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피해자가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나요?
- 시사/사회와 정치
- 2013. 12. 7. 07:30
왜 가해자가 아니라 우리 피해자가 손가락질을 받아야만 하나요?
내가 삶을 살면서 '아, 이 세상은 정말 너무도 잘못되었다. 빌어먹을….'이라고 깨달은 건 학교 폭력 피해자인 나를 앞에 두고 가해자를 편들면서 "모자란 네가 잘못이다. 공부도 못하는 놈이 공부 잘하는 애 인생 망치려고 하지 마라"는 말을 들었을 때였다. 그때 나는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세상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는 건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때부터 거의 나는 게임 속의 캐릭터로 삶을 살았으니까….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이렇게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더 못한 취급을 받는 일이 너무 흔히 일어나고 있다. 이런 일이 흔히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보다 더 큰 문제는 아무도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해자는 어쩔 수 없었다고, 장난이었다고 말하면 모든 것을 눈감아주면서… 왜 그 피해에 희생된 피해자에게 손가락질하며 '네가 인생을 그따위로밖에 못 사니까 그런 취급을 받는 거다. 누구를 탓해? 너 자신을 탓해야지.'라며 상처가 더 심해지도록 하는 걸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전에 '학교 폭력'을 다루었던 《학교의 눈물》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피해자가 다시 일상생활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힘든 일을 겪어야 하는지, 가해자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명백히 보여준 프로그램이었다. 그래도 《학교의 눈물》에서 볼 수 있었던 몇 가지 장면은 '피해자를 위하기보다 가해자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행동과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큰 상처를 입은 건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이다. 그런데 왜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손가락질하는가?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가해자 편을 드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피해자인 우리가 어리석어서 바보처럼 당했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아니, 그런 생각을 '바른 생각'이라고 생각조차 해서도 안 된다. 어찌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어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고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건, 여자가 성폭행을 당하는 이유는 '네가 남자를 유혹했으니까 당하는 거지.'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며,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면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가해자들에게는 '그럴 수도 있지.'이라는 관용이 베풀어지고, 피해자들에게는 '멍청한 놈'이라는 손가락질을 하는 세상. 도대체 이 세상에서 무엇이 옳다고 말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정의라는 것이, 신이라는 것이, 법이라는 것이 고작 가해자는 배려해주고 피해자를 매장하는 것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나는 그 정의라는 것을…, 신이라는 것을…, 법이라는 것을… 부정할 것이다. 어릴 때 내가 느꼈던 '아, 이 세상은 너무도 잘못되었다. 빌어먹을….'이라는 판단을 고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은 너무도 잘못되었으니까. 누군가는 내가 피해자의 입장이었고, 지금도 여러 일에서 피해자이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객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할지도 모른다. 맞다. 너무 지나치게 한쪽으로만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분명히 이 세상은 틀림없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 피해자가 힘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잘못을 뒤집어 써야만 하며, 피해를 당하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손가락질을 받아야만 하는 걸까. 가해자는 떵떵거리며 잘 살면서 왜 피해자는 그 후유증조차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 채 주변 사람들로부터 '모자란 놈'이라는 말을 들으며 평생 죄인으로 살아야 할까.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나는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 피해자가 그렇게 잘못했느냐고. 우리 피해자가 그렇게 세상에서 살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냐고. 그래서 가해자들은 그토록 지독하게 우리 피해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할 때까지,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괴롭힌 것이었느냐고. 그들의 행동은 그래서 모두가 관대한 것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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