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봉하마을 깨어있는 시민 문화 체험 전시관 방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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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1일을 맞아 김해 봉하마을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은 '깨어있는 시민 문화 체험 전시관'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이곳은 이름 그대로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가 자리 잡는 데에 기여한 깨어있는 시민들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념관인 만큼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지난 토요일에 마침 비도 오지 않는 데다가 시간이 되어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

 깨어있는 시민 문화 체험 전시관의 무료가 아니라 유료이기 때문에 일정 금액의 관람료를 지불해야 한다. 체험관 내부로 들어간다면 무인 발권기를 통해 개인, 김해시민(신분증 소지자에 한함), 단체 중 하나를 선택해서 관람료 지불을 할 수 있는데, 김해 시민이라면 관람료 50% 할인을 받을 수 있으니 꼭 신분증을 지참해서 찾을 수 있도록 하자.

 

 굳이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더라도 관람료는 비싸지 않다. 어른 기준으로 2천 원, 어린이 기준으로 1천 원이 하기 때문에 전시관 관람을 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관람료를 받지 않는 게 더 사람들이 발걸음을 옮길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지만, 나는 이런 곳은 꼭 관람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전시관의 관람료는 그만큼 전시관의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관람료가 없다고 해서 절대 가치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관람료를 지불하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주의 깊게 전시관을 둘러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금 더 성숙한 관람 태도를 기대할 수 있다. 해외의 유명 관광지와 전시관은 그런 이유로 높은 관람료를 책정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방영되고 있는 <톡파원 25시 29회>를 본다면 거의 모든 전시관과 기념관, 관광지가 꽤 비싼 관람료를 받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패널들 사이에서도 경복궁과 국립박물관 등의 관람료가 너무 저렴하다면서 가격을 높여서 조금 더 문화재에 대한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관람료는 바로 그런 의미라고 생각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

 1층에 위치한 전시관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티켓에 있는 QR 코드를 찍고 입장을 해야 한다. 기념관에 입장을 한다면 '1946년 9월 1일 노무현은 태어났다 Born on 1 September 1946'이라는 글자가 적힌 벽을 돌아 본격적으로 관람을 시작할 수 있는데, 이곳의 이름이 '깨어있는 시민 문화 체험 전시관'인 만큼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왼쪽 벽면에서는 연도에 따른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이 정리되어 있고, 오른쪽 벽면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오른쪽 벽을 따라 도표를 보다 보면 중간중간에 다양한 전시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곳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중요한 사건의 내용이 정리되어 있거나 기록물이 따로 정리되어 있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

 아마 영화 <변호인>에서 소개가 되었던 군사 정권 시절의 부림 사건과 관련된 내용도 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영화 <변호인>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역할을 맡았던 배우 송강호 씨가 "국가가 뭔지 몰라?"라는 호통에 "압니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라고 외치는 장면.

 

 이 장면을 다시금 전시실을 통해 보니 괜스레 또 가슴이 뜨거워졌다. 오늘날 새롭게 대통령으로 선출된 인물은 선거 과정부터 "국민이 있어야 국가가 있다"라는 민주주의의 초석과 달리 "국가가 있어야 국민이 있다"라고 말하며 제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었을 때 집무실 이전부터 시작해서 모든 걸 마음대로 하고 있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라는 말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는 이유는 다시금 우리 정치와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를 했던 그 시간 동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급격히 성장하면서 유럽과 미국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잃은 이후 우리나라는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겪었을 뿐만 아니라 박 모 씨에 의해 국격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다행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다시금 나라를 정상궤도에 올리나 싶었지만, 코로나에 대처만 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임기가 끝나면서 우리는 다시금 제왕적인 대통령을 만나고 말았다.

 

 이런 시기이기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을 둘러보며 민주주의의 역사를 돌아보는 건 색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

 그런 생각을 곱씹으면서 전시관을 천천히 걸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를 준비할 때 커다란 화제가 되었던 돼지저금통들이 쌓인 전시실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응원한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시민들이 보여준 열정과 그 마음에 가슴이 웅장해졌다.

