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추천 신칸센 대폭파 후기
- 문화/문화와 방송
- 2025. 5. 3. 08:11
오랜만에 넷플릭스를 통해 일본 영화가 공개되어 어젯밤 저녁을 먹으면서 영화 <신칸센 대폭파>를 시청해 보았다. 다소 한국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어중간하다는 평가가 많은 작품이기는 해도 '신칸센'을 소재로 하는 영화이다 보니 한번 볼만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일본은 이런 재난 영화를 굉장히 잘 만드는 편이었다.
실제로 우리가 영화 <신칸센 대폭파>를 본다면 '이런 것까지 매뉴얼이 준비되어 있다는 말이야?'라며 어처구니없다고 반응할 수밖에 없는 여러 모습이 있었다. 분명히 일본이 매뉴얼 사회라고 해도 일어날 확률이 한 자릿수에서도 5를 넘어서지 않을 것 같은 사건에 대한 대응책과 매뉴얼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은 놀랍다.
아마 그것은 영화이기 때문에 없는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본이기 때문에 그런 매뉴얼이 실제로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이 오늘날 경제 대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영어로 된 지식을 모조리 일본어로 번역해서 익히는 데에 투자하면서 매뉴얼을 철저히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매뉴얼에 따라 테러라는 재난 상황 속에서 책임 소재를 따지는 일 없이 정해진 절차대로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명령 체계가 확실하게 준비되는 곳이 일본이었다. 단, 이렇게 철저한 매뉴얼로 인해 관공서에서 업무를 처리할 때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정도로 하나부터 열까지 확인을 하게 된다.
한국은 관공서에서 처리하는 업무는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지만,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하는 일을 할 때는 어느 누구 하나 책임을 짊어지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똑바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 때는 정부가 위기 센터의 역할을 제대로 소화했지만, 박근혜와 윤석열 정부 때는 그렇지 않았다.
대통령실부터 책임을 지려는 자세가 없을 뿐만 아니라 발생할 확률이 낮은 재난 상황에 대비를 하는 것이 어리석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박근혜 전 정부 시절과 윤석열 전 정부 시절에 발생한 국가 재난 상황에서 위기 대응 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항상 받아야 했다. 문재인 전 정부가 너무 지나치게 대비했다는 비판과 달랐었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려고 애쓰기보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는 것을 우리는 문재인 정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일본의 매뉴얼 사회는 그렇게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확실히 고치기 위해서 몇 단계나 준비되어 있고, 지진이 잦은 나라이다 보니 전력이 끊겼을 때를 대비한 자료들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었다.
비록 매뉴얼이 철저히 준비되어 있다고 해도 그 매뉴얼에 따라 행동하려는 사람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려는 사람, 위협을 회피하려는 사람으로 나누어지기 마련이다. 모두가 일치단결해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행동하는 것은 영화나 이야기 속에서나 등장하는 것으로, <신칸센 대폭파>에서도 그런 구조적 갈등은 잘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영화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의지가 더 강했다. 그 사람들의 의지에 하나로 뭉친 사람들이 마침내 신칸센을 폭파하겠다고 협박한 범인의 정체에 다가가거나 마지막까지 승객들을 구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차장, 쓰레기 국회의원이 생각보다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도 그려졌다.
이야기의 호흡은 굉장히 빠르게 진행이 되는 것 같다가 마지막은 배드 엔딩을 회피하고 해피 엔딩을 맞이하기 위해 호흡을 조절하는 느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영화 <신칸센 대폭파>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평소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자세한 건 여러분이 직접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 <신칸센 대폭파>를 한번 시청해 보길 바란다. 오늘 토요일(3일)부터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는 연휴를 맞아 맥주 한 잔과 넷플릭스를 정주행 하려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였다. 무척 일본스러운 느낌의 재난 영화였고, 일본스러운 사람들의 감성이 잘 들어간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애니메이션 극장판으로 방영된 <명탐정 코난 비색의 탄환>이 떠오르기도 했다. 둘 다 재난 상황이 달리는 열차 내에서 발생했다 보니 마지막까지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해 모두가 발버둥 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물론,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비색의 탄환>은 너무 비현실적이었지만. (웃음).
그런 부분을 따지면 <신칸센 대폭파>는 비현실적인 요소보다 현실적인 요소가 잘 들어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공범에게 살짝 무리수를 둔 느낌이 있기는 해도… 또 막상 그 공범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 <신칸센 대폭파>는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어도 서사는 완벽했다.
영화를 보아야 하는 134분이라는 시간은 절대 아깝지 않았다.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
-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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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히구치 신지
- 출연
- 쿠사나기 츠요시, 호소다 카나타, 노넨 레나, 카나메 준, 오노 마치코, 토요시마 하나, 쿠로다 다이스케, 마츠오 사토루, 오고 스즈카, 오노에 마츠야, 무사카 나오마사, 피에르 타키, 반도 야쥬로, 사이토 타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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