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학교 폭력 피해자가 본 학교의 눈물
- 문화/문화와 방송
- 2013. 1. 21. 07:00
전 학교 폭력 피해자가 본 학교의 눈물
먼저 글을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말을 하고자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전 학교 폭력 피해자'는 나를 가리키는 것이며, 이 글은 어디까지나 내가 학교의 눈물이라는 방송을 보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 내가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실을 이야기하는 글이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학교 폭력을 겪지 않은 사람과 그 이야기가 조금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학교 폭력을 겪었고, 그 후유증으로 지금도 상당히 힘든 생활을 하고 있기에 조금 더 사실을 잘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 나는 '학교 2013'에서 보여준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과 현실 학교에서 보여주지 않는 불편한 진실을 글로 쓰고 있다. 학교의 눈물을 통해 볼 수 있었던 내용도 그렇게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단지, 학교의 눈물은 드라마 학교 '2013'더 현실적이고, 사람들에게 실제 학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평소 이와 같은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게 우리 현실.'이라고 생각하며 많은 공감을 하면서 보았을 것이고, 평소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조금 과장된 것 아니야? 범죄가 저리 잦아?'라는 생각을 통해 의문을 제기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것은 제3자에서 보았을 때의 이야기다. 나처럼 학교 폭력에 심각한 피해를 당하였던 사람의 시선으로 학교의 눈물을 보면, 정말 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착잠함이 가슴을 채웠다. 공감이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그저 '분노'가 몸속에 차올랐었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랬었다.
ⓒSBS 학교의 눈물
학교 폭력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잘못을 잘못인 줄 모르기 때문이다. 정말 어이가 없다. 애나 어른이나 철이 없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심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상당히 많이 개선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학교에서는 '장난'으로 착각하는 폭력을 약한 학생들에게 행사하고 있는 많은 문제 학생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나라에서나 언론, 사회적 분위기로 '학교 폭력 타파'라는 말을 잘도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학교― 아니, 학생과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왜냐하면,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과 부모는 모자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을지도 모르지만, 이전까지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난 폭력은 전부 '장난'으로 취급했었다. 난 지금도 썩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러한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많은 학생과 부모가 그런 일에 신경 쓰기보다는 오로지 '성적'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에 다른 곳에 필요한 최소한의 관심도 주지 않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학교 폭력이라는 것이 '공부 못하는 불량 학생이 일으키는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도 착각이다. 내가 이전에 블로그에 올린 몇 개의 글을 통해서 이야기했었지만, 학교 폭력 가해 학생을 특정 집단으로 엮기에는 무리가 있다. 학교의 눈물에서도 나왔지만, 비행의 중심에 선 학생들은 이제 중상 이상의 성적을 가진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공부 잘하니까 그런 일은 없다'고 생각하거나 '우리 애가 그럴 일 없다. 과잉반응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내가 정말 지독하게 시달렸던 학교 폭력은 바로 전교 3등 안에 드는 놈이 2년 내내 했던 괴롭힘이었다. 담임선생이라는 사람은 "공부 잘하는 애 인생 망치려고 하느냐?"고 말하며 오히려 피해자인 나를 정신병자로 몰았으며, 그 녀석은 2년 내내 괴롭힘을 멈추지 않았었다. 이것이 우리 학교의 현실이다. 그나마 내가 숨이라도 쉬면서 살 수 있었던 것은 방에 혼자 틀어박혀 할 수 있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감상이나 독서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박한 이슈/학교/교육] - 가짜 모범생, 일진보다 더한 폭력 가해자
ⓒSBS 학교의 눈물
여기서 '학교 폭력'이라는 것을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규정해야 하는지 한 번 생각해보자. 많은 사람이 '폭력'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면, 물리적으로 상해를 입히는 것을 생각한다. 그러나 폭력에는 물리적 폭행만이 아니라 정신적 폭행도 함께 해당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말 한마디로 사람을 죽이는 것도 가능하다. 그 사실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학교의 적잖은 선생과 가해 학생, 가해 학생의 부모는 "아이들끼리 말장난으로 걔가 오버해서 그런 건데, 이게 어떻게 학교 폭력이냐?"고 말한다. 엄연한 폭력이다. 가정에서부터, 학교에서부터 올바른 인간 됨됨이를 배우지 못해 저지르고 있는 엄연한 폭행이다.
그렇게 물리적인 폭행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폭행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정말 위험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사람에게 있어 육체적 고통은 그 순간만 참고 넘어가면 되지만, 정신적 고통은 두고두고 계속해서 사람을 괴롭힌다. 게다가 학교 폭력을 당한 많은 피해 학생은 이 같은 정신적 고통을 가해 학생과 그 부모, 선생님만이 아니라 자신의 부모에게서 듣는 것도 더 심각하다. 학교의 눈물에서 나왔던 어머니가 자신을 더 정신적으로 몰아붙인 것을 이야기한 학생의 사례는 드문 것이 아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나는 그러지 않았는지….
이 '폭력'이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와 가까운 거리에 있다. 언제까지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원래 감정의 동물이다. 쉽게 감정이 상하기 십상이고, 회복되지 않은 그 감정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일까지 저지르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성인도 정신적으로 그렇게 강한 존재가 아니다. 하물며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오죽하겠는가? 나도 정말 어릴 때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학교에서는 누구 하나 내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고, 집에서도 차갑기는 매한가지였다. 집에서 일어나는 가정 폭력은 오히려 나를 더 힘들게 했었다.
