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운영 5년 차, 나는 시민기자다
- 문화/독서와 기록
- 2013. 5. 9. 07:00
티스토리 블로그 운영 5년 차, 나는 시민기자다
내가 티스토리에서 블로그를 운영한 지도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블로그는 그야말로 낙서장이 따로 없었다. 블로그에 쓰는 글도 어떤 무게가 있는 내용보다는 정말 '소박한 이야기'라는 블로그 이름에 맞는 가벼운 이야기를 중심으로 글을 올렸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보다는 내가 읽은 책을 중심으로, 보는 TV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관심 있는 사회·교육 문제를 중심으로 글을 올리고 있다.
그런 방식으로 5년 동안 블로그를 운영해오면서 좋은 일도 많았고, 화가 나는 일도 많았고, 슬픈 일도 많았다. 그 모든 것에는 하나하나의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2011년도에 당치도 않게 다음뷰 블로거 대상 후보로 선정되면서 '이야, 내가 정말 이 정도로 인정받을 수 있구나!'는 생각에 스스로 정말 뿌듯해했었다. 이 블로그 활동 덕분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도서들을 읽을 수 있는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고, 내가 사는 지역의 소식을 전하는 경상남도 블로그 명예기자단, CJ 경남방송 시민기자단, 전통시장 시민기자단으로도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요즘 내게 너무 많은 것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블로그 방문자 수가 줄어들고, 사람들과의 소통 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내 글에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를 맞닥뜨리면서 스스로 '초심이 흔들리고 있나?', '글을 쓸 때 지나치게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나?'라는 고민을 하며 예전에 썼던 글들도 읽어보았다. 그래도 문제를 '앗, 이거다!' 하고 발견하여 잘 고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 고민에 빠져있을 때 나는 정말 좋은 책 한 권을 만났다. 바로 '나는 시민기자다'라는 제목을 가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12명이 자신의 소박한 이야기를 다음 책이다. 이 책에서 내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시민기자를 시작하게 된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과 글을 쓰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러 노하우였다. 그야말로 슬럼프에 빠진 내게 아주 안성맞춤인 책이었다.
나는 시민기자다, ⓒ노지
이 책의 중심점은 우연한 계기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쓰기 시작하여 그것이 자신의 삶에 있어 어떤 큰 영향을 미쳤는가이다. 평소 글을 쓰는 것에 취미를 두고 있으나 '과연, 내 글이 기사로 쓰기에는 부족함이 없을까? 이런 이야기를 기사로 써도 될까?'는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아, 나도 지금 바로 시민기자로 글을 써봐야겠다.'는 자신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집중적으로 쓰는 '책 서평'도 거기서 크게 다르지 않은 글이다. '책 서평'은 누구나 자신만의 형식을 쓸 수 있는 글이다. 처음에는 '이게 과연 책 서평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는 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글을 계속해서 써 가면서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고 하다 보면 분명히 자신의 마음에 드는 글을 쓸 수 있는 정도까지 오를 수가 있다. 뭐, 여기서 나처럼 다시 밑으로 떨어지면서 '뭐가 문제지?'라는 고민을 하며 벽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여기서는 '나는 시민기자다'와 같은 책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어떤 형식으로 글을 쓰는지, 그렇게 글을 잘 쓰는 데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면서 노력하면 충분히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이 부분에서 확신이 가득 찬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나도 아직 그 과정 중에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시민기자들이 각자 나름 자신만의 글 쓰는 노하우도 이야기하였는데, 공통점은 바로 '쉽게 쓰라'는 것이었다. 여러 부분을 조금씩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사는 이야기'는 억지 교훈을 내세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자들의 반응을 통해 가르침을 받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가급적 맹자 왈 공자 왈, 사자성어 따위는 제쳐놓는다. 문장에 힘을 빼고, 사투리를 포함해 흔히 쓰는 일상용어를 쓰고자 한다. 온갖 지식으로 가르치려 들거나 훈계조의 기사를 쓴다면 독자들은 사정없이 등을 돌릴 것이다. 먼저 나를 낮추고, 낮은 자세로 세상을 바라볼 때 풀꽃이든 사람이든 친구가 될 수 있다. 낮은 자세로 풀꽃을 대할 때 풀꽃이 내게 환한 웃음으로 화답하듯 비로소 독자들이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에 눈을 맞추고 입맞춤을 하게 될 것이라 믿고 있다.
글쓴이는 일종의 이야기꾼과도 같습니다. 예수님은 놀라운 이야기꾼이었습니다. 예수님은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들의 백합회와 참새와 포도나무와 겨자씨 등 작고 하찮은 것에서 하늘의 진리를 찾아 우리에게 전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작고 사소한 것에서 찾아낸 예수님의 말씀들은 무지한 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작고 소박한 것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보잘것없어도 관심을 갖고 상상력의 눈으로 집중하면 무한히 풍요롭고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됩니다. 작은 것에서 이야기를 찾아내는 능력, 그리고 그것을 좀 더 쉬운 대중적 용어로 풀어내는 능력이 좋은 기사를 만드는 비결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기자는 작은 사물 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내는 시인의 눈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작은 것에서 큰 이야기를 들으라는 T.B. 펠바하의 멋진 시 '소리 없는 말 듣기'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나는 침묵하는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나는 소리 없는 말 듣기와/ 그에 응답하는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볼 수 있는 것을 알아보고/ 보이는 것을 꿰뚫어 보는 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 어쩌면 나는/ 단순한 사물에서/ 보다 많은 것을 볼 줄 알고,/ 돌 하나에서도 그 이상의 것을,/ 하나의 잎사귀에서도/ 보다 더한 것을,/ 한 사람에게서 그에겐 보통 사람이 지닌 것보다/ 더한 가치를 지녔음을/ 그리고 세상에서도 감각적인 것보다는/ 더 가치 있는 것을 볼 줄 아는/ 지혜를 배워야 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들을 나는 책을 통해 읽으며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정식 기자가 아니지만, 블로그를 통해 꾸준히 글을 쓰면서 오마이뉴스에도 블로그 뉴스 보내기 기능을 이용하여 글을 송고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송고했던 글 중에서 몇 개는 오마이뉴스 메인에서 일정 부분에 노출되어 상당히 많은 응원을 받기도 했었고. 글을 쓰기 시작했던 내 초심을 발견한 것 같아 상당히 기뻤다.
무엇보다 글쓰기에 관하여 정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소재의 다양성에서 '내 이야기가 기사가 될 수 있을까?'는 걱정을 하는 사람과 '내 글이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는 걱정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걱정을 충분히 덜 수 있다. 책에서는 그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도 단 한 명의 일반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리고 있는 다양한 시민기자들이 쓴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말이다.
누구라도 이 책은 분명히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도움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나도 한 번 해볼까?'는 행복한 고민과 함께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면서 자신의 삶에 있어 긍정적인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아직도 '이 책이 그렇게 좋아? 오마이뉴스는 마이너신문 아니야?'는 생각을 두고 있다면, 꼭 책을 한 번 읽어보기를 바란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다.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 믿는 것, 믿지 않는 것, 올다고 여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등이 모두 글에 드러난다. 숨기려 해도 별 수 없다. 그래서 글을 쓰는 일은 세상을 향한 고해성사이자 자기 치유의 과정이다. 글은 세상을 향해 외치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에게 말을 거는 진지한 의식이기도 하니까. 내가 오늘도 부족하기만 한 글을 계속 쓰고 있는 이유이다. 당신도 꼭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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