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을 정상으로 판단하는 엇나간 군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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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기적이 일어나는 군대, 매번 형식적인 절차에만 그치는 군의료 시스템


 얼마 전부터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뉴스가 하나 있다. 김연아 열애 소식이 아니다. 그보다 더 우리가 무게를 두고 알아야 하는 이야기다. 한 군인이 군대에서 있는 정기 건강 검진 검사의 X레이 검사에서 종양이 발견되었지만, 후속 군의관이 서류를 제대로 보지 않은 탓에 악성 종양 4기로 발전하면서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안타까운 일이다.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이 사실은 '악성종양'이라는 조금 어려운 용어로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 누구나 다 아는 언어는 '암'이다. 군대에서 암이 걸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이지만, 초기 검진 이후 몇 차례 가슴의 통증을 호소했으나 군대의 의료시설에서는 감기약 등의 처방만 할 뿐… 어떤 대처도 똑바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의 증상을 본 군의관 한 명이라도 그의 진단 기록 카드만 제대로 보았더라면 바로 확인이 가능했던 일이었음에도 그 일을 게을리하는 바람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해버리고 만 것이다.


 군대 내에서 이런 극단적인 사례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의료과실 사고가 한두 번 발생한 것이 아니다. 언론에 노출된 것만 해도 수십 건에 달하고,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채 피해자로만 고통을 받는 사건은 우리가 미처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누군가는 군대가 깨끗해졌다고 말하지만, 그건 지나가는 개도 웃을 헛소리다. 얼마 전에 보았던 《추적 60분 위기의 진짜 사나이》 편에서는 얼마나 끔찍한 일이 지금도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KBS 위기의 진짜 사나이


 흔히 사람들 사이에서 군대에서 죽으면 개죽음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군대에서 구타 등의 가혹행위를 당해 죽든… 의료과실로 병이 커져서 죽든 관계없이 군대는 웬만해서는 그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회피하기 급급하고, 오히려 그 죽음에 대한 책임을 사망자에 대한 책임으로 되돌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자행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이 같은 일이 뉴스에 보도되면서 커졌으나 갑작스럽게 쏙 들어가버렸다. 외압이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입대 전까지 멀쩡했던 아들이 군대에서 의문사로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오거나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몸으로 돌아와도 군대에서는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참, 누가 만든 말인지 몰라도 군대에서 죽으면 개죽음이라는 말이 참으로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오래전에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요즘 군대는 군대도 아니라고 곧잘 말한다. 가당치도 않은 헛소리다. 군대가 군대도 아니면, 지금 이 군대는 뭐라는 말인가. 폐쇄적인 공간에서 폭력을 훈련받는 그곳에서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게 오히려 헛된 망상이다. 개방된 이 사회에서도 그 같은 일이 발생하는데, 사람들의 눈이 미치지 않는 군대 같은 곳에서 오죽하겠는가? 심하면 더 심했지, 절대 덜하지는 않는다고 확신한다.


ⓒKBS 위기의 진짜 사나이


 지난달에 나는 군대에 있는 동생으로부터 '죽고 싶다'고 말하는 전화를 받았었다. 군대에 들어가기 전에는 멀쩡했던 동생이, 아니, 정확히는 4주 훈련기간을 멀쩡히 아주 잘 마쳤었던 그 동생이 자대 배치를 받고 나서 이상해진 것이다. 거기에는 한 하사가 동생이 '죽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괴롭혔었던 것이 원인이었다.


 몇 가지 과정을 거치면서 그 하사의 괴롭힘 문제는 일단락된 듯하나 동생은 그 일이 계기가 되어 군대 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몇 번이나 '너무 힘들다.' '사람들 때문에 정신 나갈 것 같다'는 등의 전화를 어머니와 내게 했었고, 갑작스럽게 친척들에게 '돈을 붙여달라'고 전화하는 등 뭔가 꺼림칙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 동생은 그린캠프라는 곳에 참여하여 심리 치료를 받고 있는데, 아마 그런 과정을 거치더라도 심리적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듯하다. 군대에서 제대하더라도 사회에서 그 심리 부담을 견뎌내는 건 보통 일이 아닐 테니까. 이 모든 게 다 군대에서 볼 수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만든 폐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군대의 이 같은 문화 속에서 군의관이, 군 상부가 성실하고 바른 마음가짐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상하 명령구조가 강하고, 억압적인 분위기가 강한 그곳에서 그저 한 사람을 한 마리의 개로 취급하는 그 세상 속에서 무엇을 기대한다는 말인가. 군인은 나라의 멍멍이 역할을 할 뿐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이 키우는 애완견이 병들면 아무 곳에서 버리듯이 군대에서도 병들면 애완견 내다 버리듯이 사람을 내다 버린다. 그게 바로 지금 군대이자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다음 뉴스 댓글


