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선후배 술 강권은 문화가 아니라 범죄
- 시사/학교와 교육
- 2012. 10. 12. 07:00
대학 선·후배간 술 강권은 문화가 아니라 형사적 처벌을 받는 범죄다
'대학교 내 전면 금주법'에 반대하는 많은 대학생이 "이것은 우리 문화다. 왜 우리의 사적인 문화마저 공권력으로 제한하려고 하는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문화 속에서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희생당하는 사람이 있고, 생명을 위협받거나 인권이 침해받는 등의 피해를 당하고 있다. 그래서 대학교 내 전면 금주법이 일차적으로 시행된 것이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다. 법보다 도덕이 우선이지만, 최소한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기에 법으로 도덕을 제정해놓은 것이다. 많은 대학생이 '대학교 내 전면 금주법'의 존재 의의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자신은 억지로 다른 사람에게 술을 강권하지도 않고, 술에 취해 남들에게 피해도 입히지 않는다고 말하며…. 나는 그런 학생들에게 "당신은 '살인을 하면무기징역에 처하거나 사형에 처한다.'는 법이 왜 있는지 알고 있는가?"라고 물어보고 싶다.
아마 그 같은 질문을 받으면 "당연히 그런 놈들은 처벌해야 되니까 있는 거죠. 그런 법이 없으면, 살인이 사회에 만연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와 마찬가지다. 대학교 내 전면 금주법 또한 대학교 음주 문화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형사적·민사적 사건을 제한하기 위해서 그 의의가 있는 것이다.
애초에 사람을 무턱대고 살인하는 사람이 없거나 기본적인 도덕을 잘 지켰다면, 법이라는 것은 탄생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사는 사회는 결코 그렇게 될 수 없어서 최소한의 도덕을 지키기 위해 법이 존재하는 것이다. 만약 대학생들이 스스로 알아서 잘 처신하였다면, '대학교 내 전면 금주법' 같은 법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생들 스스로 잘못하고, 스스로 절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법이 시행된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많은 대학생이 "대학교 선배가 새로 들어온 대학교 신입생들과 대학교 후배들에게 술을 강권하는 것은 우리의 전통적인 문화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것이 엄연히 본인의 의사가 합치하지 않으면 형사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어제 내가 대학교 금주법이 가진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면서 마지막에 형사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였었는데, 오늘 이야기할 것이 바로 '대학 선·후배간 술 강권이 문화가 아니라 왜 형사적 처벌을 받는 범죄인가?'이다.
선배 대학생들은 여러 이유를 붙이며 억지로 후배 대학생에게 술을 먹이고, 계속해서 거부하면 "너 대학교 생활 내내 불편하게 지내고 싶으냐? 왕따 한 번 당해볼래?" 등의 협박을 하며 억지로 술을 먹인다고 한다. 이것은 엄연히 형사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협박과 강요'라는 범죄다. 형법 제283조에는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협박이란 자신의 의도를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할 정도의 해악을 상대방에게 알리는 것을 말한다. 형법상의 협박은 그 내용·정도에 따라 아래 3가지로 분류되어 있다.
광의의 협박 |
·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목적으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의미하며, 상대방이 실제로 공포심을 느꼈는가는 불문한다. |
협의의 협박 |
·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켜 상대방의 일정한 행위를 강제할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
죄협의의 협박 |
·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 또는 억압하거나(강도죄 및 준강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 강도죄(제333조), 준강도죄(제335조), 강간죄(제297조) |
술을 강권하며 "너 대학교 생활 내내 불편하게 지내고 싶으냐? 왕따 한 번 당해볼래?" 식의 협박은 협의의 개념으로, 객관적으로 보아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하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해악 고지를 통하여 행위자가 해악을 실현할 의사가 있다는 인상을 주었고, 상대방이 사실상 그러한 해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하면 충분하다. 따라서 고지된 해악이 현실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거나 행위자에게 고지된 해악을 실현할 의사가 있을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행위자가 해악을 실현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때에는 협박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다수의 사람이 협박하는 것은 형법 제284조 특수협박죄에 해당한다. 형법 284조에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전조 제1항, 제2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의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되어있다. 즉, 다수의 대학 선배들이 모여 후배 한 명에게 협의의 협박을 하면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의 형사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란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강권'이라는 말은 결국 협박과 함께 강요를 한다는 말인데, 이 강요와 관련해서는 형법 제324조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있다. 즉, 억지로 술자리 동석을 강요하고… 협박하여 특정한 행위를 하도록 강요한다면, 최대 12년 이하의 징역을 받을 수 있는 범죄를 그 행위자는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학 선·후배간 술 강권은 문화가 아니다. 형사적 처벌로 최대 12년 이하의 징역을 받을 수 있는 범죄다. 이 사실을 알아둬야 할 것이다. 이것이 문화라고? 어떻게 이게 문화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도 다 이렇게 해왔다."는 말로 합법화하려고 하자마라. 지금이라도 그 문제를 뜯어고쳐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 '대학교 내 전면 금주법'이 시행된 것이다.
여대생 음주 사망… 술 강요한 선배 '유죄' 판결
지난해 대학 새내기들에게 술을 강요하다 사망사건까지 이르게 한 대학생 2명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청주지방법원(이하 청주지법)은 지난해 새내기 대면식에서 술을 강요해 여대생을 숨지게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안모(21)씨등 2명에게 각각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1년과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고 29일 밝혔다.
청주지법 이흥주 공보판사는 "피고인들은 피해자에게 강압적으로 술을 마시도록 하지 않아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증인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공소 사실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고인들의 과실과 사망 간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정도의 질병이 없었고 36㎏ 정도의 왜소한 체격이었다”며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자취방에 데려다 놓은 뒤 잘 돌보지 않고 나온 점 등에서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씨등 2명은 지난해 4월29일 '기강을 잡겠다'며 새내기들을 학과 휴게실로 불러 술을 따라줬고 A씨가 이튿날 자신의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되며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급성알코올중독 수치를 크게 밑도는 0.157%였으나 검찰은 "술을 마실 수밖에 없던 분위기였다"는 학생들의 진술을 확보해 대면식을 주도하고 술을 따라 준 학생 6명 중 안씨등 2명을 지난해 11월 불구속 기소했다.
혹시나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에서 억지로 어떤 행위를 강요받고, 그 행위를 하지 않을시 협박을 받는다면… 피눈물 흘리면서 참지 마라. 그러다가 당신이 목숨을 잃고 이 세상과 영원히 이별할 수도 있다. 그럴 때에는 바로 112에 신고하여 당신에게 협박과 강요를 한 사람들을 법적으로 처벌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엄연히 합법적인 행동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당신을 손가락질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의 권리는 법을 이용하면,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사회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 많은 대학생, 아니, 대학생만이 아니라 직장인들이나 선·후배 등 수직적 관계에서 자신의 권위를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협박과 강요를 일삼고 있을 사람들에게 경고하고 싶다.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당신들이 하는 짓은 최대 12년 이하의 징역의 형사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중범죄라는 사실을….
"이것은 우리의 사적인 문화다. 왜 여기에 공권력이 개입하려고 하는가?"라고 말하는 대학생들이여 조심하길 바란다. 어디까지나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들끼리 모여 놀고 마시는 것에 아무런 말도 안 한다. 하지만 그 수준이 법을 어기는 수준에 도달했을 때, 그대들이 우리나라의 고위관료 혹은 S 그룹과 같은 재벌의 직계존속이 아니라면, 형사적 처벌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신들이 저지른 것은 '놀이'가 아니라 '범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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