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거짓 사이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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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늘도 진실과 거짓 사이에 서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릴 때부터 나는 조금 이상한 아이였다. 내가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고, 사람을 잘 믿지 못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했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늘 '왜?'라는 질문을 내게 하며 긴 시간 동안 혼자 고민을 빠져보고는 했다. '왜 세상은 이런 구조인 걸까?' '사람들의 저 모습은 진짜일까? 왜 사람들은 거짓을 진실로 믿는 척을 하는 걸까?' '사람들은 정말 저 사람이 평소 어떤 인간인지 모르는 걸까?' '사람들은 지금 사회가 올바른 사회라고 생각하는 걸까?' '왜 사람들은 저 사람을 도와주지 않는 걸까?' '저 사람이 정말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나쁜 사람일까?' 등 여러 고민을 하면서 말이다.


 내가 이런 고민을 한다고 해서 누군가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그런 고민을 통해 내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어릴 때부터 꾸준히 그런 고민을 혼자 했고, 쉽게 정리되지 않는 생각을 정리하고자 혼자 글을 써보기도 했고, 책을 통해 답을 찾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24살이 된 지금도 이런 고민을 꾸준히 하고 있는 건, 애니메이션과 라이트 노벨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를 즐기며 웃고 있을 때에도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과연 지금 세상이 옳은가?' '왜 저 사람들은 저런 식으로 술만 마시며 욕만 하는 걸까?' '왜 저 사람은 처벌을 받지 않는 걸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나는 왜 사는가?'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지는 건… 왜일까. 그 이유조차 나는 의문형이다.



왜…? , ⓒ하트 커넥트



 가끔, 나는 생각한다. 내가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내게 하고 있는 건 내가 진실과 거짓 사이에 서서 어느 쪽을 선택하여 믿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많은 사람이 명백히 진실과 거짓을 나눈다고 말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행동하지 못한다. 그저 다른 사람들이 이끄는 대로, 사회가 이끄는 대로 나누고 있을 뿐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보는 건 '진실'이고, 잘못된 건 '거짓'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우리가 판단하는 진실과 거짓은 명백히 뒤바뀔 수도 있다. 가장 간단한 예로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과 박근혜 대통령을 보는 시선만 보더라도, 진실과 거짓을 판단하는 사람들의 기준은 상당히 모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쪽이라도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을 뿐이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옳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늘 진실과 거짓 사이에 서서 한쪽을 선택할 것을 강요받는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내게 붙는 이름표가 달라지고, 나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내가 앞으로 인생을 사는 데의 길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늘 많은 고민을 한다. 이건 가치 충돌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정의와 불의 간의 갈림길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내 머리와 내 가슴이 부딪히는 충돌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우리는 사람들이 만든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끊임 없이 이런 일을 반복해서 겪어야만 한다.


 그런 세상에서 진실과 거짓은 뒤섞여 진실이 거짓이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하루하루 숨 쉬며 사는 사회가 그렇다. 우리가 보는 사회는 누군가가 만든 거짓일 수도 있고, 진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판단을 스스로 할 수밖에 없다. 세상이 아무리 거짓이라고 말하더라도 내가 진실이라고 믿는다면 진실이고, 세상이 아무리 진실이라고 말하더라도 내가 믿지 못한다면 거짓이 되는 것이다.


 진실과 거짓이라는 건 시야가 뿌옇게 보이지 않는 아주 긴 다리의 시작과 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느 방향을 향해 가느냐에 따라서 보이는 풍경이 다를 것이고, 우리가 맞이하는 결말이 다를 것이다. 난 그 진실과 거짓 사이에 서서 어느 쪽을 선택하여도 믿지 못할 것 같아 가운데 서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사회에서 말하는 사회 부적응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바라보기는 앞으로도 긴 시간 동안 계속될 듯하다. 내가 나 자신에게 명백한 답을 내리기 전까지….


 나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당신은 진실과 거짓 사이에 서서 늘 어느 쪽을 선택하고, 어느 쪽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당신이 보기에 지금 이 사회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고….


한번 살펴보세요.

우리가 매일매일 쏟아내는 말들 중에

얼마만큼이 진짜 내 말이고

얼마만큼이 다른 사람이 한 말을 짜깁기해서

내 말로 둔갑한 말인가요?

나는 진짜로 나만의 말을, 얼마나 하나요?

진짜 내 말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가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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