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 남자 후기, 지루하지만 깊었던 영화였다
- 문화/문화와 방송
- 2023. 8. 30. 14:25
미디어캐슬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통해서 알게 된 일본 영화 <한 남자>가 오는 8월 30일을 맞아 한국에 정식 개봉하였다. 원래는 영화 <타겟>을 조조 영화로 보려고 했지만, 사람들의 수가 너무 많아 영화 <타겟> 관람은 하루 뒤로 미루는 대신 영화 <한 남자>를 조조 영화로 감상했다. 이 영화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굉장히 지루했다.
한국 영화는 미스터리 영화라고 해도 마치 액션 영화처럼 빠르게 장면을 전환하면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흥미진진하게 사건을 볼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일본 영화는 액션 영화가 아닌 이상 대체로 천천히 장면을 전화하면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조금 더 깊이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한다. 이 차이점 때문에 일본 영화는 지루한 편이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한 남자>도 딱 그렇게 일본 영화가 가진 특징이 잘 반영되어 있었다. 영화의 시작 장면은 단조로워 재미가 없었지만, 본격적으로 영화의 제목 '한 남자'에 해당하는 한 인물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한 남자의 깊은 상처였다.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인생을 살았던 한 남자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신분 세탁을 한 것이 아니었다. 한 남자의 아버지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인물이었지만, 한 남자는 어디까지 선량하고 평범한 사람으로 살았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가 남긴 상처가 그를 오랜 시간 동안 괴롭힌 탓에 그는 다른 사람으로서 인생을 시작하고 싶었던 거다.
영화 <한 남자>를 보다 보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편견과 관련된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남자의 정체를 추적하는 주인공이자 변호사인 키도 아키라는 작중에서 '재일 교포'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그도 어릴 때부터 자주 '재일'과 '조센징'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여러 선입겹과 편견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한 남자의 과거를 따라가는 인물이 바로 그런 과거를 가진 인물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영화 <한 남자>에서 한 남자가 품은 내면의 상처와 고뇌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선입견과 편견은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벗어날 수가 없다. 그래서 한 남자는 다른 사람이 되고자 했었다.
어떤 사람은 이 영화를 보면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인생을 살고자 했던 한 남자가 나약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만히 우리 자신을 돌아본다면 우리도 인터넷에서는 평소의 '나'가 아니라 전혀 다른 '나'로 사는 경우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가 평소의 나와 다른 나로 인터넷에서 행동하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나를 현실에서 만들 수 없다면 가상에서라도 그런 이상적인 나를 연기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오늘날 인터넷과 SNS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영화 <한 남자>에서 등장하는 한 남자는 단지 그것을 인터넷이 아니라 현실에서 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깊은 상처가 남아 있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우리는 '나'라는 주어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된다. 지금 현실을 살고 있는 나와 어릴 적 상상했던 이상적인 나는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직장에서 일할 때의 나와 학교를 다닐 때의 나, 친구를 만날 때의 나와 연인을 만날 때의 나와 가족과 함께 있는 나도 조금씩 다르다. 그렇다면 어떤 나가 가장 나다운 나일까?
영화 <한 남자>를 보고 나오는 길에 나는 그런 질문을 스스로 해볼 수 있었다. 한국 미스터리 영화와 액션 영화와 비교한다면 한 사람의 비밀을 추적하는 과정이 느리고 따분하게 전개되어 지루했지만, 과정이 느린 만큼 <한 남자>에서 그려진 사건의 당사자 내면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소 호불호는 나누어지겠지만 괜찮은 영화였다.
기회가 된다면 영화 <한 남자>를 한번 볼 수 있도록 하자. 이 영화 <한 남자>는 일본인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장편 소설 <한 남자>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책을 구매하거나 빌려서 읽어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나는 중고 서점에서 책 <한 남자>를 한 차례 찾아본 이후 책이 없다면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새 책을 구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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