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봉하마을 깨어있는 시민 문화 체험 전시관 방문 후기
- 여행/국내 여행기
- 2022. 9. 20. 07:11
지난 9월 1일을 맞아 김해 봉하마을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은 '깨어있는 시민 문화 체험 전시관'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이곳은 이름 그대로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가 자리 잡는 데에 기여한 깨어있는 시민들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념관인 만큼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지난 토요일에 마침 비도 오지 않는 데다가 시간이 되어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깨어있는 시민 문화 체험 전시관의 무료가 아니라 유료이기 때문에 일정 금액의 관람료를 지불해야 한다. 체험관 내부로 들어간다면 무인 발권기를 통해 개인, 김해시민(신분증 소지자에 한함), 단체 중 하나를 선택해서 관람료 지불을 할 수 있는데, 김해 시민이라면 관람료 50% 할인을 받을 수 있으니 꼭 신분증을 지참해서 찾을 수 있도록 하자.
굳이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더라도 관람료는 비싸지 않다. 어른 기준으로 2천 원, 어린이 기준으로 1천 원이 하기 때문에 전시관 관람을 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관람료를 받지 않는 게 더 사람들이 발걸음을 옮길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지만, 나는 이런 곳은 꼭 관람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전시관의 관람료는 그만큼 전시관의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관람료가 없다고 해서 절대 가치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관람료를 지불하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주의 깊게 전시관을 둘러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금 더 성숙한 관람 태도를 기대할 수 있다. 해외의 유명 관광지와 전시관은 그런 이유로 높은 관람료를 책정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방영되고 있는 <톡파원 25시 29회>를 본다면 거의 모든 전시관과 기념관, 관광지가 꽤 비싼 관람료를 받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패널들 사이에서도 경복궁과 국립박물관 등의 관람료가 너무 저렴하다면서 가격을 높여서 조금 더 문화재에 대한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관람료는 바로 그런 의미라고 생각한다.
1층에 위치한 전시관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티켓에 있는 QR 코드를 찍고 입장을 해야 한다. 기념관에 입장을 한다면 '1946년 9월 1일 노무현은 태어났다 Born on 1 September 1946'이라는 글자가 적힌 벽을 돌아 본격적으로 관람을 시작할 수 있는데, 이곳의 이름이 '깨어있는 시민 문화 체험 전시관'인 만큼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왼쪽 벽면에서는 연도에 따른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이 정리되어 있고, 오른쪽 벽면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오른쪽 벽을 따라 도표를 보다 보면 중간중간에 다양한 전시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곳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중요한 사건의 내용이 정리되어 있거나 기록물이 따로 정리되어 있었다.
아마 영화 <변호인>에서 소개가 되었던 군사 정권 시절의 부림 사건과 관련된 내용도 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영화 <변호인>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역할을 맡았던 배우 송강호 씨가 "국가가 뭔지 몰라?"라는 호통에 "압니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라고 외치는 장면.
이 장면을 다시금 전시실을 통해 보니 괜스레 또 가슴이 뜨거워졌다. 오늘날 새롭게 대통령으로 선출된 인물은 선거 과정부터 "국민이 있어야 국가가 있다"라는 민주주의의 초석과 달리 "국가가 있어야 국민이 있다"라고 말하며 제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었을 때 집무실 이전부터 시작해서 모든 걸 마음대로 하고 있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라는 말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는 이유는 다시금 우리 정치와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를 했던 그 시간 동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급격히 성장하면서 유럽과 미국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잃은 이후 우리나라는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겪었을 뿐만 아니라 박 모 씨에 의해 국격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다행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다시금 나라를 정상궤도에 올리나 싶었지만, 코로나에 대처만 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임기가 끝나면서 우리는 다시금 제왕적인 대통령을 만나고 말았다.
이런 시기이기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을 둘러보며 민주주의의 역사를 돌아보는 건 색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곱씹으면서 전시관을 천천히 걸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를 준비할 때 커다란 화제가 되었던 돼지저금통들이 쌓인 전시실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응원한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시민들이 보여준 열정과 그 마음에 가슴이 웅장해졌다.
정말 이만큼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대통령이 앞으로 있을 수 있을까?
