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최고의 인생고전 채근담에서 배우는 삶과 관계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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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돈이 아닌 사람을 번다'를 읽고― 


 사람. 사람이 지니는 가치는 우리는 쉽게 말할 수 없다. 우리가 배우고, 노력하는 모든 이유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이다.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하는 도리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우리는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예부터 많은 사람이 논어와 도덕경, 채근담, 손자병법 등의 고전을 통해 군자의 길을 알고자 했다. 그런 고전은 옛 시대에만 사람들에게 읽힌 것이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이 읽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고전에는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인간성 상실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배움을 얻을 수 있기에 아무리 시간이 지나더라도 이런 고전을 읽는 사람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끄럽지만, 난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물며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남보다 조금 다르게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릴 적 내게 '사람'이라는 존재는 그저 '싫은 존재'였다.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도 없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친구라도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그저 생색내기에 불과했고, 가족도 내게는 그저 끊임없이 갈등을 겪는 어쩔 수 없는 존재일 뿐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좋은 사람을 소수 만나면서 내게 '사람'이라는 존재가 지니는 의미는 훨씬 좋아졌다.


 사람들의 이중성을 잘 알고, 사람으로부터 쉽게 아물지 않는 상처를 받았었기 때문에 나는 내가 만나는 사람의 관계에서 좀 더 잘 대응하고 싶었다. 사람을 보는 안목을 길러 좋은 사람을 만나고, 무엇보다 내가 좀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 나는 꾸준히 책을 읽었다. 그런 와중에 읽게 된 논어와 같은 고전은 내게 정말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무엇보다 지금의 나를 되돌아보며 소인이 되지 않도록 경계심을 가질 수 있고, 잘못한 것이 있으면 바로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좋은 인생의 교과서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얼마 전에 나는 논어, 도덕경, 손자병법 같은 고전에 해당하는 또 다른 고전 '채근담'을 읽게 되었다. 채근담은 중국 명나라 말기에 문인 홍자성이 저작한 책으로, 인생의 처세를 다루는 인생고전이다. 내가 읽은 건 '채근담'의 이야기만 하는 책이 아니라 채근담을 읽은 한 사람이 좀 더 쉽게 정리한 '채근담, 돈이 아닌 사람을 번다'라는 책이었다.



채근담, 돈이 아닌 사람을 번다, ⓒ노지


 '채근담, 돈이 아닌 사람을 번다' 이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는 현대인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물질적 가치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는 이 시대에서 '돈이 아닌 사람을 번다'는 주제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가 삶을 살면서 꼭 필요한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살면서 한 번 이상은 읽어보아야 하는 책이다. 내가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고전'이라는 건 옛 사람들도 수 백, 수 천 번을 반복해서 읽으며 공부하였던 책들이다. 너무 바쁜 하루하루를 사는 우리가 수 백, 수 천 번을 읽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한 번 이상은 읽어야 그 의미를 좀 더 가슴에 새길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채근담, 돈이 아닌 사람을 번다'에서 읽을 수 있었던 건 '채근담'의 내용만이 아니었다. 책의 저자가 채근담의 한 부분을 인용하여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공자의 논어, 노자의 도덕경 등 다양한 고전을 통해 예를 읽어볼 수 있었기에 '채근담, 돈이 아닌 사람을 번다' 한 권을 읽는 것만으로도 여러 권의 고전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정말 매력적인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 일부분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급작스런 역경과 곤궁은 호걸을 단련시키는 용과로와 망치다. 그 단련을 이겨내면 심신 모두 이롭고, 그렇제 못하면 심신 모두 해롭다.

(전집 127)


은혜에서 해악이 생겨나는 법이다. 일이 뜻대로 이루어졌을 때 모름지기 빨리 주변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실패한 후 오히려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쉽게 손을 빼서는 안 된다. (전집 10)


