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그 열정과 도전에 반한 한 남자
- 문화/독서와 기록
- 2013. 5. 10. 07:00
김연아의 7분 드라마, 그녀가 보여준 그 열정과 도전의 기록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이상형'이라는 것이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도 각자 자신의 이상형이 있을 것이다. 결혼한 사람은 배우자가 자신의 이상형이었기에 결혼하였을 것이고(아니라고 하지 말자. 지금은 그렇게 느끼지 못하더라도 열애를 하던 당시에는 분명히 이상형이라고 느꼈을 거다.), 아직 나처럼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이상형에 맞는 배우자를 찾고 있지 않을까? 결혼이라는 것은 강제가 아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그 감정은 사람이 살면서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인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이상형이 있다. 이상형이라고 말해야 좋을지,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 이상형은 바로 김연아다. 나는 김연아가 가진 그 삶의 태도에 정말 반했다. 그녀가 피겨를 통해 보여준 그 열정과 도전은 전 세계의 사람들을 매료시켰으며, 그녀가 보여준 삶의 자세는 많은 사람의 모범이 되었다. 처음에는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다소 부정적인 결과를 눈앞에 맞닥뜨리게 되더라도 피하지 않고 도전하는 그 자세. 그런 삶의 자세는 반드시 자신의 삶을 빛나게 하는 법이다. 내가 가진 이상형은 바로 그런 삶의 자세를 가진 사람이다. 그게 바로 김연아였고, 태어나서 '저런 여자를 내 여자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었다.
돌이켜보면 매일 반복되는 훈련 과정 중 기억나는 건 이렇듯 사소한 몇몇 사건들뿐이다. 이렇게 얘기해놓고 보니 늘 농떙이 친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순간들이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큼 나는 하루하루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훈련을 하다 보면 늘 한계가 온다. 근육이 터져 버릴 것 같은 순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순간, 주저앉아 버리고 싶은 순간…. 이런 순간이 오면 가슴 속에서 뭔가가 말을 걸어온다. '이 정도면 됐어' '다음에 하자' '충분해' 하는 속삼임이 들린다. 이런 유혹에 문득 포기해 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때 포기하면 안 한 것과 다를 바 없다. 99도까지 열심히 온도를 올려 놓아도 마지막 1도를 넘기지 못하면 영원히 물은 끓지 않는다고 한다. 물을 끓이는 건 마지막 1도. 포기하고 싶은 바로 그 1분을 참아내는 것이다. 이 순간을 넘어야 그 다음 문이 열린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세상으로 갈 수 있다.
때로는 너무 힘들어서 내 기대치를 낮추고 싶기도 했고, 다가온 기회를 모른 척 외면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결코 그럴 수가 없었다. 하겠다고 마음 먹은 건 꼭 해야 하는 완벽주의자 같은 성격 탓도 있었지만, 그 차이를 일찍 알아 버렸기 때문이다. 99도와 100도의 차이. 늘 열심히 해도 마지막 1도의 한계를 버티지 못하면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아주 작은 차이 같지만 그것은 물이 끓느냐 끓지 않느냐 하는 아주 큰 차이다. 열심히 노력해놓고 마지막 순간에 포기해 모든 것을 제로로 만들어 버리기는 싫었다. 세상세거 가장 힘들고 중요한 건, 마지막 1분 그 한계의 순간이 아닐까. (김연아의 7분 드라마, P40)
내가 하는 이런 말이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당연한 거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어디 대한민국에 한둘이겠는가? 전 세계로 따지자면, 그 수가 셀 수 없을 정도일 거다. 게다가 저 높은 곳에서 멀게만 느껴지는 김연아가 나 같은 사람을 알아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품는 것은 자유다. 그냥 내가 좋아하고, 내가 '언젠가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열렬히 그 사람을 생각하다 보면, 운명이라는 것은 마치 장난처럼 그 헛된 바람을 현실로 만들어 줄지도 모르는 법이다.
