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가보기 좋은 도산 안창호 선생을 기리는 도산근린공원
- 여행/국내 여행기
- 2022. 6. 4. 07:33
오는 6월 6일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뜻을 기리는 현충일로, 우리 일반 사람들에게는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정치계에서는 애국심을 고조시키기 위해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는 날로 자리 잡고 있다. 평범히 하루하루 먹고살아가는 우리에게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라고 말해도 솔직히 말해서 크게 와닿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동안 그렇게 지내고 있었다면 이런 날에 괜스레 사람이 마음이 경건해질 수 있는 장소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서울 압구정에 있는 도산공원 같은 곳이 대표적인 장소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곳을 찾아서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공원을 둘러보다 보면 무심코 깊은 탄식을 내뱉을지도 모른다.
나는 2022 서울 국제도서전을 찾았다가 우연히 발길이 도산공원에 닿았다가 딱 그랬다.
▲ 도산공원(도산근린공원)
당시 나는 근처에 있는 돈가스집을 찾았다가 상당히 대기를 해야 했던 탓에 '주변에 공원이 있던 것 같은데 거기서 잠시 쉬어 볼까?'라는 생각으로 공원의 입구를 찾았다. 그렇다 보니 정문이 아니라 도산공원 동문으로 공원에 발을 들일 수 있었는데, 처음 마주할 수 있었던 공원은 서울 압구정로 한복판에 이런 정원이 있어 무척 신기했다.
괜히 압구정로에 있는 건물들의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이곳에 오는 동안 마주할 수 있었던 어이없는 웃음이 나온 값비싼 차들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처음에 나는 도산공원이 누구를 기리는 공원인지 하나도 모른 채 방문을 했었기 때문에 설마 여기서 우리가 어릴 때부터 역사 교과서를 통해 배운 그 선생님의 이름이 나올 줄 몰랐다.
바로, 도산 안창호 선생님이다.
▲ 도산공원(도산근린공원)
처음에는 '왜 안창호 선생님의 말씀이 적힌 배너가 붙어 있지?'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비교적 동문에서 가까운 공원 중앙으로 가니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동상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는 이때 처음으로 도산 공원의 '도산'이라는 이름이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호를 따와서 지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깜짝 놀랐다.
나무위키를 본다면 도산공원은 1971년 착공하여 1973년 11월 9일에 개장하여 지금까지 유지보수가 되고 있는 공원이라고 말한다. 즉, 오랜 시간 동안 계속 사람들의 옆에서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되는 동시에 우연히 발길이 닿은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공원이 아니라 조금 더 특별한 공간이 되고 있었다.
도산공원(도산근린공원)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동상 근처에는 동상 건립과 관련된 설명이 적힌 게시판과 함께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역사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때부터 나는 가볍게 쉬려고 들어온 마음이 아니라 조금이나마 경건한 마음을 품은 채로 천천히 공원을 둘러보았다.
▲ 도산공원에 있는 도산의 말씀
그리고 공원을 걷다 보면 한 곳에서 '도산의 말씀'이라고 하여 도산 안창호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적힌 비를 만날 수 있다. 여기서 만난 비에 적힌 글은 다음과 같다.
그대는 나라를 사랑하는가?
그러면 먼저 그대가 건전한 인격이 되라.
우리 중에 인물이 없는 것은 인물이 되려고 마음먹고 힘쓰는 사람이 없는 까닭이다.
인물이 없다고 한탄하는 그 사람 자신이 왜 인물이 될 공부를 아니하는가.
긴 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도산 안창호 선생님이 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전해지는 글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정치계에 있어 인물이 없다는 한탄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지만, 사실 우리가 직접 정치에 뛰어들 수 있는 인재가 되려고 마음먹는 일은 쉽게 볼 수가 없다. 애초에 그런 일은 우리 서민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오늘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옅어져 매일 같이 나라를 욕하고, 대통령과 정치인들을 욕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건지도 모른다. 물론, 가진 사람들이나 의식 자체가 다른 사람들은 다르게 살아갈지도 모르는 일이지만(적어도 압구정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까), 평범히 하루하루 먹고사는 우리에게는 거리가 먼 일이다.
그럼에도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글은 가슴 깊이 들어오는 그런 힘이 있었다. 오늘 내가 열심히 공부를 하고 글을 쓰는 이유는 인물이 되려고 하기보다 먹고살기 위해 열심히 발버둥 치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적어도 나는 건전한 인격을 가진 한 사람으로 지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비록 나라에 보탬이 되는 건 아니어도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 도산공원(도산근린공원)
동상과 비가 있는 곳을 따라 조금 더 걸어가면 우리는 도산 안창호 선생님을 기리는 묘와 비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모습만 아니라 그 가족분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으니 천천히 공원을 걸어보기를 바란다. 도산공원은 묘만 아니라 도산 안창호 기념관도 있다고 하는데, 당시에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해 둘러보지 못했다.
다음에 또 서울을 찾게 된다면 이번에는 근처에서 밥을 먹은 이후에 천천히 이곳 도산근린공원을 걸어보면서 내가 보지 못한 공원의 모습을 보고 싶다. 우리가 현충일이라고 해서 조기를 다는 것 외에 특별히 무엇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지만, 현충일이기에 도산근린공원 같은 곳을 걸어보는 건 색다른 시간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만약 주말을 맞아 서울을 찾은 사람이라면,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번 지하철을 타고 부지런히 걸어서 도산근린공원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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