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과 도덕과 사욕 사이의 딜레마에 빠진 한국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3. 11. 07:30
사람들은 곧잘 '준법 정신과 도덕'을 논하지만, 실제 우리는 사욕에 따라 움직인다
우리는 한국이라는 국가의 시민으로 국가에 제정된 법을 준수하며 최소한의 도덕을 지키면서 한국의 시민으로 살고 있다. 하지만 세계는 점점 차별과 독점과 이기주의가 더 심해지고 있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면서 도덕이 사욕에 밀려나면서 도덕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재산 분할 다툼과 채무로 인한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며칠 전에 인터넷 뉴스를 통해 볼 수 있었던 부산에서 일어난 2억 현금 차량 도난 사건과 꾸준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 한 대 기업 직원이 1,000억을 넘게 횡령해 해외로 도피한 사건, 빚으로 인해 세 모녀가 자살한 사건… 등 지금 당장 사례를 생각해보아도 생각나는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이 이외에도 우리는 준법과 도덕, 사욕 사이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남을 배려해야 한다',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법을 지켜야 한다.' 등의 말을 통해 법을 지키고 도덕을 지켜야만 한다는 가르침을 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배웠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릴 때 배웠던 그 가르침이 세상의 법칙이 아닐뿐더러 상당히 모순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것을 누군가는 '슬픈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느 나라의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 준법정신이 투철한 사람과 도덕적으로 착한 사람은 항상 손해를 감수하며 사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우리는 한 해, 한 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같은 사실을 배운다. 한때 '남을 배려해야 한다',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법을 지켜야 한다' 등의 말로 법과 도덕의 중요성을 가르쳤던 부모님과 선생님도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 혹은 불리한 건 깡그리 무시하는 모습을 우리는 너무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점차 이런 사회에서 생활하는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런 사람들의 모습에 물들게 되고, 가끔 법을 지키지 않거나 기본적인 도덕을 무시하는 우리 모습을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한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무서운 말과 생각. 그런 생각이 계기가 되어 끔찍한 일로 치달을 때가 종종 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다수가 '당연하게' 여기는 특정 행위가 있을 것이고,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 가정형이 아니라 명백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죄송합니다.)
이런 식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나는 가끔 '이런 식으로 내가 행동해도(살아도) 되는 걸까?'는 딜레마에 빠질 때가 있다. 이런 의문을 가질 때마다 곧잘 사람들에게 들었던 말은 '융통성 있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융통성 있게 살라는 말은 적절히 법도 어길 수 있어야 하고, 적절히 부도덕할 수 있어야 하고, 적절히 사욕을 위해 행동하며 이익을 거둘 수 있어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사람이 다양한 상황에서 이 같은 말을 들어보았지 않을까.
우리는 이런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잘못을 잘못으로 보지 못하고, 잘못을 바로잡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어떻게 바꿔? 그러는 사람이 한둘이야? 괜히 세상 어렵게 살지 말자고', '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정치와 사회 문제에 관심 가질 이유가 뭐 있어?',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 그래서 뭐? 누가 되든 우리가 먹고사는 건 똑같아' …라고 말하며 준법과 도덕과 사욕 사이에서 이상한 결론을 만들어낸다.
지금 우리나라에 터져 있는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사건(오리무중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학교 폭력,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묻지 마 범죄, 소외 계층의 자살, 을에 대한 갑의 횡포, 군대와 사회 속에서 비정상의 정상화… 다양한 문제가 이런 이상한 결론을 가지고 있는 사회 구성원 사이에서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겨지지 않기에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지 않고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전 세계의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한국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이 이상한 사회 환경은 그 수준이 조금 지나친 듯하다. 준법과 도덕과 사욕 사이에 딜레마에 빠진 한국 사람은 대체로 사욕으로 판단력이 흐려져 잘못된 판단을 하고, 그 잘못을 잘못으로 인지하지도 못한 채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어가고 있다. 이는 정말 위험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건강해지고, 조금 더 깨끗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이 딜레마 속에서 우리는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법과 도덕을 고민하고, 개인적 욕심과 사회적 욕심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아야 한다. 나만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그저 이윤 추구라는 경제적 동기가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선한 동기'로 길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우리 대한민국은 조금 더 사람 사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뭐, 지금 당장 이 글을 쓰는 나도 그 딜레마 속에서 고민하며 헤매다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사람들에게 쓴소리를 할 처지가 되지 못하고, 어떤 결론도 반듯이 내놓지도 못한다. 하지만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하는 것 자체가 이 딜레마 속에서 현명한 선택, 아니, 선한 동기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큰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문화 이야기/독서와 기록] - 정의에 물음표를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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