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 주연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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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시록 중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어 화제가 되었던 류준열 주연 영화 <계시록>을 어제 보았다. 이 영화의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계시'라는 단어는 사전적 의미로 '신이 인간에게 지리를 가르쳐 알게 하는 것을 뜻한다.'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여러 종교는 모두 자칭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사람에 의해 시작되었다.

 

 특히, 과거 과학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을 때 인류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보면서 신의 뜻이 담긴 의도적인 행동이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잦았다. 마녀 사냥을 비롯해 인류의 역사의 오점으로 남아 있는 잔혹한 전쟁의 역사도 인간의 무지와 욕심에 의해서 발발했던 사건이라는 것을 역사는 부정하지 못한다. 그에 우리의 세계사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사이비 종교가 활보하고 있다. "내가 바로 하느님(신)의 계시를 받은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세력을 크게 키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전광훈이 이끄는 사랑 교회도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는 것은 신의 계시라고 말하며 사람들을 현혹했고, 우매한 군중에게 헌금을 요청했다.

 

ⓒ계시록 중에서

 왜 사람들은 그렇게 실체가 없는 종교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걸까? 그 이유를 우리는 영화 <계시록>에서 볼 수 있는 주인공 류준열과 함께 신현빈, 신민재가 연기한 캐릭터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영화 <계시록>에서 빌런으로 등장한 신민재가 연기한 캐릭터 권양래는 어린 시절 오랫동안 당했던 학대가 정신질환을 일으킨 상태였다.

 

 그렇다 보니 그는 평범하게 지내다가도 어떤 트리거를 마주했을 때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일을 타인에게 벌였다. 그리고 류준열이 연기한 캐릭터 성민찬은 시작 지점에서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 같은 느낌이 아니었지만, 자신에게 벌어진 특정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서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영화 <계시록>의 정신과 교수는 목사 성민찬의 그런 모습을 가리켜서 '아포페니아'를 겪고 있다고 말한다. 아포페니아는 서로 연관성이 없는 대상 사이에서 의미 있는 연결을 인식하는 심리적 경향으로,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사람들이 비슷한 정신 분열증을 앓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평범한 일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거다.

 

 사이비 종교의 광신도들은 그렇게 탄생한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윤석열 탄핵 사건을 통해 볼 수 있었던 폭도로 변한 극우 세력들은 그 기로에 놓인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신이 멀쩡한 사람들은 그런 사회 현상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유튜버로 지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그들의 세 치 혀에 휘둘려 폭도로 전락했다.

 

ⓒ영하 계시록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은 사람의 약한 마음이, 상처받은 마음이 제대로 치유를 받지 못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류준열이 목사로 지내면서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착각한 이유는 그에게 갑작스레 닥친 몇 가지 사건을 통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잃었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제대로 된 치유를 받을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시기를 놓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오늘날 우울증은 현대인의 정신적인 감기로 통한다고 해도 진짜 감기는 이비인후과를 찾아 약을 처방받아먹지만, 정신적인 감기 우울증은 정신과를 찾아 약을 처방받아먹는 것을 꺼린다. 아직은 벽이 높았던 것이다.

 

 약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항우울제를 먹었던 나로서는 마음의 불안 때문에 정신과를 찾아 상담을 받거나 심리 전문가를 찾는 일은 잘못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혹시나 자신에게 붙을지도 모르는 '정신병자'라는 편견이 두려워 쉽게 병원을 찾지 못한다. 그 탓에 마음의 병은 더 정신을 갉아먹는다.

 

 그렇게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이 분노조절장애가 되거나 조울증 진단을 받는 사태가 되기도 하고, 사이비 종교에 빠져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망치기도 한다. 영화 <계시록>에서 볼 수 있는 류준열이 처한 마지막 모습이 그 전형적인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병을 제대로 고치지 않으면 류준열에게는 미래가 없어 보였다.

 

ⓒ계시록 중에서

 어쩌면 저런 사람들이 전 모 씨 같은 종교 집단의 교주가 되는 게 아닐까? 이미 그의 말에 "오오, 주여…!"라고 외치는 신도들의 모습을 보면 그런 결말도 충분히 있을 법했다. 그 이야기는 영화 <계시록>에서 볼 수 없는 열린 결말로 남았지만, 오늘날 사회의 암이 된 신천지와 여러 사이비 종교의 출발점을 볼 수 있었다.

 

 정신적인 위로를 얻기 위해 종교에 잠시 마음을 기대는 건 나쁜 것이 아니지만,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자신의 독립성을 잃어버릴 경우 심각한 정신 질환이라는 것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영화 <계시록>은 자칭 하느님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얼마나 어리석은 착각에서 비롯된 자기 욕심인지 보여준 영화였다.

 

 기회가 닿는다면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을 한번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계시록
“힘을 주십시오, 그 악마 같은 놈을 벌할 힘을 저에게 주십시오” 어느날 어린 신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는 얼마 전 교회를 찾아온 전과자 권양래. 목사 성민찬은 범인을 단죄하라는 신의 계시를 받고 그를 쫓기 시작한다. 한편, 죄책감으로 인해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형사 이연희는 실종 사건을 수사하던 중 수상한 정황을 발견하는데… 오직 신의 계시를 따르는 목사와 진실을 파헤치는 형사, 그리고 유력한 용의자 믿음이라는 이름의 광기가 시작된다.
평점
-
감독
연상호
출연
류준열, 신현빈, 신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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