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에서 들은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
- 일상/사는 이야기
- 2014. 1. 21. 07:30
'북카페 두잇'에서 들은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
얼마 전에 책장에 꽂혀 있는 책 중에서 읽지 않는 책을 가지고 아는 지인이 운영하는 북카페를 찾아갔었다. 내가 카페에 찾아갔을 때에 그곳에서는 두 개의 모임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하나는 강의인 듯했고 하나는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인 듯했다. 카페 구석에 앉아서 혼자 가지고 온 책을 조금씩 읽어보며 어쩔 수 없이 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영화 한 편을 보고 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영화 한 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사는 이야기였었다.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에서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었고, 내가 모르는 분야의 이야기도 있었고, 내가 잘 모르는 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우리가 한 번쯤은 겪어보았을 이야기, 한 번쯤은 관심을 두었을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그때 들었던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조금 이야기하고자 한다.
ⓒWake Up, Girls!
· 연애는 콩깍지가 씌였을 때 가능하고, 현실적인 연애 대상의 최저 연봉은 1억이다.
그들이 본 영화는 어떤 연애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인 듯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그들은 사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그냥 자신도 모르게 콩깍지가 쓰였을 때'라고 말했다. 정말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호감이 가는 건 그럴 때밖에 없다고 서로 이야기를 하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흠, 그렇구나.'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더 현실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결혼하려는 상대, 혹은 연애하려고 하는 상대에게 크고 작은 기준을 마련하기 마련이다. 그 사람들이 말하길, '콩깍지가 씌면, 그 사람의 결점도 다 좋아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현실적으로 상대를 따지기 시작하면, '좋게 보이는 건 거의 손에 꼽을 정도다'고 한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연봉을 얼마인지, 직업은 무엇인지, 집안은 어떤지… 그런 걸 하나씩 따지기 시작하면 순수하게 '연애'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그 그룹은 여자 2명과 남자 2명의 그룹이었는데, 서로가 바라는 이성에 대한 최저 연봉 기준은 '1억'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연애하기 어렵겠구나.'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말이 1억이지, 연봉 1억을 버는 사람을 주변에서 얼마나 찾을 수 있을까. 연봉 6천만 넘어도 '괜찮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 시점에서 '1억'은 꽤 어려운 기준이 아닐까. 일본에서는 여성들이 남성들에 대한 최저 연봉 기준이 5백만 엔(한화 기준 약 5천만 원)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준이 더 까다로운 듯하다.
· 아이들의 교육은 어릴 때부터 자유롭게 해주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꽤 귀담아들었던 하나의 이야기였는데, 사람들이 교육에 대해 안고 있는 고민은 죄다 비슷한 듯했다.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우고 싶지만, 주변 사람들의 행동 때문에 자신도 어쩔 수 없게 아이들을 혹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마 누구나 그러지 않을까. 내 아이는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은데, 주변에서는 모든 아이가 학원에 다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원에 보내라'고 강요하는 학부모도 있으니까.
특히 한 명은 '나는 아이가 생기면, 무조건 풀어놓고 키울 것이다'고 말했다. 물론, 아이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자유롭게 클 수 있도록 하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최선의 교육책일까. 기본적인 도덕부터 시작해서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을 지닐 수 있는 교육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많은 아이가 기본적인 것도 챙기지 못하는 건 '학원과 공부'에만 모든 것을 투자하는 것도 있지만, 부모가 해야 할 '기본적인 교육'이 똑바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대안 교육은 조금씩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여전히 그 여건은 부족한 실정이다.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볼 수 있었던 제국고처럼 '질이 높은 인맥'을 위해서 일부러 사립 유치원부터 시작해서 사립 중학교, 사립 고등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이 실제로 있다고도 하니 우리나라에서 '정말 사람을 위한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앞날이 멀게만 느껴졌다.
[시사 이야기/사회와 정치] -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본 부모와 자식 관계의 불편한 진실
· 나도 옛날에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꿈이 없어.
꿈이라는 건 누구나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작은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꿈을 가슴 속에 묻어둔 채, 현실에서는 '나도 꿈이 있었지.'라며 사는 사람이 정말 많다. 북카페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 그들은 교육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서로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니 한 가지 답으로 모였다. '나도 옛날에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꿈이 없어'라는 슬픈 결론으로.
이 일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들은 '좋은 주부가 되고, 좋은 가정을 이루는 것도 꿈이 되지 않을까?'하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이 정말 자신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서라도 하고 싶은 것이 아닌 한 꿈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꿈을 가지는 건 좋지만, 언제나 사람들은 현실적인 요건이 부족하다고 한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지 않는 한 꿈이 허락되지 않는 세상이라고도 하니,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청춘이 얼마나 안타까운가. 직장 생활하면서 연봉 올리기에만 급급하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지도 못하는 현실이 싫기만 할 것이다.
이 이야기는 비단 그들의 이야기만이 아닐 것이다. 꿈을 잃은 사람이 점점 늘어만 가는 우리 대한민국에서 과연 '안녕하다'고 말할 수 있는 청춘은 몇이나 될까. '좌절하지 않는 한 꿈은 이루어진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정말 꿈에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특히 한국 사람은 주변 사람의 평판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기에 과감히 어떤 일에 도전하지 못한다. '바보'라는 이름표를 무엇보다 싫어한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곧잘 '나도 옛날에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꿈이 없어.'라고 말하는 건 아닐까.
[문화 이야기/방송과 행사] - 안준희, 모두가 함께 꿈을 이루고 공평하게 평가받는 세상을 꿈꾸다
이때 들을 수 있었든 이야기는 이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20대와 30대가 가지는 이 기본적인 고민은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고민이 아닐까.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겨우 24년밖에 되지 않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나도 어릴 때는 정말 많은 고민을 했었고, 지금도 그 고민 속에서 답을 찾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답이 보이지 않는 이 세상에서 좀 더 현명하게 살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고 하지만, 그들에게도 현실은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있는 듯했다. 과연, 그들이 서로에게 던진 질문을 내게 던졌을 때, 나는 흔들리지 않고 대답할 수 있는 답을 갖고 있을까.
…잘 모르겠다. 나는 '그렇다'고 말하고 싶지만, 여전히 내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가 빈번히 부딪히며 서로가 우선적인 가치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바보'라는 이름표를 붙인 채 삶을 사는 건 크게 싫지 않다. 비록 그런 말을 듣더라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내가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 현실적인 '돈'의 문제를 이야기하자면, 세상에 어떤 것을 할 수도 없다. 그저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돈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할 때, 따라오는 부수입에 지나지 않으니까.
북카페 한편에 앉아 들을 수 있었던 네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 대한민국을 사는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적지 않은 사람이 저런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차가운 말로 꿈과 연애와 교육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지 않을까. 얼어붙어 가는 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좀 더 나를 위한 삶을 찾기란 정말 어려운 일인 듯하다. 그래서 삶을 멋지게, 행복하게, 잘 사는 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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