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펜하이머를 우리가 보아야 할 이유
- 문화/문화와 방송
- 2023. 8. 18. 13:51
지난 8월 15일(화)을 맞아 한국에 정식으로 개봉한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영화를 보는 시간이 걸었던 게 아니라 영화를 볼지 말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무려 3시간 동안 상영되는 영화이다 보니 영화를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3시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서 과연 볼 만한 영화인 걸까?
나는 그 질문에 '그렇다'라는 답을 내리기 위해서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다. 만약 영화 <오펜하이머>가 핵무기를 개발하고 2차 세계 대전에서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이야기가 전쟁 영화처럼 그려졌다면 답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 <오펜하이머>는 전쟁 영화가 아니라 '오펜하이머'의 일대기를 그리는 다큐멘터리에 해당하는 영화였다.
영화 관람평에 '지루하다'라는 평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3시간 동안 내가 잘 알지도 못하고, 그렇게 흥미를 갖고 있지 않은 핵무기를 개발한 '오펜하이머'에 대한 일대기를 볼 가치가 있을지 고민해야 했다. 나는 '아니요'라는 답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아니요'가 아니라 '그렇다'라는 답을 선택하면서 오늘 마침내 영화를 3시간 동안 보았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영화 <오펜하이머>는 충분히 3시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서 볼 가치와 재미는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양자역학을 비롯해 오펜하이머와 관련된 여러 사건과 인물을 알지 못해도 영화 <오펜하이머>는 충분히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간첩으로 내몰린 사건부터 핵무기에 대한 고민은 아주 매력적이었다.
영화 <오펜하이머>를 본다면 이론적으로 불가능해 보여도 실험을 한다면 이론과 달리 실제로 가능할 수도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원자폭탄의 기술이 되는 핵융합과 핵분열도 단순히 수학적으로 계산했을 때는 불가능해 보였지만, 직접 실험을 해보았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 판명이 되면서 물리학에는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문이 활짝 열린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한 무기로서 핵분열을 이용한 폭탄을 만들기 위한 연구에 들어가게 된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이 과정에서 어려운 이론을 설명하기는 해도 전체적으로 오펜하이머와 그와 관련된 주요 인물들이 겪는 여러 갈등을 묘사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영화를 보는 데에 어려움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인류의 역사가 증명하듯이 기술의 발전은 우리 인류에게 다채로운 문명을 일궈내면서 우리 인류가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 기여를 해온 만큼 많은 희생을 요구했다. 원자폭탄의 개발로 인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던 일본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데에 성공했지만, 평범한 민간인들의 희생은 예상 이상으로 많았다.
영화 <오펜하이머>의 줄거리를 본다면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라는 문장을 읽어볼 수 있다. 이 말은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을 대변하는 동시에 오펜하이머를 비롯한 연구진들이 개발한 핵무기를 가리키는 문장이었다. 우리는 영화 <오펜하이머> 마지막 장면을 본다면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의 대화를 볼 수 있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에서 언급된 세계를 뒤덮을 수도 있는 연쇄 반응은 처음 계산했던 것과 달라도 확실히 일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부터 시작해서 최근에 핵무장을 원한다고 알려진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의 여러 나라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그렇다. 한국도 일부 정치인들이 일찍이 핵무장을 주장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본다면 오펜하이머가 걱정했던 멈출 수 없는 핵분열로 인한 연쇄 반응은 시작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인류는 제2차 세계대전을 벗어났다고 해도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된 핵무기의 위험성을 알고 있기에 핵무기를 사용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흘려서 위험성이 점점 간과되어 간다면?
어느 나라라고 해도 딱 한 나라가 핵무기를 다시 한번 사용하는 순간 우리 인류는 핵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핵전쟁이 발발한다는 것은 세계를 집어삼킬 규모로 연쇄 반응이 일어나면서 인류를 멸망으로 내몰 수가 있다. 나는 영화 <오펜하이머>를 통해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보면서 그런 미래를 떠올려 볼 수 있었다.
한국의 현직 대통령은 전쟁과 핵무기를 너무 가볍게 여기면서 선제타격, 핵공격 등을 입에 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모습을 보게 되면 참으로 경솔하기 짝이 없어 욕이 저절로 나온다. 나는 한국의 현직 대통령을 비롯해 핵무기에 대한 취급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면서 3시간 동안 고찰을 해보았으면 한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오펜하이머와 그와 관련된 주요 인물들의 갈등을 그리면서 핵무기에 대한 경고를 우리에게 남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주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개인의 몫이겠지만, 충분히 '3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서 볼 만한 영화였다. 화려한 액션은 없어도 그 액션을 대신하는 대서사가 아주 매력적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한 번쯤 영화관에서 영화 <오펜하이머>를 볼 수 있도록 하자. 도무지 3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면… 유해진과 김희선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영화 <달짝 지근해>를 추천하고 싶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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