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2013이 보여준 공부의 불편한 진실
- 문화/문화와 방송
- 2013. 1. 23. 07:00
드라마 학교 2013이 송하경과 길은혜를 통해 보여준 공부의 불편한 진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공부'라는 것이 욕심이 없었거나 욕심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어릴 적에 부모님만이 아니라 주변 어른들로부터 항상 '공부, 공부, 공부'라는 말을 들어왔다. 무엇을 하든 '공부'가 가장 중요했고, 친·인척끼리 만나더라도 "공부는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부터 먼저 했었다. 아마 이런 경험은 나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한 번쯤은 겪어보았지 않았을까 싶다.
공부가 중요한 것은 많다. 어떻게 공부가 중요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그 의미가 왜곡된 공부는 오히려 아이에게 독이 되는 법이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사람이 되기 위해 하는 것이 공부이거늘, 요즘 많은 아이는 그저 '어른들이 시키니까. 하지 않으면 잔소리를 하니까'라는 이유나 '대학 잘 가야 한다고 말하니까.'는 이유로 공부를 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공부'를 강조하는 어른들 때문에 가치관에 혼란도 생기고, 올바른 인격형성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사실을 학교 2013은 등장인물 송하경과 길은혜를 통하여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어제 학교 2013에서는 '공부' 때문에 친구에게 안 좋은 감정을 품을 수밖에 없는 현실과 오로지 '공부'만을 강요한 부모의 잘못된 가르침으로 인성이 완전히 잘못된 현실을 여과 없이 잘 보여주었다. 아마 아래의 장면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저놈의 지나친 공부 강요가 문제야'라는 생각을 하였으리라.
ⓒ학교 2013
송하경은 정인재 선생님과 이야기할 때 "이것까지 잘해야죠. 스펙 때문에 죽겠는데…. 신경질 나요. 저 나쁘죠? 강주가 1등 했는데 신경질나고…. 차라리 둘 다 떨어졌으면 나쁜 마음도 안들 텐데…. 근데 이런 마음드는 거 강주한테 미안해 죽겠어요. 저 진짜 너무하죠?"라고 말하며 자신의 안타까운 심정을 잘 이야기하였다. 아마 지나치게 '경쟁'을 강요하는 부모나 선생들은 아이가 저런 식으로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학교 2013
길은혜는 오정호 사건에 관련한 질문에 "관심 없는데요? 도와주는 건 자발적으로 하는 거 아닌가요? 전 안 하고 싶어요. 할 여지도 없고."라고 대답하며 주변 선생님들로부터 탄식을 자아내게 하였다. 아마 이 부분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한숨을 쉬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주변 선생님이 말씀하신 "부모가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다 필요 없다고 가르치니까 저 모양이 된다고. 우리가 지금 뭘 키워서 밖으로 보내는 건지…."라는 말에 정말 많은 공감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학교 2013이 이 두 인물을 통해서 우리에게 이야기한 것은 바로 '공부의 불편한 진실'이다.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공부만 잘하면 뭐든지 잘하고, 아주 착하다'는 당장 쓰레기통에 던져 넣어야 할, 아니, 소각장에서 불태워버려야 할 생각이다. 그래서 뭐가 중요한지, 진실이 무엇인지 보지도 않은 채 '공부'와 '성적'이라는 것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며, 늘 아이에게 '공부, 공부'라는 강요만 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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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라는 것이 왜 중요하지 않겠는가? 내가 어떤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공부인데.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 '공부'라는 것이 너무 왜곡되어 있다. 학교 2013에서 정인재 선생님이 이야기하였지만, 공부는 남과 비교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잘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늘 남과 비교하며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지 느끼기보다는 다른 사람에 비해 내가 얼마나 초라한지를 느끼길 바라는 듯하다. 그 부정적인 감정을 통해 상처받고, 힘들어하고, 결국에는 목숨마저 버리게 되는 상황에 다다르는데도….
이런 말을 하다 보면, "경쟁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 그것이 좋으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잖게 있다. 적절한 경쟁은 동기부여가 되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는 한다. 하지만 그 경쟁이 너무 지나치면, 결국 화를 부르는 법이다. 지금 우리 학교에서 아이들이 겪는 여러 아픔은 지나친 경쟁에서 겪는 아픔이다. 부모와 선생이 늘 아이에게 "일단 공부부터 해라."라고 말하고, "네 지금의 성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누구는 얼마를 해서 저런데, 너는 장래에 누구의 구두나 닦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버틸 수가 없을 것이다.
이번 드라마 학교 2013에서도 공부의 불편한 진실을 잘 보여주었다. '공부'만을 강조하는 부모 밑에서 아이는 어떤 심정으로 친구들과 지내고, '공부'만을 강조하는 부모 밑에서 아이는 어떤 식의 인간으로 자라는지…. 다큐 학교의 눈물에서도 소나기 학교에서 지낸 아이들이 "여기에는 경쟁이 없고, 서로 정말 친구처럼 지낼 수 있어서 좋아요."라는 말을 했었다. 그것이 바로 아이들이 원하는 학교의 모습이고, 우리가 앞으로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줘야 하는 궁극적인 교육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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