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광고 논란을 통해 본 한국의 불편한 진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2. 21. 07:30
'너는 김연아가 아니다' 광고 논란 속에서 엿볼 수 있었던 부패한 대한민국의 현실
얼마 전에 모 기업에서 공개한 김연아 광고가 상당히 논란이 되었다. 더욱이 그 광고 영상은 소치에서 김연아 출전을 코앞에 두고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빠르게 퍼졌었다. 그 광고 속에서 김연아의 모습에 '너는 김연아가 아니다. 너는 한 명의 대한민국이다.' 등의 말도 안 되는 자막을 넣은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 광고 영상에 분노한 한 네티즌이 '나는 김연아다'로 패러디 광고를 만들어 공개하였다. 그 영상은 정말 많은 사람의 호평을 받으며 삽시간에 인터넷으로 퍼졌는데, 그 동영상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위에서 볼 수 있는 광고 동영상이 바로 문제의 '너는 김연아가 아니다.' 광고 동영상을 보고 반발하며 한 네티즌이 만든 동영상이다. 참, 보는 내내 가슴이 뭉클해졌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한 번 더 재생을 눌러보았는데, 김연아의 그 아름다운 모습이 그저 '대단하다' '자랑스럽다' 말 이외에 어떤 말도 나오지 않게 한다. 우리 대한민국은 김연아에게 제대로 해준 것이 하나도 없다. 피겨 약소국의 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 김연아라는 화려한 꽃이 피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절대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일 거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소치 올림픽에 출전하는 김연아를 일종의 홍보 마케팅으로 활용할 생각만 할 뿐, 그녀에 대한 작은 배려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고 있다. 이번 광고 영상에서 볼 수 있었던 건 말도 안 되는 국가의 논리와 함께 김연아에게 정말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하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기성 언론에서는 심심찮게 김연아를 직·간접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종종 읽어볼 수 있었고, 안현수 사건으로 많은 질타를 받는 빙상연맹 또한 김연아에게 무엇하나 제대로 지원해주기보다 김연아의 성과에 숟가락을 언질뿐이라 참 기가 막힌다.
이번에 소치 올림픽에 출전하는 김연아의 연기를 앞두고 논란이 되었던 '너는 김연아가 아니다.' 광고는 우리나라의 이 기막힌 현실을 잘 보여준 예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우리 대한민국이 아시아 선진국 중 부패 순위가 가장 높은 나라로 나왔다는 사실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번에 논란이 된 광고 동영상을 보면 '역시, 그럼 그렇지.'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그렇지 않은가?
너는 김연아가 아니다, ⓒLPG E1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러시아의 영웅이 된 빅토르 안(안현수)의 귀화 사건을 계기로 빙상연맹의 파벌에 대한 논란에 불 붙었는데, 이 같은 파벌의 문제는 체육계에만 아니라 정치계부터 시작해서 우리나라 전반적으로 깊게 그 썩은 뿌리가 단단히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 내에서도 부패 순위가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 같은 문제를 전혀 개선하지 못하는, 아니, 애초에 잘못이라고 인지하지도 못하는 도덕 불감증이 심각한 건 이 '파벌'에 그 원인이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학교, 같은 지역, 같은 군대… 등 다양하게 끼리끼리 묶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은 다양한 이유로 '당연히 눈 감아주고, 당연히 대접해줘야 한다'는 잘못된 문화(사고 방식)가 뿌리 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이 같은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말미암은 끼리끼리 파벌로 혜택을 보았던 사람이 있을 것이고, 손해를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문화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회 문제는 겉으로 드러난 문제도 이미 적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심각한 수준으로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 같은 문제는 좀처럼 해결될 낌새를 볼 수 없기에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다.
한국의 이런 병폐적인 문화로 인한 도덕 불감증은 우리나라 내를 넘어서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기업가와 그 직속 부하들 사이에서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쉽게 생각해보자. 얼마 전에 국내에서 일파만파 커졌던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의 아프리카 예술박물관에 고용된 아프리카 인을 반노예로 취급한 사건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내에서 썩은 물이 얼마나 많은지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이 썩은 관습은 아마 몇백 년이 지나도 해결될 수 없지 않을까?
삼성의 이중적인 모습, ⓒ노지
힘 있는 자들에게 힘없는 자들은 그저 '반노예'나 다름없는 대우를 하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물론, 모든 힘 있는 자들이 그런 건 아니다. 힘없는 약자의 편에 서서 모두가 "네"라고 대답할 때, 혼자서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인물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인물들도 언제나 막강한 기득권 세력의 힘에 눌려 어느 순간에 사회에서 볼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만다. 참, 뭐라고 말해야 할까. 도무지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내가 너무 우리나라를 부정적으로만 본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는 '정'이라는 좋은 문화가 있고, 모두 다정다감하게 다른 사람을 친절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정말 많다고 말하면서…. 물론, 그런 부분을 나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정'이라는 문화도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한쪽으로 보았을 때는 좋은 이미지이지만, 또 다른 한쪽은 연고주의 속에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해석할 수 있기에 무조건 좋은 문화라고만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김연아처럼 척박한 토지 위에서 홀로 핀 아름다운 꽃을 보면, 그 아름다움에 반해 그 꽃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게 보호해주지 않는다. 전 세계 사람이 '대단하다'고 칭찬을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저게 뭔데 난리야? 어쭈? 혼자 튀어나오네?' 하며 그 꽃을 꺾어버리려고 한다. 한때 우리나라 태극 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했던 안현수 선수가 러시아로 귀화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도 김연아가 받아야만 하는 좋지 않은 시선도 그 때문이고.
아름다운 김연아,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그 말이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발언이었다면,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할 건 국정원 개혁과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 그리고 공정성을 잃은 법과 검찰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나기는커녕 매번 어디를 가나 '대박'이라는 말을 하면서 국민의 말을 듣지 않고 있다. 그래서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그 말이 '부패의 일상화가 아니냐?'는 아니꼬운 말로 해석하는 사람이 있고, 지금도 우리나라 내에서 일어나는 이 같은 파벌 중심의 욕심은 우리나라를 썩게 하고 있는 것이다.
자칭 보수 혹은 애국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우리가 일본보다 낫지 않느냐?'고 종종 반박한다. 내가 보기에는 오십보백보다. 아베와 박근혜가 다른 것이 무엇이며, 일본의 극우와 우리나라의 극우가 다른 것이 무엇인가. 이 어리석은 생각으로 돌아가는 사회가 바로 우리가 사는 사회의 불편한 진실한 모습이다.
논란이 된 '너는 김연아가 아니다'는 문구를 바탕으로 한 김연아 광고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광고로 떠오른 논란과 아시아 선진국 부패지수 1위라는 결과를 보니, 딱 이 한 마디가 떠오른다. 이 한 마디는 이 글을 마무리하는 데에 딱 적절한 말이지 않을까 싶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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