솔직히, 난 언론을 통해 이야기된 김연아 이외에 사람 김연아에 관하여 자세히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얼마 전에 나는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김연아의 7분 드라마'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검색한 것도 아닌데 어쩌다 눈에 띄었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책을 카트에 담아서 다른 읽을 책과 함께 구매하게 되었다. 이 책은 김연아가 어떤 과정을 거쳐 피겨 여왕이라는 자리까지 도달할 수 있었는지,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그 순간을 버텼는지를 읽을 수 있는 그녀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내가 아는 김연아는 이렇게 책을 통해 읽을 수 있었던 김연아, 언론을 통해 볼 수 있었던 김연아, 피겨 스케이팅 시합을 통해 볼 수 있었던 김연아가 전부다.
김연아의 7분 드라마, ⓒ노지
그럼에도 나는 내가 모르는 부분에 있는 김연아가 내가 아는 부분에 있는 김연아가 크게 다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의 진심을 훔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이 진실한 사람이고, 늘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만이 가능하다. 김연아는 자신의 그 모습을 통해 전 세계의 사람을 반하게 하였고, 대학교 1학년이 되어서도 '이성을 좋아하는 마음'에 눈곱만큼도 관심도 없었던 나 같은 사람도 반하게 하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가?
내가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매하여 읽을 수 있었던 이 책 '김연아의 7분 드라마'는 2011년도에 출간되었던 책이다. 즉, 최근에 그녀가 겪었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정말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었던 그 순간의 이야기가 적혀있다. 피겨를 처음 시작하게 된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어떤 과정을 거쳐 올림픽이라는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기까지 겪었던 수 많은 내적 갈등과 외부 상황이 적혀있다.
쇼트 경기가 있던 날, 준비운동을 하며 TV로 남자 선수들의 경기를 힐끌 힐끔 봤다. 사람들의 함성이 다른 대회랑은 좀 다르다는 걸 느꼈지만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인지 모르고 있었다.
6분 윔업이 시작되고 얼음 위에 발을 딛는 순간 사람드르이 환호성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내 귀에 들리는 건 박수 소리가 아닌 '까악!' 하는 비명이었다. 마치 댄스 가수의 콘서트홀에 온 것만 같았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집중력이 떨어지고 혼란스러워졌다. 시합 전 마지막 윔업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 이렇게 정신이 흐트러지면 본 경기에서 잘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관중들의 일부는 내가 지나가거나 동작을 하나하나 할 때마다 소리를 지르거나 이름을 불러댔다. 점프하려고 스트로킹을 하며 코너를 도는데 어디선가 '김연아, 장하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신경이 곤두섰고, 나는 점프를 포기해야 했다. 들리는 소리들을 무시하려 했지만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지면서 작은 소리에까지 예민해졌다.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뛸 때도 두 번의 연속 점프가 다 끝나야 박수 소리가 나는 게 보통인데, 첫 점프 도약을 할 때부터 소리를 질러 두 번째 점프를 연결하는 데 방해가 됐다.
솔직히 나는 입술이 떨릴 정도로 점점 긴장이 됐다.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이렇게 어수선한 웜업은 처음이었다. 아마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웜업이 끝날 무렵 나는 관중들을 향해 검지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 보였다. 말이 아닌 박수 소리로 응원해 달라는 내 뜻을 알아주길 바라면서. 이 무대는 쇼가 아닌 경기를 위한 것이다. 아이스쇼에서는 교감이 되고 기운을 복돋워주는 함성과 응원이 필요하지만, 0.01점으로 순위가 갈리는 냉혹한 경기장에서는 선수들이 저마다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응원을 해야 한다. 제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대한민국의 성국한 응원 문화를 보여주기를….
링크 밖으로 나와 스케이트를 벗고 앉아 있었다. 잊어버리고 집중하려고 노력했지만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이런 마음으로 제대로 경기를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그냥 기권해 버릴까? 머릿속이 복잡했다.
