기보다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편이 옳다고 생각한다. 늘 가진 자가 모든 것을 누리고, 가지지 못한 자는 언제나 피눈물을 흘리며 살 수밖에 없는 이 미친 사회가 말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기득권의 세력은 한 나라를 흔들 정도로 상당히 강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나라 정치인은, 아니, 거의 전 세계의 모든 정치인이 서민의 시선으로 정책을 펼치기보다 언제나 기득권의 눈치를 보며 정책을 펼치는 경향이 짙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연고주의로 한 나라의 경제를 아우르는 몇 개의 기업과 정부가 면밀히 연결되어 있어 그 부패를 막기 위한 수단은 거의 전혀 없는 실정이다. 그야말로 소수의 20%를 위해 다수의 80%가 희생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위에서 볼 수 있는 사건은 우리 한국 사회가 어떤 모습을 가졌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 대표적인 예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정말 딱 들어맞는다. 실패자라는 낙인으로 무엇하나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채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60대와 이미 많은 돈을 굴리고 있음에도 조금 더 큰 욕심을 부려 1500억 가량을 탈세한 김승연 회장. 둘의 범죄는 누가 보더라도 후자가 더 강하지만, 처벌은 전자가 더 강했다. 참으로 웃긴 일이 아닌가? (뭐, 김승연 전 회장이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시선이 상당히 많지만.)
물론, 법에 입건하였을 때 그 처벌은 타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 거다. 우리가 상대적으로 느끼는 감정을 재판에 포함하여 법이 객관적인 시선을 잃게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럼에도 이 판결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돈 있는 사람은 비싼 변호사를 통해 유죄도 무죄로 만들지만, 힘없는 사람은 무죄도 유죄가 되어 처벌을 받는 이상한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분노하며 '이런 세상을 말도 안 된다'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거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이처럼 이상한 판결이 정말 많다. 술을 먹었다고 해서 심신미약이라고 하여 죄가 덜어지고,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가 되는 그런 판결들이 말이다. 뭐, 여기에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분하면 돈 벌어서 부자 되던지.'. '네가 부잣집에서 태어나지 못한 게 죄다.' 등의 시선으로 사람들이 수긍하고 있으니 여기서 무엇이 바뀌기를 기대하는가. 우리 사회는 이 문제를 바꾸기 위해 발버둥 칠 정치인이 부족하니까.
지금 내가 이렇게 글을 쓴다고 해도 한순간 분노에 그칠 뿐이기에 참으로 한탄스럽다. 과거 노 전 대통령님께서 이루고 싶었던 사람 사는 세상은 이런 불합리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세상이었을 거다. 며칠 전에 노 전 대통령님의 차명 계좌 의혹이 모두 날조된 것으로 판결 났음에도 그에 대해 사과를 하는 기득권과 언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참, 어찌 이리도 빌어먹을 세상일까?
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지금, 우리 한국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미래인가? 과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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