돼지저금통이 있는 곳을 둘러본 이후 발걸음을 옮기면 영상으로 만들어진 놀라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실이 있다. 이곳은 사람들의 바람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나무가 된다는 뜻을 담은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데, 잠시 서서 벽면을 비추는 사계절에 따라 변하는 나무의 모습을 보다 보면 '와….'라는 감탄이 자신도 모르게 나오게 된다.
다음 전시실을 본다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언론과 싸웠던 그 시간이 기록된 전시물들을 볼 수 있다. 아마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언론의 갈등은 당시 대통령으로서 볼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은 임기 동안이 아니라 퇴임한 이후에도 지독하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괴롭혔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시간이 지나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진보 정치인들을 괴롭히는 데에 여념이 없었고, 현 대통령을 향해서는 쓴소리조차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는 상태로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다. 이번에 윤 대통령이 영국을 찾아 영국 여왕 조문을 하지 못한 모습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이었다면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들었을 거다.
예를 들어 본다면 "나라 망신", "영국에 왜 갔나", "외교 대참사" 같은 자극적인 제목을 이용해서 무능력하다는 것을 한사코 강조하며 정권 흔들기에 나서 야당을 지원하는 듯한 모습. 우리는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을 통해 그 언론들이 어떻게 했는지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애초에 윤 정부는 청와대 인사에 보수 유튜버 출신 인물 혹은 관련 인물을 기용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사코 '자신들이 원하는 말을 내뱉는 스피커'를 키우기 위해 힘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가관인 건 유튜브에서 시작한 가짜 뉴스에 오늘날 분별력이 없는 일부 시민들이 너무나 쉽게 농락을 당하면서 거짓이 진실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시기이기에 언론이 자리를 잘 잡고 참된 언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미 언론은 정치와 마찬가지로 좌우로 갈라진 이후 보이지 않는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을 본다면 언론과 적대한 고 노무현 대통령이 무엇을 했고, 자료 기증을 하지 않은 언론들이 얼마나 스스로 부끄러움을 아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잠시 분노하는 동시에, 언론의 역할에 대한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고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 서울에서 커다란 성벽을 쌓고 지내는 모 대통령들과 달리 봉하마을에서 찾아오는 시민들을 만나는 모습의 기록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박한 시간은 괜스레 가슴이 절절했다.
하지만 진짜 가슴이 아파지는, 전시를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를 것 같은 기록은 다음 전시실에 있었다.
10번 전시관 '너무 슬퍼하지 마라'에 들어가기 전에 볼 수 있는 짧은 영상은 마음을 굳게 먹지 않으면 무심코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영상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인으로서 품고자 했던 이상, 인간 노무현으로서 품고자 했던 바람을 짧게 엿볼 수 있는 영상이 상시 틀어지는 이곳은 어른들만 아니라 아이들도 발걸음을 머무르게 했다.
그리고 마침내 볼 수 있는 '너무 슬퍼하지 마라'라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의 일부가 이름으로 사용된 10번 전시관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서로 남긴 글과 함께 그런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가장 민주주의가 필요했던 시기에 고군분투해 사방의 적과 싸웠던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사람들의 비통함이 느껴졌다.
10번 전시관을 지나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면 커다란 스크린에 띄워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을 보는 것으로 전시관 투어는 막을 내린다. 1번 전시관부터 10번 전시관을 보면서 우리는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만이 아니라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부단히 애썼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나간 모습을 가슴 깊이 새길 수 있다.
이곳은 절대 한쪽으로 편향된 기록을 전시한 곳이 아니다. 어디까지 객관적으로 왼쪽 벽면을 통해 우리 한국의 역사를 보는 동시에 고 노무현 대통령이 그 수난시대를 살아오면서 어떤 사람으로서 살아왔는지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장차 다음에 봉하마을을 찾는다면, 꼭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을 찾아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욱이 깨어있는 시민 문화 체험 전시관은 시간에 맞춰 평일 기준 11:00 / 14:00 / 15:00, 주말과 공휴일 기준 11:00 / 14:00 / 15:00 / 16:00에 해설자와 함께 전시관을 둘러볼 수 있다. 이 시간을 미리 확인한 이후에 혼자서 혹은 가족끼리, 지인들끼리 둘러보는 것도 대단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선택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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