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한국이다

성장통을 겪는 대한민국의 시민으로 산다는 건…

 지난 2월 25일 화요일에 참석했었던 《MBN 포럼 2014》에서는 김난도 교수님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블로그로 MBN 포럼 2014에 다녀왔습니다》는 글에서 자세히 이야기했었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었던 하나의 소재로 글을 쓰려고 한다.

 김난도 교수님께서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도서 이후 국민적인 멘토가 되셨는데, 교수님께서는 그 이후 메일로 다른 후속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서 들으셨었다고 하셨다. 교수님의 한 지인분께서는 중년이 제일 아프다며 '결리니까 중년이다'고 말했었고, 어떤 중학생은 '중딩이 제일 아프다'고 메일을 보냈었다고 말씀해주셨었다.

 이 이야기를 웃으며 듣다 보니 나는 문득 좀 더 전체적인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 사는 많은 사람이… 청춘이나 중딩이나 노년이나 중년이나 어느 테두리와 상관없이 거의 모든 사람이 아프니까. 이 글의 제목인 《아프니까 한국이다》는 그런 생각을 토대로 짓게 되었다. 그리고 이 글도 김난도 교수님의 강연을 들으며 내용을 정리할 수 있었다.

 글쎄, 이 같은 내 생각에 이전부터 지금까지 부유하게 잘사는 기득권은 공감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여기저기서 끙끙 앓는 울부짖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우리 한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OECD 국가에 들어가고 G20에 들어갔지만, 사회문화적으로는 여전히 더디게 성장하면서 문화 지체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의 삶의 질을 높여주지 못하는, 특히 우리나라 내에서 볼 수 있는 연고주의로부터 시작하는 여러 부패는 정치와 기업을 가리지 않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자체를 좀먹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어찌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MBC

 국정원의 불법 선거 개입으로 당선된 대통령 때문에 아프고, 거짓말하는 대통령과 정치인 때문에 더 아프다. 한국 사회의 군대 문화 때문에 아프고, 뼛속까지 자리 잡은 서열주의 때문에 더 아프다. 학력지상주의 때문에 아프고, 어른들이 떠맡긴 무거운 짐 때문에 더 아프다. 반값등록금을 실현한다는 거짓말을 한 정치인과 대학 학장 때문에 아프고, 대학을 졸업해도 신용불랑자가 되어 더 아프다. 바른 역사를 이야기해도 친일파와 기득권에 밀려 아프고, 친일파 후손은 득세하지만 독립군 후손은 종북 빨갱이가 되어 더 아프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 있다는 헌법이 무시당해 아프고, 오늘도 누군가는 공권력의 희생물이 되어 더 아프다. 한창 청춘의 중요한 시절에 군대에 끌려가야만 해서 아프고, 군대에서 괴롭힘과 부대의 과실로 죽어도 외면하기만 해서 더 아프다. 가해자가 남 모르게 괴롭혀서 아프고, 신고해도 피해자가 억울한 누명을 써서 더 아프다. 살기 위해서 몸부름치느라 아프고, 용역 깡패에게 폭행을 당해 더 아프다. 누구나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복지가 아니라 아프도, 선택적 복지 자체를 몰라 더 아프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이혼 가정이 늘어나 아프고, 아이의 피눈물과 방황 때문에 더 아프다. 인녕하신가요를 묻지만 안녕하지 못해 아프고, 세상은 안녕을 묻지 말라 하기에 더 아프다. 부패와 비리가 일상이 되어 아프고, 진실은 항상 밝혀지지 못한 채 끝나 더 아프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건 아플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아직 성장통을 겪으면 성장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고쳐야 할 사회 문화와 제도가 너무도 많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우리 한국은 경제적 수준만 선진국에 올랐지, 나머지는 전부 중·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돈은 어른처럼 많이 벌지만, 그 쓰는 방식은 경제적 관념이 자리 잡지 못한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너무 아프다. 아프니까 한국인거다.

 여기서 내가 한 이야기 이외에도 좀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자신만의 그 아픔을 이 글에 댓글로 남겨 좀 더 많은 사람이 아픔을 공유하고, 서로의 아픔을 토닥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어느 아픔이라도 '내 상처가 제일 아파'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게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니까. 지금 글을 쓰는 나도 한국에 만연하는 단기적 결과 집착 주의에 아프고, 혼자 아등바등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아 더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