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맛집 포인카츠에서 먹은 특등심카츠 후기
- 여행/국내 여행기
- 2022. 9. 22. 07:04
지난주에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한 행사장을 둘러보기 위해서 해운대를 찾았다. 그런데 행사장에서 볼 수 있었던 전시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의 전시라 행사장을 조금 일찍 나왔는데, 덕분에 당초 해운대를 방문한 제2의 목적으로 두고 있던 해운대 돈가스 맛집 포인카츠의 오픈 시간에 맞춰 매장을 찾을 수 있었다.
해운대 4번 출구에서 해리단길로 건너가 조금 걸으면 만날 수 있는 해운대 돈가스 맛집 포인카츠는 가게의 입구에 커다랗게 '포인카츠'라는 간판을 달고 있지 않다. 옛날에는 분명히 주거용 주택으로 사용했을 다세대 주택의 1층에 포인카츠가 위치해 있는데, 간판은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초록색 배경에 흰색 줄 다섯 개가 그어져 있는 게 전부다.
만약 가게 앞에 비치된 배너와 유리창에 붙은 'F.O.I.N KATSU'라는 단어를 보지 못했으면 가게 앞에 왔어도 가게를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 요즘에는 많은 맛집이 가게에 이름을 간판에 크게 써서 붙이기 보다 이렇게 일부러 수고를 들이지 않으면 가게를 찾지 못하는 형태로 숨겨놓은 듯하다. 진짜 맛집은 늘 숨겨져 있다는 그런 의도가 있는 듯하다.
포인카츠의 메뉴는 크게 돈가스 정식과 카레 정식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돈가스 정식을 본다면 가장 먼저 한정수량으로 판매되는 포인카츠 정식과 특등심 카츠 정식 두 가지 메뉴를 대표로 등안심모듬카츠, 등심카츠, 안심카츠 총 다섯 가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카레 정식은 등안심카레 정식, 안심카레정식, 등심카레정식 세 개다.
메뉴가 나누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냥 특등심카츠, 등심카츠, 안심카츠 세 개의 메뉴를 중심으로 해서 돈가스를 중심으로 먹는 세트와 카레를 곁들여 먹는 세트라고 생각하면 구분이 쉽다. 가게는 메뉴판이 따로 있지 않아 포스기를 통해 메뉴를 하나씩 사진을 찍다 보니 영 보기 싫은 내 모습이 사진에 함께 비친 것이 살짝 아쉽다.
아무튼, 나는 이때 등심카츠와 안심카츠를 포함해 사이드 메뉴를 함께 먹을 수 있는 포인카츠 정식과 그냥 맛있는 고기(지방+등심+가브리살)로 만들어진 특등심카츠 두 개 중 뭘 먹을지 고민하다 구성이 복잡한 포인카츠 정식보다 하나의 돈가스에 집중할 수 있는 특등심카츠를 주문하기로 했다. 역시 특등심은 놓칠 수 없었다고 할까?
돈가스를 주문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내가 주문한 포인카츠의 특등심카츠가 나왔다. 돈가스를 보자마자 나는 이미 먹기 전부터 '와, 이거 진짜 맛있겠다 ㅋㅋㅋㅋ'라며 입꼬리가 승천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블로그에 업로드하기 위해 찍은 위 사진만 보더라도 돈가스가 정말 이렇게 맛있어 보일 수가 있나 싶어 군침이 돌 정조다.
특등심카츠는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먹음직스러운 모습으로 다섯 개의 조각으로 제공된다. 하지만 가게에서는 돈가스를 자를 수 있는 도구인 포크와 나이프를 제공하고 있지 않고 있는데, 평소 돈가스를 작게 잘라서 먹는 것을 좋아하거나 돈가스를 먹을 때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해서 자르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다소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런데 요즘 돈가스 맛집으로 유명한 돈가스 전문점은 대체로 다 포크와 나이프를 제공하기보다 부드러운 육질에 자신을 내비치는 듯이 젓가락만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 이것도 과거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볼 수 있었던 연돈이 쏘아 올린 돈가스 맛집의 조건이 되어버린 듯한데… 그냥 나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웃음)
실제로 포인카츠의 특등심카츠는 돈가스의 고기 식감이 무척 부드러워 다소 구강구조가 베어 먹는 데에 적합하지 않은 나도 잘 베어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돈가스와 함께 받을 수 있는 양배추 샐러드의 유자 소스도 맛있었고, 돈가스를 함께 제공되는 기본적인 소스, 소금, 겨자, 와사비 네 가지를 이용해서 마지막 한 입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이렇게 특등심카츠를 맛있게 먹었다 보니 주문하지 않은 포인카츠 정식이 괜스레 더 궁금해졌다. 일단 특등심카츠에도 등심카츠가 들어가 있기에 등심카츠의 맛은 충분히 추측해볼 수 있었지만, 조금 더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라고 하는 안심카츠의 맛과 함께 카츠산도, 그리고 '스카치 에그'라는 들어보지 못한 사이드 메뉴도 한번 먹어보고 싶었다.
당시 오픈 시간에 맞춰 가게를 찾은 여러 손님들 중에서 나 혼자 특등심카츠를 주문했고, 나머지 분들은 모두 포인카츠 정식을 주문한 것을 주방에 들어온 주문을 전달하는 점원 분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만큼 포인카츠를 찾는 사람들이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포인카츠 정식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 괜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벡스코에서 열리는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 사전 예약을 해두었기 때문에 다시 해운대를 찾았을 때 포인카츠를 찾아 그때는 포인카츠 정식에 먹어볼 생각이다. 일일 한정수량 메뉴이다 보니 저녁 시간에 방문하면 포인카츠 정식을 먹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아, 아마 또 점심시간에 맞춰 포인카츠를 찾아 일찍 주문을 해야 할 듯하다.
그렇게 특등심카츠의 모든 것은 만족스러웠던 포인카츠였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게의 스피커에서 들리는 락인지 알 수 없는 시끄러운 음악이었다. 처음 매장에 들어와 앉아있을 때부터 귀가 찢어질 듯한 음량으로 들리는 시끄러운 음악은 계속해서 거슬렸는데, 돈가스를 먹는 동안에도 몇 번이나 음악이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정말 돈가스가 맛이 없었다면 '아이, 젠장 오늘 망했네'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을 수준이었다. 음악에 대한 취향은 각자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음식을 먹는 음식점에서 흘려 나오는 음악은 사뭇 조용하거나 차분한 음악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시끄러운 음악은 술집 같은 데에서나 어울리지, 돈가스 집에서는 어울리지 않았다.
어디까지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지만, 나는 술집이 아닌 음식점은 시끄러운 음악이 아니라 조용하고 차분한 클래식 음악이나 재즈 음악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포인카츠에서 먹을 수 있었던 특등심카츠는 나무랄 데가 없었지만, 음악 하나만큼은 돈가스를 먹기 전부터 시작해 돈가스를 다 먹을 때까지 몇 번이나 짜증이 나게 했다.
그 점을 제외한다면 해운대 포인카츠는 해운대를 찾을 때마다 재차 가게를 찾아 돈가스 메뉴를 하나씩 다 먹어보고 싶은 그런 가게였다. 다시 말하지만, 음악은 어디까지 개인 차이가 있어 내 의견이 절대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술집이나 바 같은 곳이 아닌 평범한 음식을 먹는 곳의 음악은 조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도 돈가스는 정말 맛있었는데… 음악은 너무 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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