 

 정말 이만큼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대통령이 앞으로 있을 수 있을까?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

 돼지저금통이 있는 곳을 둘러본 이후 발걸음을 옮기면 영상으로 만들어진 놀라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실이 있다. 이곳은 사람들의 바람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나무가 된다는 뜻을 담은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데, 잠시 서서 벽면을 비추는 사계절에 따라 변하는 나무의 모습을 보다 보면 '와….'라는 감탄이 자신도 모르게 나오게 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

 다음 전시실을 본다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언론과 싸웠던 그 시간이 기록된 전시물들을 볼 수 있다. 아마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언론의 갈등은 당시 대통령으로서 볼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은 임기 동안이 아니라 퇴임한 이후에도 지독하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괴롭혔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시간이 지나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진보 정치인들을 괴롭히는 데에 여념이 없었고, 현 대통령을 향해서는 쓴소리조차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는 상태로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다. 이번에 윤 대통령이 영국을 찾아 영국 여왕 조문을 하지 못한 모습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이었다면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들었을 거다.

 

 예를 들어 본다면 "나라 망신", "영국에 왜 갔나", "외교 대참사" 같은 자극적인 제목을 이용해서 무능력하다는 것을 한사코 강조하며 정권 흔들기에 나서 야당을 지원하는 듯한 모습. 우리는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을 통해 그 언론들이 어떻게 했는지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애초에 윤 정부는 청와대 인사에 보수 유튜버 출신 인물 혹은 관련 인물을 기용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사코 '자신들이 원하는 말을 내뱉는 스피커'를 키우기 위해 힘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가관인 건 유튜브에서 시작한 가짜 뉴스에 오늘날 분별력이 없는 일부 시민들이 너무나 쉽게 농락을 당하면서 거짓이 진실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시기이기에 언론이 자리를 잘 잡고 참된 언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미 언론은 정치와 마찬가지로 좌우로 갈라진 이후 보이지 않는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을 본다면 언론과 적대한 고 노무현 대통령이 무엇을 했고, 자료 기증을 하지 않은 언론들이 얼마나 스스로 부끄러움을 아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

 그렇게 잠시 분노하는 동시에, 언론의 역할에 대한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고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 서울에서 커다란 성벽을 쌓고 지내는 모 대통령들과 달리 봉하마을에서 찾아오는 시민들을 만나는 모습의 기록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박한 시간은 괜스레 가슴이 절절했다.

 

 하지만 진짜 가슴이 아파지는, 전시를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를 것 같은 기록은 다음 전시실에 있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

 10번 전시관 '너무 슬퍼하지 마라'에 들어가기 전에 볼 수 있는 짧은 영상은 마음을 굳게 먹지 않으면 무심코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영상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인으로서 품고자 했던 이상, 인간 노무현으로서 품고자 했던 바람을 짧게 엿볼 수 있는 영상이 상시 틀어지는 이곳은 어른들만 아니라 아이들도 발걸음을 머무르게 했다.

 

 그리고 마침내 볼 수 있는 '너무 슬퍼하지 마라'라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의 일부가 이름으로 사용된 10번 전시관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서로 남긴 글과 함께 그런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가장 민주주의가 필요했던 시기에 고군분투해 사방의 적과 싸웠던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사람들의 비통함이 느껴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

 10번 전시관을 지나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면 커다란 스크린에 띄워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을 보는 것으로 전시관 투어는 막을 내린다. 1번 전시관부터 10번 전시관을 보면서 우리는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만이 아니라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부단히 애썼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나간 모습을 가슴 깊이 새길 수 있다.

 

 이곳은 절대 한쪽으로 편향된 기록을 전시한 곳이 아니다. 어디까지 객관적으로 왼쪽 벽면을 통해 우리 한국의 역사를 보는 동시에 고 노무현 대통령이 그 수난시대를 살아오면서 어떤 사람으로서 살아왔는지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장차 다음에 봉하마을을 찾는다면, 꼭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을 찾아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욱이 깨어있는 시민 문화 체험 전시관은 시간에 맞춰 평일 기준 11:00 / 14:00 / 15:00, 주말과 공휴일 기준 11:00 / 14:00 / 15:00 / 16:00에 해설자와 함께 전시관을 둘러볼 수 있다. 이 시간을 미리 확인한 이후에 혼자서 혹은 가족끼리, 지인들끼리 둘러보는 것도 대단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선택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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