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시절의 책들을 못 버리는 이유
- 시사/학교와 교육
- 2011. 3. 29. 06:53
재수 시절의 책들을 못 버리는 이유
글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한 가지를 묻고 싶다. 당신에게 지금은 쓸모가 없지만, 웬지 모르게 버리지 못하는 물건이 있는가? 혹시 있다면, 그 물건은 무엇인가? 버리지 못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나에게는 지금 당장은 쓸모가 없지만, 버리지 못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재수 시절 공부를 했던 책이다. 이 책들은 전부 인터넷 강의의 교재이고, 영어와 법과사회를 제외하고는 나의 전공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책인데 버리지를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꽤 다양하게 있다. 하나하나 설명을 조금씩 하자면 아래와 같이 이야기를 할 수가 있다.
위 책은 나의 불굴의 노력(?)을 다시 볼 수가 있다. 고3시절 수1 모의고사와 시험만 치면 40점을 못넘었던 내가 처음 강진모 선생님을 만나고 두 달 만에 68점을 찍었던 아련한 추억도 있다. 재수시절 강진모 선생님과 선생님의 교재들인 이 책 덕분에 정말 나는 많은 노력을 할 수가 있었다. 포기할뻔 했었던 수1을 포기하지 않을 수가 있었다. 영어와 마찬가지로 재수를 결정함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하다가 조금 포기하고 싶은 기분이 되면 다시 이 책을 보게 된다. 이 책을 보게 되면, 모두가 '불가능하다, 안된다'고 말할 때 그에 굴하지않고 노력했던 나의 과거를 회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거를 회상하면서 나는 '내가 과거에도 그렇게 노력해서 이루어 냈었는데, 지금이라도 못하랴?' 라고 생각한다.
위 영어책은 영어수업내용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것이 담겨있다. 내가 많은 글에서 이충권 선생님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었지만, 나에게 학창시절 이충권 선생님만큼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친 분은 없다고 생각한다. 위 교재에는 수업내용뿐만이 아니라 선생님이 이야기 해주신 인생의 이야기도 필기가 되어있다. 이 책들은 내가 흔들리고, 내가 자만하고 있을 때, 아주 좋은 교훈이 되는 책들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충권 선생님의 교재들은 수능생을 가르치기에도 부족함이 없지만, 토익과 토플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대학을 다니며 틈틈이 보는 교재이기도 하다. 한 때, 영어로 간단히 회화를 하고, 일기도 쓰고 등 갖가지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이충권 선생님이 계셨고, 이 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교재는 이충권 선생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옮긴 또 하나의 이충권 선생님의 분신이다. (그래서 소중히 다룬다)
이 책들은 영어책과 다른 이유로 쉽게 버리지 못하는 책이다. 나는 아직까지 내가 우리말을 잘하고, 글을 잘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히 전문가가 보게 되면, 이래저래 흠 잡을 것이 많은 글일 것이다. 다른 책을 보면서 또는 글을 쓰면서 가끔 나의 국어실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 책을 통해서 여러가지를 고치게 된다. (최근에는 이외수 선생님의 글쓰기의 공중부양도 많은 참고를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비문학 부분이나 문학부분에서 배울 것이 상당히 많고, 제법 어렵고 긴 지문에 선생님의 설명이 필기가 되어있고, 그 필기를 통해서 수업내용을 떠올리면서 또 한번 더 배우는 복습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국어문법을 100%정확하게 활용하는 사람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선생님께서도 가끔씩 틀리면서, 우리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우리나라에 국어를 완벽하게 잘하는 사람 나 이때까지 한번도 못봤어~'라고 말씀해주셨다. 사실, 이것저것 따져보면 많은 블로거들의 글들도 꽤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어, 각종 ~법, ~체 등을 따지고 보면, 안걸리는 사람 없을 것이다. 마치 정치인들을 털어서 먼지 하나 안나오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위 책들은 내가 공부했던 법과 사회, 정치, 경제, 사회문화의 교재들이다. 이 책들을 놓아두는 이유도 수학교재들을 놔두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것들은 조금 더 유용할 뿐이다. 블로그를 하다보면, 가끔 정치적인 내용이나 사회적인 내용을 다룰 때가 있다. 그때마다 조금 부족한 전문지식이나 단어들을 이 책들을 통해서 추출해낸다.
게다가, 법과사회와 정치 교재는 내가 시사적인 포스팅을 쓸 때마다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논리적인 설명이 곁들어진 판례를 자주 보다보면, 글도 꽤 잘 써지기 때문이다. 이 책들을 자주 읽다보면, 나름 사회적 글을 다루는 곳에서 아는 척을 조금 할 수가 있다. 어려운 용어는 몰라도 되겠지만서도, 사회 기초상식마저 없다면 정말 꼴불견이지 않겠는가? 그것도 나름 사회적 글을 쓰고 있는 블로거인 내가 말이다. (하하하)
위 책은 법대에서 보는 형법에 관련된 한 책이다. 워낙 이런데에 관심이 많다보니, 형법이나 판례가 있는 책을 따로 몇 권을 소지하고 있다. 책이 들어온 경로를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어머니의 친구의 사촌딸이 법대를 다니고 있고 우리집이 인쇄소를 하고 있다. 그런데 법대 책은 너무 두꺼워서 하나를 들고 다니기엔 꽤 무겁다. 그래서 분철을 하려면 인쇄소 같은 곳을 찾아와야 한다. 뭐, 이 정도면 이 책들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된 과정이 다 설명이 되지 않았나 싶다.
재수시절 공부했던 책들은 현재 일본어를 전공하고 있는 나에게는 꼭 필요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들에는 정말 불처럼 뜨겁게 타올랐던 나의 열정이 담겨있고, 때때로 뒤돌아보며 나를 가르칠 수 있는 하나의 교육책이기 때문에 버리지를 못하고 있다. 새삼스럽지만, 다시 이 글에서 처음 물었던 질문을 하고 싶다.
당신에게 차마 버리지 못하는 물건이 있나요? 있다면, 그것은 무엇이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