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을 죽이기 위한 배드민턴 협회의 독소 조항 유지될까
- 문화/문화와 방송
- 2024. 8. 17. 09:43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배드민턴 국가 대표 안세영 선수와 관련된 사건의 후폭풍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저는 정말 싸우려고 한 의도가 아니라 정말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고 싶어서…."라고 말을 줄이면서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에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
그녀가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치러진 인터뷰에서 언급한 배드민턴 협회가 가진 문제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이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서 그녀는 파리 올림픽에서 악착 같이 이 악물고 노력했고, 배드민턴 협회 안팎의 갖은 방해 속에서도 금메달을 따면서 그녀의 목소리에 힘을 실을 수 있었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일이었다.
안세영의 발언으로 조사가 이루어진 배드민턴 협회는 마치 윤석열 대통령처럼 겉은 자유를 외치면서도 속은 누구보다 독선적인 조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세영은 배드민턴 국가대표로 선출된 15살 때부터 대표님 내에서 선배들의 빨래를 하거나 각종 허드렛일을 하면서 '세계 랭킹 1위'라고 해도 훈련에만 집중할 수 없는 환경에 있었다.
그녀가 국가 대표팀에 들어간 건 아직 악습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라서 허드렛일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 하지만 배드민턴 협회가 가진 내부 시스템은 고인 물이 썩은 물로 바뀌는 데에 아주 완벽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 보니, 안세영 같은 실력을 갖춘 선수가 날개를 달고 크게 성장하는 기회를 계속해서 강탈하는 듯한 시스템이었다.
부상을 당해서 몸을 회복시키면서 훈련을 조절해야 할 때도 안세영을 비롯한 후배 선수들을 선배들의 허드렛일을 도맡아야 했다. 더욱이 야간 자율 훈련을 할 때도 단체 대화방에 "훈련하고 오겠습니다."라고 보고하면, "ㅇㅇ, 무리하지 말고."라는 대답을 듣는 분위기가 아니라 마치 군대처럼 1번부터 끝번호까지 일일이 보고해야 했다.
선수의 일탈 방지와 부상 방지라는 명분을 내세워서 배드민턴 협회는 이를 두둔할지도 모르겠지만, 배드민턴 협회가 가지고 있는 "선수촌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라는 규정은 오늘날 현대 스포츠 정신에 맞지 않는 규정이었다. 아무리 그 지시와 명령이 불합리하다고 해도 무조건 복종을 할 수밖에 없는 거다.
선수의 일탈 방지와 부상 방지를 위한 항목이 아니라 선수가 협회의 권위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듯한 배드민턴 협회의 규정은 군대나 다름없었다. "까라면 까야한다."라는 말이 군대에서 적용이 되듯이 배드민턴 협회 내부에서도 이런 말이 통용되는 시스템을 바탕으로 실력과 인성을 갖추지 못한 임원과 선배들이 빨대만 꽂고 있었던 거다.
그렇게 혹독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자신의 노력이 자신에게 보상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악용되고 있으니 얼마나 안세영 선수는 답답했을까. 그녀는 다른 후배들도 이런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직접 협회에 건의를 하였어도 협회가 바뀌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배드민턴 협회는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안세영이 혹여나 금메달을 따서 반기를 들 때를 대비한 규정을 신설한 것으로 보이는 움직임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파리 올림픽 개최 5달을 앞두고 신설된 "협회의 진시에 따르지 않으면 국제대회에서 제외한다."라는 규정으로, 협회의 명령과 지시에는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것을 더욱 강조했다.
더욱이 협회의 판단 하에 "품행과 성격 등이 단체 생활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하면 최대 2년까지 자격 정지를 내릴 수 있다."라는 조항이 내년부터 적용된다고 한다. 즉, 안세영처럼 배드민턴 협회 내부의 악습을 반대하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단체 생활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선수 자격 정지를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본다면 배드민턴 협회는 진흙 속에서 발견된 진주 같은 안세영을 '세계'라는 무대에서 활약하도록 도와주지 않았다. 배드민턴 협회는 그녀의 노력으로 인한 결과와 영광을 모두 배드민턴 협회의 것으로 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그녀를 괴롭히는 모양새다. 과연 안세영은 이 같이 혹독한 환경 속에서 진짜 자유를 찾을 수 있을까?
나는 안세영 선수가 정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운동에만 전념하면서, 매일 같이 노력하면서 세계를 무대로 도전하고 싶어하는 그 꿈을 응원하고 싶다. 부디 안세영의 발언으로 시작된 감사가 제대로 이루어져 배드민턴 협회의 쥐새끼를 잡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실에서도 <감사합니다>의 신차일 같은 팀장이 필요한데…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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