내 차례가 되고 첫 포즈를 취하려는데 관중석에서 서로 조용히 하라고 '쉿!쉿!' 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실 연기할 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러츠 점프를 싱글처리하고 연기가 끝났다. 예상대로 별로 좋지 않았다.
'휴, 어떡하지….'
아주 적은 점수차로 1위를 지키긴 했지만 키스 앤 크라이 존에서 일어나 백스테이지로 나오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져 버렸다. 그 순간에는 일등이 중요하지 않았다. 복잡한 심정이라 내 눈물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경기장 분위기 때문에 풀리지 않은 화와 그런 감정에 휩쓸려 한국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속상함 같은 여러 감정들이 섞여 있었던 것 같다. 홈 어드밴티지?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연습장도 경기장도, 정신없는 환경과 부담 속에서 내가 스케이팅을 계속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김연아의 7분 드라마, P147)
아마 김연아가 과거에 어떤 일을 겪으면서, 어떤 느낌이었을까? 그런 호기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아주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저 TV와 뉴스를 통해 보았던 김연아가 아닌, 몰랐던 김연아를 책을 통해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뭐, 나처럼 그냥 김연아가 좋기만 한 사람들은 책을 읽지는 않더라도 그냥 구매하여 개인소장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김연아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한 번쯤은 이 책을 사서 읽어보는 것은 절대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처럼 '언젠가 김연아를 반드시 1:1로 만날 수 있는 날이 생길 거야.'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무조건 읽어야 한다. 그래야 만났을 때 조금 더 그녀와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친밀도를 더 높일 수 있을 테니까. 헛된 망상이라고? 아니. 우리 인생은 앞으로 무엇이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른다.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다 김연아와 절대 만나지 못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하물며 나와 김연아는 같은 90년생으로 동갑 친구다. 단지 난 김연아를 알고 있지만, 김연아는 나를 모르고 있다는 것일 뿐. 언젠가 김연아도 나를 알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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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김연아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고, 2014 소치올림픽을 넘어서 더 많은 일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나는 SBS에서 방영된 '김연아, 또 다른 도전'에서도 보았고, 앞으로도 계속 그녀를 응원할 것이다. 그러나 멀리서 응원하는 것이 아닌, 그 옆에서 그녀와 함께 인생을 보내고 싶은 것이 내 욕심이다. 언젠가 같은 나이의 친구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친밀한 관계가 되고 싶다. 그리고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옆에서 인생을 함께하며 그녀의 이야기를 글로 담고 싶다.
전 세계의 많은 남성이 나와 같은 꿈을 꾸기도 할 것이고, 나와 같은 사람을 가리켜 "정신 나간 바보"라고 말할 것이다. 마음껏 비웃으면서 욕해도 좋다. 그래도 세상은 그런 우직한 바보가 변화시켜왔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뤄왔다. 철 없는 한 남자의 머쓱한 생각일지도 모르나 나는 나의 길에서, 김연아는 그녀의 길에서 노력한다면… 반드시 교차점이 생기리라 믿는다.
기적을 일으키는 것은 신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라고 한다. 기적을 바라기만 하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기적은 신이 내려주는 거싱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일으키는' 것이라고 한다. 이번 시즌에서 내가 거둔 성적은 부상과 싸우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내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나를 기특하게 여긴 신께서 보내주신 선물이 아닐까.
_김연아 7분 드라마, p135
이 글은 김연아가 보여준 그 열정과 도전에 반한 한 남자의 마음을 담은 두서없는 고백 글이었다. 소중한 시간을 투자하여 이 글을 읽어준 것에 관하여 정말 심심한 감사를 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부탁하자면, 이 글을 SNS를 통해 공유하여 많이 알려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헛된 꿈'이라는 말을 '현실'로 바꾸는 데에 기여한 '기적을 만든 사람'이 되어보고 싶지 않은가? 하하하. 여러분은 누구라도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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