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위해 알아야 할 학부모의 진짜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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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 아이는 공부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걸까요?


 공부는 우리가 모두 썩 좋아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공부를 좋아했던 적이 있었고, 지금도 딱히 공부를 싫어하지 않는다. 내가 공부를 좋아한다고 해서 최고의 성적을 받는 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걸 좋아하는 거지, 그저 성적에 올인하는 공부를 좋아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 우리 모두 어릴 적에 공부를 좋아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처음으로 시험에서 백 점을 맞아 칭찬을 받았을 때, 처음으로 스스로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었을 때의 즐거움은 다른 어떤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었다. 나 스스로 모르는 것을 알아가고, 칭찬을 받았던 공부는 최고로 재밌었다.


 그러나 언젠가 우리는 공부를 끔찍이 싫어하게 되었다. 바로, 성적에 집착하는 부모님과 선생님을 마주하게 된 이후부터다. 어떤 점수를 받더라도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했던 때와 달리 남과 비교를 통해서 어떤 점수가 목표가 된 순간, 우리는 그때부터 공부라는 말만 들어도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나는 중학교 이후 그런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지금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부터 공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아니, 이미 한글을 제대로 배우기 전에 영어 유치원에 다니면서 유치원 때부터 공부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도 있다고 한다. 좋아할 수도 있던 공부가 너무나 싫어지게 상황이 변하고 있다.


 공부가 좋았던 이유는 과정이 즐거웠고, 결과에 대한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결과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자 과정을 전혀 즐길 수 없게 되었다. 스스로 문제를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공부가 아니라 일제 암기식 수업으로 무조건 외우고, 유형 분석을 통해 정답을 빨리 찍는 게 최고가 되어버렸다.


ⓒ드라마 유령


 왜 그렇게 되어버린 걸까? 아마 이 질문이 너무 어이가 없을 정도로 우리는 그 답을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먹고 살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에 가는 게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입시 시험이 중요하고, 입시 시험에 모든 것을 거는 학부모는 아이를 끊임없이 재촉한다.


 공부해라, 공부해라, 공부해라.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는 '공부 좀 해라!'는 말은 스스로 하려다가 도 공부에 진절머리가 나서 공부에 흥미를 잃게 한다. 단순한 입시를 위한 공부는 배우는 목적이 '대학 입학'하나뿐이라 과정을 즐기려고 해도 그 이상의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서 즐길 수가 없다.


 더욱이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학부모로부터 지나치게 받아 공부가 더 괴로워지게 된다. 학부모들도 이런 비인간적인 공부가 아이를 힘들게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주변에서 모두 똑같이 하고 있으니 내 아이만 안 시킬 수도 없고,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 <학부모의 진짜 공부>를 읽으면서 이런 글을 읽었다.


'입시는 초등학교부터 시작'이라는 말에 크게 의문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사회탐구영역의 스타 강사이자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라는 책으로 유명한 최진기 씨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한 말은 이런 점에서 꽤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가 우려한 것은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인해 학업을 포기하게 될 학생들이었습니다.


"내가 고려대 사회학과 다닐 때 정원 80명 중 강남 8학군 출신은 10명이 안 됐다. 지방 학생들이 50%가 넘었는데, 이제는 대부분이 강남 출신이다. 그럼 고려대 사회학과 들어오는 건 언제 결정되느냐고? 고3 때가 아닌 중학교 때 결정된다……(중략) 예전엔 고3 학생이 있는 가정은 식구들 모두 고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고3 학생 있는 가정 7할은 대입을 거의 포기한다. 어차피 공부시켜봤자 좋은 대학 못 가니까. 부모들이 희망을 가지는 시점이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1학년으로 내려갔는데, 이건 정말 비참한 상황이다." (본문 138)


 이 글을 읽다 보니 뉴스를 통해 본 초등학생의 일과가 떠올랐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나서 영어 학원에 가고, 영어 학원이 끝나면 다시 수학 학원에 가고, 그 이후에 건강한 몸을 위해 태권도 학원을 가거나 예체능을 위해서 음악 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초등학생이 수험생처럼 하루의 시간을 쓰고 있었다.


왜 한국인은 천재가 되지 못하나, ⓒkbs


 과연 이런 게 진짜 공부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과연 이렇게 아이의 시간을 빼앗아 공부를 시키면 아이는 성공적인 인물로 성장할 수 있을까?


 그렇다는 믿음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기에 굳이 답을 묻지 않겠다. 하지만 이건 너무나 비정상적인 일이며,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일이라고 난 생각한다. <학부모의 진짜 공부>의 저자 또한 같은 맥락으로 말한다. 저자는 이런 식의 공부는 절대 지속적인 공부라 말할 수 없으며, 진짜 공부가 아니라고 한다.


