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경성 크리처 후기
- 문화/문화와 방송
- 2024. 1. 9. 08:56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일본의 만행을 소재로 한 작품은 '실패하지 않는 흥행작'의 필수 조건 중 하나로 붙는다. 이번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경성 크리처>라는 작품은 과거 제2차 세계 대전을 치르는 동안 일본이 조선과 중국 등 침략한 나라에서 벌인 고문과 끔찍한 생체 실험을 소재로 살아남고자 하는 이의 모습을 그렸다.
작품의 제목인 <경성 크리처>를 본다면 오늘날 서울로 불리는 서울 경성에서, '크리처'라는 괴물이 있다는 것을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드라마를 보기 전에는 포스터도 보지 않았기 때문에 '크리처'라는 단어를 일본 731 부대가 가진 공포심을 비유하기 위해서 사용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 드라마에는 진짜 괴물이 있었다.
말도 안 되는 공상 과학이기는 해도 일본의 731 부대가 여러 실험을 통해 우연히 손에 넣은 샘플을 통해 인간을 변형시킨 것이 바로 '크리처'라는 이름의 괴물이었다. 그 괴물의 모체가 된 한 명의 조선인이 가진 인연을 둘러싼 이야기가 <경성 크리처>의 핵심으로, 이 이야기는 731 부대에 맞서는 독립군의 장렬한 싸움이 아니었다.
<경성 크리처>는 731 부대에 맞서는 독립군의 싸움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라도 살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야기는 작중 인물 장태상이 이시카와의 애첩 아키코를 찾기 위해서 토두꾼 윤채옥을 만난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윤채옥이 아키코를 발견한 곳을 바로 옹성병원의 지하실이었다.
지하실은 단순히 조선인을 가두고 고문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생체 실험을 하면서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그런 곳이었다. 그곳에 갇혀 있는 조선인들을 그냥 두고 나올 수가 없었기 때문에 토두꾼 윤채옥은 아버지와 함께 모략을 꾸미다 위험에 빠지게 되었고, 장태상은 아키코를 되찾을 겸 윤채옥을 구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게 된다.
'금옥당'이라는 커다란 전당포를 운영하면서 독립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존을 위해 싸우는 캐릭터였던 장태상에게 그 선택지는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머리로 생각한다면 너무나 어리석은 선택이지만, 가슴이 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장태상은 자책하면서도 눈앞의 비정한 현실을 똑바로 마주하고자 했다.
<경성 크리처>의 이야기 절반 이상은 옹성 병원의 지하 실험실이 감추고 있는 비밀을 마주하고, 그 끔찍한 곳에서 살아 나오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장태상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지하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비인간적인 실험에 투자하는 진짜 흑막과 마주하면서 악연으로 얽힌 인연을 잘라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드라마는 그렇게 끝이 나는 건가 싶었는데, 놀랍게도 <경성 크리처 시즌2>는 2024년 서울을 무대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드라마 <경성 크리처>를 본다면 아직 모든 것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몇 가지 복선이 있었고, 마지막 10회에서 볼 수 있는 윤채옥의 모습은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경성 크리처>는 이름 그대로 경성에서 태어난 괴물과 싸우는 이야기였다면, <경성 크리처 시즌2>는 살아남은 이들이 이번에야 말로 서로를 완전히 멸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그리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당연히 단순한 괴물에서 인간의 형태로 완전히 진화한 크리처들이 벌이는 싸움은 판타지 요소가 더 강해질 것 같다.
자세한 건 직접 <경성 크리처>를 보고 추후 공개될 <경성 크리처 시즌2>에 대한 상상을 해보도록 하자. 처음에는 또 뻔한 이야기인가 싶었지만, 뒤로 갈수록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 크리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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