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관람객에게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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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포스터

 오늘 수요일(9일)을 맞아 정식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아침에 영화관을 찾아보고 왔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롯데 엔터테인먼트의 작품이다 보니 롯데시네마에서 다른 영화를 볼 때마다 줄곧 짧게 광고가 나왔기 때문에 한 번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싶었다. 그렇게 본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사실 조금 애매했다.

 

 이 영화는 한반도에 대대적인 지진이 발생하면서 많은 아파트와 주택이 붕괴한 절망적인 사건을 무대로 하고 있다. 지진을 통해 많은 건물이 무너졌음에도 박서준과 박보영이 거주하는 황궁 아파트는 건물 중 일부가 피해를 입기는 했어도 멀쩡하게 서 있었다. 덕분에 추위를 피하기 위해서 외부 사람들이 이곳 황궁 아파트로 향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두 "다 같은 사람이니 우리가 배려를 해야 한다."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아파트 내부에서는 외부인과 내부인이 섞여서 지냈다. 하지만 아파트 외부인으로 인한 사건 사고의 발생이 잦아지자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외부인들을 내쫓아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게 영화의 포인트다.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 아파트 입주민 명단에 있지 않은 사람들을 내쫓아야 한다는 의견이 커졌지만, 감히 누가 그것을 직접 주도하기는 쉽지 않다 보니 모두 눈치만 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 입주민 회의에서 입주민 대표로 이병헌이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어쩌다 보니 선정이 되면서 이병헌은 주민 대표로서 모든 궂은 일에 앞장서게 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사람은 도덕적이지 못한 일을 할 때 혼자서는 그 죄책감을 크게 가지는 법이지만, 무리 지어서 단체로 행동할 때는 죄책감이 옅어지는 법이었다. 더욱이 자신은 그저 따르기만 했을 뿐이라는 변명을 할 수 있는 입장에서 누군가가 총대를 메고 앞으로 나선다면 죄책감은 더 옅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모든 책임은 주민 대표가 지기 때문이었다.

 

 비록 자신이 먼저 주민 대표가 되겠다고 주장하지 않았어도, 주민 대표가 된 이병헌을 중심으로 황궁 아파트는 외부인을 몰아내는 가운데 철저하게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서 자원을 공평하게 배분한다. 단, 여기서 '공평하게 배분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균등하게 배분을 하는 게 아니라 공헌도에 따라서 조금씩 차등을 두고 배분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아무도 큰 불만을 가지지 않았지만, 아파트 밖에서 다양한 자원을 찾아 가지고 오는 방범대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이나 어떤 기술이 없는 사람들은 받는 양이 적다 보니 조금씩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런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어중간한 선의와 정의를 가진 사람들의 행동을 이용하게 되면서 견고했던 조직은 금이 가기 시작한다.

 

 조직에 생기기 시작한 금을 파고 들기 시작한 인물이 바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방범대 대장으로 활동하는 박서준의 아내 박보영이다. 박보영은 간호사 출신이다 보니 마치 나이팅게일처럼 헌신적인 봉사와 정의를 주장하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 아파트 외부 사람들을 사지로 내모는 현 상황을 못마땅해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아파트 주민 조직을 바꾸기 위해서는 대표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박보영은 이병헌의 비밀을 알고 있는 한 소녀와 힘을 합쳐 이병헌의 정체를 폭로하면서 아파트 주민 조직 자체를 송두리째 흔든다. 아무리 단단한 조직이라도 내부에서 틈이 벌어진다면 외부에서 비집고 들어올 절호의 기회가 되는 법이다.

 

 박보영으로 인해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면서 뒤숭숭해진 상황을 노리고 배신자 한 명이 외부 사람과 함께 아파트의 바리케이드를 무너뜨리면서 외부 사람들이 침입해 온다. 이로 인해 벌어진 아파트와 자원을 지키려는 주민들과 아파트와 자원을 뺏으려는 외부 사람들의 싸움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그려진 최후의 싸움이다.

 

 이병헌을 중심으로 정해진 질서에 따라 행동할 때는 견고했던 조직이 어중간한 선의와 정의를 외치고자 했던 박보영 한 사람으로 인해 모두 산산조각이 나버린다. 박보영의 행동은 이병헌을 대표로 내세워 책임을 전가했던 사람들이 반성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대신, 아파트 주민들이 살았던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게 된다.

 

 처음 해당 장면을 볼 때는 누군가가 "이러다 다 죽어!!"라며 누군가 외치면서 싸움을 말리고, 모두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가 끝날 것 같았다. 하지만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아비규환이 된 황궁 아파트에서 이병헌은 끝내 죽음을 맞이하고, 가까스로 탈출하는 데에 성공한 박보영과 박서준의 뒤를 쫓는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간신히 탈출했어도 사람들이 뒤엉켜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이 벌어졌을 때 부상을 입은 박서준도 끝내 목숨을 잃어버린다. 박서준의 죽음을 힘 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박보영은 이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녀가 어쭙잖은 선의와 정의를 외치는 바람에 그동안 박서준이 갖은 노력으로 지키고자 했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박보영은 모두 함께 차별 없이 살아가는 세상을 바라면서 이병헌을 타도하고자 했지만, 그 결과로 자신의 소중한 남편인 박서준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보금자리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모든 걸 잃어버린 아파트 밖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한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권선징악의 결말도 아니고, 아파트에서 모두 힘을 합쳐 살아가면서 구조대를 만나는 모습이 그려지는 결말도 아니었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는 모두 흠잡을 곳 없이 훌륭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지만, 그 몰입한 이야기가 이도저도 아니다 보니 마지막에는 의문만이 남았다.

 

 도대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보여주려고 한 건 무엇일까? 이병헌이 마지막에 한 소녀를 보며 말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걸까? 박보영처럼 어줍잖은 선의와 정의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까? 아니면, 박보영처럼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불의가 아니라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는 걸까?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자세한 건 직접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고 나서 생각해 보도록 하자. 이 영화는 8월을 맞아 본 영화 <더 문>, <밀수>, <비공식작전>, <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 중에서 가장 최악에 가까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배우들의 열연은 돋보였지만 이야기는 도무지 주제를 잡을 수가 없었다. 만약 질문을 던지고자 했던 영화라면 그건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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