《사기》<항우본기>에 따르면 항우는 유방에게 패해 오강까지 달아났다가 이내 하늘을 원망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마천이 지적했듯이 그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잘못을 전혀 꺠닫지 못했다. 자부심이 너무 강한 나머지 책임을 남에게 돌리는 자세가 습관으로 굳어졌던 탓이다. 대개 능력이 뛰어나고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 이런 덫에 걸리기 쉽다. 현재의 좋거나 나쁜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는 게 그렇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빠져나올 구멍이 있는 법이다. 《맹자》<공손추>상편에 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나라가 한가하게 되자 거리낌 없이 즐기고 태만하고 오만한 짓을 하니 이는 스스로 화를 부르는 것이다. 화복은 자기로부터 나오지 않는 게 없다. 《시경》<대아, 문왕>에서 이르기를, "스스로 많은 복을 구한다"고 했다. 또 《서경》<상서, 태갑>에서 이르기를, "하늘이 만든 재앙은 피할 수 있으나, 스스로 마든 재앙은 피하여 살아날 길이 없다"고 했다. 바로 이런 경우를 말한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나쁜 일이 지속되리라고 지레짐작해 포기하는 것은 스스로 재앙을 부르는 행동이다. 《맹자》에서는 이런 행동을 자포자기로 규정하면서 좋은 일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레짐작해 태만하고 오만한 모습을 보이다가 화를 초래하는 것과 같은 경우로 간주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둥근 달도 시간이 가면 이지러지는 법이다. 《주역》이 쉼 없이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하는 자강불식을 역설한 것은 이 때문이다. 자강불식을 멈추는 순간 이내 사고가 경직되고, 사고가 경직되면 역경을 만났을 때 지레 자포자기하고, 일이 마음 먹은 대로 잘되어가는 때를 만났을 때 오만에 빠지게 된다. 이는 모두 패망의 길이다.

 일이 순조롭게 풀려나갈지라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되고, 역경에 처했을 때도 자포자기해서는 안 된다. 실패를 성공의 디딤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것도 한때이고, 꽃이 활짝 피는 것도 한철이다. 긴 호흡으로 앞을 멀리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75-77)


 위에서 읽을 수 있는 글을 옮긴 건 이유가 있다. 나는 불의의 사고로 오른쪽 발목을 다쳐 7월부터 걷지를 못하고 있다. 게다가 또 한 번 수술을 앞두고 있어 정말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여기서 내가 하는 걱정은 수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 내게 일어날 일이 좋지 않은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지만, 지금도 오른쪽 발목 때문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있어서 감히 어떤 일에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블로그를 통해 꾸준히 해오던 리뷰어 활동과 신간 평가단 활동, 기자단 활동도 지레짐작해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채근담, 돈이 아닌 사람을 번다'에서 읽을 수 있었던 윗글은 내가 저지른 잘못을 지적해주는 그런 글이었다. 그래서 나는 윗글을 여기에 옮겨놓았다. 블로그에서 이 글을 확인할 때마다 다시 한 번 더 내게 경계심을 주기 위해서.


 이처럼 '채근담, 돈이 아닌 사람을 번다'에서는 《채근담》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비롯하며 다양한 고전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요즘 자기계발서를 쓰는 사람들이 하는 말과 비슷하잖아?'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난 그런 의문에 '당연하다'고 답하고 싶다. 사람이 삶을 살며 가지는 처세술이 어찌 옛날과 지금이 다를 수가 있겠는가. 자기계발서를 쓰는 성공이라는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삶을 살며 배운 지혜가 바로 이미 고전에서 배울 수 이는 지혜이다. 그래서 옛날에 많은 사람이 고전을 읽었고, 지금도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성공하고― 특히 그런 책 중에서 고전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옛날의 가르침을 어떻게 현실에서 적용하느냐? 안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을 고치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읽는 인생고전이 담고 있는 지혜는 삶과 관계의 지혜이다. 이 지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주는 지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나를 갈고 닦는― 이른바 수신(修身)하는 데에 필요한 지혜다. 오로지 사람이 된 사람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런 지혜를 바로 고전에서 읽을 수 있다.


 '채근담, 돈이 아닌 사람을 번다'에서 읽을 수 있는 《채근담》― 제1장 여3분(남에게 넘겨주어야 할 3할, 명성과 절개), 제2장 귀3분(자신에게 돌여야 할 3할, 오명과 지탄), 제3장 양3분(남에게 양보해야 할 3할, 대공을 세운 후의 공덕), 제4장 대3분(사람 사이에 지녀야 할 3할, 강한 의협심), 제5장 감3분(스스로 넘겨주어야 할 3할, 이익과 이윤) ― 다섯 장을 통해 삶과 관계의 지혜를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나이에 구별 없이 강력히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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