ⓒSBS 학교의 눈물
학교 폭력에 시달리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내몰리는 아이가 과연 어디까지 갈 것으로 생각하는가? 그냥 혼자서 자학을 하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렇게 사느니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그나마 좀 나을지도 모른다. 정말 내적으로 쌓이는 분노가 극에 달할 때는 그저 '죽이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이 머릿속에 가득 차게 된다. 학교의 눈물에서도 이와 같은 사례가 나왔었는데, 실제로 학교 폭력에 시달린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너무 오버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으리라. 하지만 그렇지 않다. 정말 그 이상으로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찬다.
나도 학교의 눈물에서 나왔던 피해 학생처럼 가방에 식칼을 넣어 학교에 가서 '오늘만큼은 반드시 죽인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고, 하루에 수 십 번이나 '죽이고 싶다'는 말을 입밖으로 낼 정도로 그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찼었다. 늘 머릿속으로 어떻게 죽일 것인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었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사람을 가장 빨리 쉽게 죽이는 방법' 혹은 '사람의 치명적인 급소' 등을 알아보기도 했었다. 미친 거 아니냐고? 그런 생각을 하면 당신은 아직 학교 폭력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 정도의 생각이 일상이 될 정도로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고, 사람을 몰아붙이는 것이 바로 학교 폭력이었다. 성인이라면, 이런저런 일을 통해 조금 덜 할지도 모르겠지만, 어린 학생에게 도대체 얼마나 큰 기대를 하는가? 그것은 너무 이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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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학교 폭력이 무서운 것은 그 후유증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내가 이전에 지식 콘서트에 히키코모리로 출연하여 방송을 통해 말했던 적이 있었지만, 난 지금도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은 곳에 가면 여전히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멈추지 않을 때가 상당히 많다. 사람이 많은 곳에 있을 때 처음에는 두려움이나 불안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다 그 감정은 곧 '경멸'이라는 감정으로 바뀐다. 당장에라도 앞에 있는 사람의 목을 비틀어 죽여버리고 싶다거나 시끄러운 잡음이 그치지 않으면 대형 트럭이라도 끌고 와서 당장 다 밀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어떨 때는 이성을 잃고 폭주를 할 것 같아 나 자신이 무서워질 때가 적잖았다. 누군가는 내가 미친 거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이 학교 폭력과 가정 폭력에서 자란 학생이 겪는 현실이다.
그래서 나와 같은 피해 학생은 커서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며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없고, 늘 혼자가 편하고, 항상 방 안에서 일하는 것이 편한 히키코모리가 되기 쉬운 것이다. 사람이 많은 곳에 있으면, 그 장소가 내가 좋아하는 장소의 여부는 상관없이 '최대한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하나밖에 없다. 누군가는 '왜 노력하지 않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온 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조금씩이나마 밖에서 생활하는 데에 익숙해지기 위해 적어도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 블로거들의 모임에 1년에 한 번 정도 참석을 한다거나 지스타와 같은 최소한 즐길 거리가 있는 행사에 참여하는 등의 노력을 한다. 하지만 그때도 여전히 좋지 않은 생각이 멈추지 않을 때가 적잖으며, 언제 어디서나 '괜히 왔다. 그냥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곧잘 한다.
학교 폭력이 무서운 것은 바로 이런 점이다. 내가 극단적인 예에 해당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학교 폭력에 희생되었던 많은 사람이 아직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그 후유증에서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 등이 상당히 심각한데, 이것은 계속 된 육체적 폭력과 정신적 폭력도 크지만, 무엇보다 어느 누구도 내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았거나 그저 고통에 호소하는 나를 방관했다는 것에 있다. 그 때문에 자책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사람을 싫어하게 된다. 정말 살과 뼈가 있는 그대로 깎여나가는 고통보다 더 심하지 않을까.
ⓒSBS 학교의 눈물
아이들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이라고 하여 '학교 폭력'이라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폭력은 어른들 내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범죄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 아직도 아이들 내에서 일어난 문제라고 생각하여 그 문제를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이 적잖은데, 제발 그 생각을 고쳐줬으면 한다. 이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학교의 눈물은 드라마 학교 2013보다 학교의 현실을 더 잘 보여주었다. 하지만 아직 겉으로 보여진 것보다 보여지지 않은 현실은 더 비참하다. 이 문제는 절대로 해결이 불가능한 난제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 지독한 환경에서 오로지 책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꿈을 배우고, 고등학교 때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지금 이 정도로 생활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이런 기적을 만드는 것은 작은 관심과 배려, 그리고 이해, 경청이다. 학교 폭력이나 사회적 폭력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네가 모자라니까 그런 거다"고 말하는 것은 "네가 잘못이니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죽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오늘, 나는 전 학교 폭력 피해자인 내가 쓴 학교의 눈물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좀 더 많은 사람이 학교 폭력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학교 폭력은 육체적인 고통에 그치지 않고,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며… 그 기간은 무한대다. 자신이 바뀌기로 결심하더라도 쉽게 떨지 못한다. 난 제발 더는 나처럼 힘든 삶을 보내는 사람이 더는 없었으면 한다.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이 최소한 사회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더라도 인터넷이라는 세상을 통해 자신을 빛낼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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