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김연아의 은메달은 값지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2. 23. 07:30
마지막 소치 올림픽에 출전한 김연아의 은메달, 그녀는 모두의 꿈이었다.
소치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고 있던 김연아의 올림픽은 그 막을 내렸다. 김연아의 피겨 점수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은 어떻게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이미 모든 결과가 공식 발표가 되고, 많은 사람이 결과에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거나 웃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래저래 말을 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녀의 무대는 그렇게 막을 내리고 말았는데….
많은 사람이 김연아가 금메달을 획득하며 올림픽 2연패라는 화려한 영광 속에서 그녀가 은퇴하기를 바랐을 것으로 생각한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올림픽 무대에서 화려하게 날아오르는 김연아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이 웃으면서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 이야기 속에서 김연아가 역사의 한 주인공으로 멋지게 남기를 기대했지 않을까. 지금 글을 쓰는 나도 그랬었으니까. 그래서 그 기대만큼 이번 결과에 대한 아쉬움이 정말 클 것이고, 공정하지 못했던 의문으로 분노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아쉬움과 작은 분노가 김연아 본인보다 더 크겠는가. 그저 초연한 태도로 김연아에게 최고의 갈채를 보내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김연아는 최선을 다했다. 누구보다도 정말 더 열심히 했고, 누구보다 더 아름다웠다. 우리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김연아는 영원한 피겨여왕 김연아다. 그러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지금은 괜히 김연아에게 점수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걸어온 길에 대해 아낌없는 최고의 갈채를 보내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비록 김연아는 그녀의 마지막 올림픽이었던 소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지는 못했지만, 피겨스케이팅을 하는 선수들에게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많은 것을 남겼다. 최고라고 칭찬을 받던 그녀가 은퇴 이후 다시 복귀선언을 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피땀 흘리며 연습을 했을까. 우리는 김연아 본인이 홀로 겪었을 그 과정을 감히 상상할 수 없다. 세계 최고라고 찬사를 받던 그녀가 다시 한 번 더 최고의 자리에 오르며 그 영광을 영원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은퇴하는 것도 정말 멋졌을 것이다. 하지만 최고의 자리를 자신의 뒤를 이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고 떠나는 모습도 정말 멋진 모습이다.
본래 최고의 자리라는 건 한 사람이 독식하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은 그 자리를 자신의 뒤를 이을 사람에게 물려주고 떠나는 법이다. 가야 할 때를 알고, 가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게 진정 아름다운 모습이자 한 때 세계 최고라고 불렀던 사람의 가장 멋진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올림픽에서 비록 금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새로운 유망주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고 은퇴를 할 수 있게 된 건 분명히 멋진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비록 오심 논란이 있었지만 말이다.)
김연아는 한국에 혜성처럼 날아난 한 명의 돌연변이였다. 파벌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한국의 썩은 체육계 시스템에서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그런 돌연변이였다. 김연아는 그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그녀는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 거의 세계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찬사를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오로지 그녀 홀로 이루어낸 성과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 차후 한국에서 또 다른 김연아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것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기에 다른 사람은 다를 수도 있다. 김연아의 눈부신 활약을 통해 그동안 오지에서 외면받던 피겨 꿈나무들이 새롭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내에서는 피겨스케이팅이나 인기가 없는 분야에 대해서는 지원이 약하고, 체육계와 사회 전반적으로 깊게 뿌리 내리고 있는 파벌 중심의 연고주의가 너무 강해 새로운 싹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건 힘든 일이다. 몇 번이나 다른 글에서 말했었지만, 이 같은 우리나라의 악습은 우리나라가 더 발전하지 못하는 데에 아주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 최고라 찬사를 받던 김연아가 이렇게 마지막 무대를 은메달로 은퇴하는 것이 더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평창에서 다시 한 번 더 도전하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개인의 지나친 욕심이다. 이미 김연아는 정말 힘든 길을 홀로 걸어왔고, 자신을 보고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보답해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세계 최고의 자리를 피겨스케이팅에 꿈을 식도 있는 다음 세대에 넘겨주었다. 피겨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을 본인이 맡은 역할을 완벽히 해내었다고 난 생각한다.
앞에서도 말했었지만, 이제 우리가 그녀에게 해주어야 하는 건 '오심 논란과 관련해 그녀의 심정을 묻는' 그런 몰상식한 행동이 아니다. 우리는 그녀가 지금까지 이뤘던 모든 것에 최고의 갈채를 보내는 것이다. 나와 같은 90년생이라는 같은 나이에 세계 최고의 무대에 올라 모두에게 꿈을 보여주고, 꿈은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준 김연아. 그녀는 정말 최고였다. 그 어떤 묘사를 하더라도 도무지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빛났다.
이제 그녀는 은퇴를 통해 피겨여왕 김연아가 아닌, 김연아로서 또 다른 삶을 살아가기 시작할 것이다. 나는 앞으로 김연아가 하게 될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고 싶다. 앞으로 무엇을 하더라도 그녀의 앞에 늘 행복한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개인적인 욕심으로, 언젠가 인연이 닿는다면… 꼭 한 번 직접 만나 그녀가 걸어온 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다. (책이나 블로그에 기록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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