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저항했던 한 잠자리의 다큐멘터리
- 일상/일상 다반사
- 2011. 9. 9.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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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저항했던 한 잠자리의 다큐멘터리
어제 9월 8일 목요일은 절기로 백로로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었습니다. 최근에 아침이나 밤에 제법 선선해진 것이 가을이 왔다는 것을 조금씩 느낄 수가 있습니다. 덕분에 더위가 조금 식은 듯하여, 보다 편안하게 날을 보내고 있지요. 여러분은 가을하면 무엇이 먼저오르시는지요?
아마, 코스모스부터 시작해서 소풍, 등산, 단풍, 잠자리 등 여러가지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저도 비슷하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가을하면 역시 단풍이랑 잠자리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기분좋은 가을바람에 유유히 날고 있는 잠자리를 보게되면, 왠지 가을의 풍류가 느껴지잖아요. 마치, 오두막과 수박을 떠올리면 여름의 풍류가 떠오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직 단풍은 들지 않았지만, 가을의 상징인 하나인 잠자리는 지금도 주위에서 많이 볼 수가 있습니다. 한 가지 모순점이라고 한다면, 아직까지 매미소리도 함께 들린다는 것이지요. 낮에는 매미소리가 들리고, 밤에는 귀뚜라미를 비롯한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서 저는 나름 풍류를 즐기고 있습니다. 이것이 편안한 그런 기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하하.
제가 연지공원에 출사를 갔었을 때, 오랫만에 보기 드문 고추잠자리를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어릴 적 진영에 살았을 때, 왕잠자리부터 시작해서 실잠자리, 고추잠자리를 비롯한 별 희안한 잠자리를 많이 보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러한 잠자리들이 잘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더군요. 아래의 사진은 제가 연지공원에서 만난 한 고추잠자리입니다.
참, 번들렌즈의 한계를 느낀 순간 이었습니다. 더욱 세말하게 촬영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가버리는 녀석을 촬영하는 것은 꽤 힘들었죠. 녀석도 제 기분을 아는 것인지, 날라갔다가 다시 저 자리에 돌아와서 앉더라구요. 연사촬영으로 건진 몇 장 중 한 장입니다. 그래도 간만에 고추잠자리를 만나니 꽤 기분이 좋더군요. 후훗.
그리고 조금 더 돌아다니니 두 마리의 잠자리가 함께 줄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근접촬영을 위해서 서서히 접근을 하였죠. 아래의 사진들을 보시면, 제가 어떻게 다가가면서 한 장 한 장 찍었는지 대충 상상이 가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킥킥.
상상이 가시는지요? '날아가지마라'라고 생각하면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면서 접근을 해서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촬영을 하고 있는 저의 모습이 말입니다. 조금씩 조금씩 조심스럽게 접근을 하여, 마지막 사진처럼 촬영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여기서도 마이크로가 달리지 않은 번들렌즈의 한계를 절실히 또 한번 체험한 순간이었죠. 역시, 돈 모으면 일본여행이나 유럽여행보다는 렌즈를 먼저 사야할까요? 킥킥.
마지막으로, 죽음과 힘든 사투를 벌이다가 떠나간 오늘의 주인공인 한 잠자리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어머니 사무실에 잡일을 도와주기 위해가다가 계단에서 죽음을 코앞에 맞이한 이 녀석을 만났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죽어있는 듯 헀지만,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으니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려고 하고 있더라구요.
사진으로보면, 정말 죽은 것처럼 밖에 보이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다리를 꿈틀거리고 머리를 들면서 죽음에 저항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이 당시에 제 카메라를 들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급히 어머니의 카메라를 빌려서 사진을 촬영하고, 동영상으로 이 녀석의 마지막 모습을 담았습니다.
마치, 이 녀석은 아래처럼 말을 하고 싶어하는 듯 했습니다.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듯한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동영상에서는 녀석의 힘이 거의 다해 갈 때 촬영한 것이라, 큰 움직임은 없습니다. 하지만, 녀석은 날개도 한번 힘주어 날개짓을 해보려고 하고, 바람을 타고 날아보려고 하는 등의 상당히 애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역시 곤충들도 인간들처럼, 죽기전에 한번더 비상을 하고 싶은 꿈을 꾼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이전에 연탄길에서 보았던 한 잠자리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떠오르는 군요.
'한 아저씨의 옷에 잠자리 한 마리가 매달려있었습니다. 그것은 본 소년은 신기한듯 아저씨게에 물었습니다.
"아저씨, 그 잠자리가 아직 살아있는거에요?"
아저씨가 대답했습니다.
"아니, 죽었단다. 하지만, 아직까지 희망의 끈은 놓지 않고 있는 것이지. 죽음이 오더라도 마지막까지 살기 위해서 이렇게 희망을 놓치 않았던 것이란다."
"사람도 똑같아. 아무리 죽을 것 같아도,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지."
-《연탄길 中》
위 이야기는 떠오르는 것을 최대한 기억하면서 적어보았습니다. 왠지 한편으로 가슴이 찡해지는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희망이라는 것을 포기해버린다면, 결국 그것은 죽은 세상이 되어버린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희망찬 세상을 위해서는 우리가 스스로 희망을 져버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왠지 이야기가 마지막에는 조금 무겁게 되어버렸네요. 가을의 풍류 중 하나인 잠자리를 주제로 글을 썼을 뿐인데 말입니다. 이 글의 주인공은 고추잠자리가 아닌, 바로 마지막까지 죽음에 저항을 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으려고 했던 잠자리였습니다. 녀석은 그렇게 저항을 하다가, 힘이 빠져 그대로 갔습니다. 그리곤 바람에 실려서 날아가버렸습니다. 다음의 여생을 기약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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