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뒤주 스터디룸, 부모의 잔인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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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와 외부 잠금장치 스터디룸, 당신에게 있어 아이는 노비입니까? 자식입니까?


 공부, 공부, 공부, 공부, 공부, 공부, 공부… 어릴 때부터 우리가 우리의 입으로 '살기 힘들다' '살기 싫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한민국의 많은 부모가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한다. 높은 성적을 받아서 좋은 고등학교, 좋은 대학교에 가서 좋은 직장에 취직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 속에서 오늘도 많은 부모가 아이에게 공부만을 강요하고 있다. "꿈이든, 인성이든, 역사든, 사회 문제든… 그런 건 필요 없으니까, 넌 그런 쓸데없는 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공부나 해."


 학력 지상주의가 만연한 우리 대한민국에서 지레짐작할 수 있는 일이지만,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너무 지나친 부모가 많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는 시간, 내가 즐길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건 당연한 권리다. 어릴 때만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존중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 모든 건 오로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서는 그 자유가 박탈당한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에 갔을 때, 이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학에 들어가면 '남보다 더 높은 스펙을 쌓아서 더 좋은 직장에 취업해야 한다'는 이유로 그 자유를 박탈당한다. 그래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자유가 생기던가? 아니다. 직장에서도 '남들에게 밀리지 않는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이유로 또 자유를 박탈당한다. 평생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즐길 수 있는 일을 하지 못한 채… 악습에 질질 끌려다니는 노예로 살아간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그런 환경 속에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부모님의 심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다른 아이도 이렇게 하니 내 아이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그 압박감 속에서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리고 지금 자신의 삶이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해서, 공부를 잘하지 못해서 이런 식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 가엾은 생각이 얼마나 삶을 짓누르고 있겠는가. 하지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다. 자신의 안일한 생각이 아이가 느낄 무거운 짐을 생각한다면, 당장 고쳐야만 한다.


 아이들은 학기 중 내내 학교와 학원을 전전하느라 제대로 친구와 놀 시간도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도 없다. 부모님 몰래 컴퓨터 게임을 하다 부모님께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며 컴퓨터를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건 늘 부모님 몰래 한다. 혹여나 부모님께 들키면, 부모님 이상으로 힘들어한다. 이성 친구와 사귀다 성관계를 맺은 한 여고생이 투신한 것도 그런 이유이고, 부모의 지나친 기대를 견디지 못해 자신의 손으로 부모를 살해하거나 집 바깥으로 뛰쳐나가 거리를 헤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현대판 뒤주, 스터디룸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건 '현대판 사도 제자의 뒤주'라고 불리는 '스터디 룸'이라고 불리는 가구의 모습이다. 이 가구는 가로 1.1미터, 세로 0.8미터 정도로 상당히 작은 가구인데, 이 가구가 무려 2백만 원이 넘는 가격이라고 한다. 더 가관인 건, 아이에게 집에서 독서실처럼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다는 명목으로 이 가구를 구매하는 강남 엄마들이 많다고 한다. 참, 뭐라고 말해야 할까. 도무지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저 가구 '스터디 룸'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게 과연 정상이라고 생각하는가?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나는 '이건 명백한 비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방학 동안에도 학교에서 하는 방학 보충 수업과 학원에서 하는 특별 수업을 듣느라 종일 자유를 박탈당한다. 그런데 집에서도 이 같은 '현대판 뒤주'라고 말할 수 있는 '스터디 룸'이라는 감옥에서 지내야 한다면, 어떻게 아이가 공부에 대한 부담감을 버틸 수가 있겠는가. 부모의 지나친 욕심에 아이는 처절히 무너질지도 모른다. 심지어 이 가구에는 외부에서 잠글 수 있는 장치와 CCTV 혹은 종까지 달아서 아이를 감시할 수 있다고 하니, 이건 완전히 아이를 한 명의 인격체로 여기고 있다고 볼 수도 없을 정도로 잔인한 가구다.


 이 가구를 구매해서 아이에게 이곳에 들어가 '공부하라'고 지시해놓고, 몇 시간 동안 문을 잠그고 있다면 어떨까. 이건 교육일까? 아니, 절대 교육이 될 수 없다. 이건 '아동학대'라는 잔인한 범죄일 뿐이다. 누군가는 '산만한 아이가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해서 이런 가구가 필요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참, 웃긴 말이다. 아이가 산만한 건 어릴 때부터 지나친 선행 학습을 비롯한 공부로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어 그럴 가능성이 크다. 단지, 부모가 그 사실을 외면하고 있거나 정신과 진료를 받아 보지 않았을 뿐이다.


 어떻게 아이에게 '이게 다 네 미래를 위한 일이란다.'라고 말하며 이런 가구를 선물해줄 수 있을까. 이런 잔인성이 보이는 가구임에도 날개 돋친 듯 팔린다니, 우리는 도대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할까. 참,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이다. 아무리 우리나라 교육이 막 나가더라도 이건 아니다. 너무 심하다. 말도 안 된다. 그냥 편한 독서실 책상이라면 몰라도, 이 정도로 아이의 자유를 억압하는 가구는 '고문 도구'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이 가구를 만든 제작자를 탓할 수는 없다. 이런 가구가 탄생하고, 판매되는 건 엄연히 '수요 시장'이 있기 때문이니까. 공급자는 돈을 벌기 위해서 이런 가구를 제작한 것이기에 경제적으로 타당한 행동이다. 우리가 잘못을 지적해야 하는 건 이런 시장이 탄생하게 한 부모의 잘못된 사랑이자 잔인한 욕심이다. 자신의 아이를 소중히 여긴다면, 아이를 가둬두고 공부를 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건 이미 부모로서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을 때에도, 당신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 때에도, 어디에 있는 한 아이는 '현대판 노예'가 되어 부모님의 꿈과 욕심을 위한 인형으로 자유를 박탈당하고 있을 것이다. 정말…, 간절히 바란다. 부디 우리나라 모든 청소년에게 '자유와 행복할 권리'가 인정받는 날이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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