 나 또한 저자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릴 때부터 대학 하나만 바라보고, 입시공부를 시켜서 도대체 그 아이에게 무엇이 남을 수 있을까. 사람으로 마땅히 가져야 할 기본적인 인격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스스로 무엇을 하지 못하는 성인이 될 뿐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여러 문제가 터졌다.


 이런 일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꿈을 주입하는 학부모가 원인이 된다. 요즘 아이들의 장래희망 1위가 건물주가 된 것 또한 학부모의 영향이다. 좋은 학벌 없이 살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첫 출발은 남보다 더 좋아야 한다는 편견에서 시작한다. 자유롭게 공부와 꿈에 접근하지 못한 아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제 꿈은 하버드 대학교 편입이래요.'

'저는 6살이고 앞으로 민족사관학교에 들어갈 거예요. 엄마가 그래야 한다고 했거든요.'


 이 글은 <학부모의 진짜 공부>에서 읽은 글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공부를 통해서 좋은 학교에 들어가는 기준이 아닌 다른 기준을 가진 사람은 이상한 취급을 받는다. 한국의 학생들은 대부분 부모에 의해 주입된 꿈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한다. 어떤 게 내 것인지 모르고 공부에 몰입하는 거다.


 그렇게 접근한 공부는 절대 내 공부가 될 수가 없다. 그러니 공부에 재미를 느낄 수가 없다. 많은 부모가 자신의 욕망을 자식에게 족쇄로 채우고 있다. '나는 너를 위해 내 삶을 포기했다. 너도 나를 위해 네 삶을 포기해야 돼.'라고 협박하는 것 같다. 오늘날 부모 중 과연 몇 명이 이를 부정할 수 있을까?


 다 아이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에게 이것저것 협박을 하면서 시간을 빼앗고, 자유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 이번에 읽은 <학부모의 진짜 공부>는 '진짜 공부'가 무엇인지 읽어볼 수 있었다. 진짜 공부는 우리가 자유롭게 세운 목표를 따라는 게 진짜 공부다.


학부모의 진짜 공부, ⓒ노지


학부모의 진짜 공부, ⓒ노지


 개인적으로 <학부모의 진짜 공부>를 읽으면서 인상 깊은 글이 있다. 하나는 2014년 청색 LED로 노벨상을 받은 나카무라 슈지 교수가 지적한 아시아 교육의 문제다. 또 하나는 2006년도 수능시험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한 이후 사법고시를 패스하여 변호사가 된 박지원 씨의 이야기다.


"고등학교 교육은 수능에도, 인생에도 별로 도움이 안 됐어요. 단지 수능을 잘 보기 위해서라면 차라리 검정고시로 학업을 마치고 수능 공부만 해서 대학에 일찍 들어가는 게 나았을 것 같아요." (본문 301)


"일본의 입학시험은 아주 최악이며, 중국,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고등학생의 경우 그들의 공부 목적은 이름난 대학에 들어가는 것 하나밖에 없다. 아시아에서의 교육 시스템은 시간만 낭비하게 한다. 젊은 후세대들은 다른 방식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본문 302)


 나는 이 두 글을 읽으면서 크게 공감했다. 대학에 들어와서 고등학교 때 배운 걸 활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 고등학교 때 일본어를 만나 흥미가 생겨 대학 전공으로 선택했지만, 대학에 들어와서도 좋아하는 과목을 공부하는 데에는 많은 제약이 있었다. 대학만 가면 괜찮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취업을 위한 양성소가 되어버린 대학은 학생에게 일정한 학점과 졸업을 위한 자격을 요구한다. 자유롭게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대학은 돈을 내고 다니는 취업학원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그나마 잘 찾아보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강의가 있고, 기회가 있다는 게 대학이 가진 장점 중 하나라고 할까?


 그 이외에는 대학에 들어와도 달라지는 게 없었다. 오늘도 대학에서 많은 학생이 '취업과 자격증' 이야기를 들으며 책상에 앉아 흥미를 잃어버린 공부를 마주한다. 그 아래의 고등학교도 그렇고, 중학교도 그렇고, 초등학교도 그렇고, 심지어 아직 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유치원생마저 그렇다.


 도대체 진짜 공부와 교육은 여기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결코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다.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진짜 공부가 무엇인지, 대안 학교와 혁신 학교가 지금 아이들에게 어떤 장소가 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잘못된 교육에서 벗어나 진짜 공부를 위한 교육은 무엇인지를 <학부모의 진짜 공부>에서 힌트를 엿볼 수 있었다. 얼마 전에도 학교 생활기록부를 어른들이 조작한 일이 뉴스를 통해 보도되었다. 사람을 보려고 하지 않고, 오로지 결과만 바라보는 일은 결코 진짜 교육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걸 잊지 말자.



 진짜 공부를 하고 싶은 블로거 노지를 응원하는 방법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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