 위에서 볼 수 있는 댓글 이미지는 이번 악성종양 4기 판정을 받은 사실이 보도된 한 기사의 댓글과 군 비리가 보도된 한 기사의 내용이다. 아마 자칭 보수라고 말하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이외에 대다수가 공감하는 댓글이 아닐까 싶다. '종합병원에 가면 멀쩡한 사람도 병신이 돼서 나오고, 군 신검을 받으면 병신도 멀쩡한 사람이 돼서 나온다'는 말. 어찌 이렇게 우리 현실을 잘 표현했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었다.


 군의관의 경솔한 태도는 댓글에서 볼 수 있듯이 신검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내가 이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을 때 관계자로부터 "군의관은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가 아니다. 하루에 수백 명을 병무청에서 보는 의사일 뿐이다. 그러니 모두한테 일일이 신경 쓸 수 없으며, 그 사람들은 어떤 사람을 보더라도 한눈에 판단할 수 있다. 그건 실력이 있어서 그런 것이니 불친절한 것이 아니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대답을 듣고 난 몇 초 동안 사고가 정지했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도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 자리에서는 억지로 쓴웃음을 지으며 '그런가요.'하며 넘어갈 수밖에 없었지만,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 곳이 도대체 우리나라 내에서 몇 군데나 있을까. 아마 손가락으로 세지 못할 정도로 존재할 것으로 생각한다.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는 목적이 성심성의껏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왜 의사가 된다는 말인가? 돈을 잘 벌기 위해서? 그리고 한눈에 판단이 가능하다고? 대형 병원의 전문적인 의사도 감히 그런 말은 내뱉지 않는데, 군의관은 참으로 명의 중의 명의만 모였나 보다. 그런데 어찌 이 같은 오진이나 기록도 체크하지 않아 병을 키우는 단순무식한 의료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걸까? 이해할 수 없다. 그렇지 않은가?


ⓒ각시탈


 난 우리 한국 사회를 보면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런 문제가 한두 번 있는 것도 아니고, 어느 순간 갑자기 터진 것도 아니다. 그런데 모두 해결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관심조차도 제대로 가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저 '그럴 수도 있지', '네가 운이 안 좋은 거야'라고 말하며 그냥 넘어가기 바쁘다. 무슨 대한민국에서 삶을 사는 것 자체가 로또 당첨에 돌려지는 로또 볼인가?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군대에서 볼 수 있는 이런 문제가 고쳐지지 않는다면, 그 어느 부모가 자신의 소중한 자식을 군대에 보내려고 하겠는가? 문득 욕하기만 바빴던 고위 인사 층이 국적 포기를 하면서까지 제 자식을 군 면제시키는 이유를 새삼 이해가 된다. 우리는 그들을 손가락질하지만, 그들은 누구보다도 이 잘못된 사회에서 현명한 선택을 한 사람들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그들은 그 높은 위치까지 비난을 감수하면서 올라갔을 테니까.


 정말 간곡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어 강제징용에 버금갈 정도로 사람을 끌고 가는 군대의 잘못된 방식은 이제 바뀌어야만 한다. 사람을 사람답게 대우하지 못하는 환경을 바뀌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는 점점 더 잘못이 깊숙이 파고들어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고, 손조차 쓸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질 것이다. 한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을 가진 나라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국민을 치와와보다 못한 취급을 하는 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하루빨리 비정상에서 벗어나 정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말하는 잘못된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니라 제대로 된 비정상의 정상화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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