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과자점 마음 가는 대로 장미주와 추억의 여름귤
- 문화/독서와 기록
- 2021. 12. 14. 08:40
지난번에 재미있게 읽은 일본 단편 소설 <만국과자점 마음 가는 대로 >의 두 번째 시리즈가 한국에 정식 발매되었다. 두 번째 시리즈의 제목은 <만국과자점 마음 가는 대로 장미주와 추억의 여름귤>로, 부제로 적힌 '장미주와 추억의 여름귤'은 주인공 소스케와 친구로 지내고 있는 마다라메와 관련된 이야기의 소재였다.
처음 소설 <만국과자점 마음 가는 대로 장미주와 추억의 여름귤>을 펼쳐서 읽기 시작하면 곧바로 마다라메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지난 1편과 똑같이 소스케가 운영하고, 구미가 함께 일하는 만국과자점을 찾아 각자 자신이 원하는 과자를 의뢰하는 여러 단편이 실려있다. 책의 첫 번째 장에서 읽어볼 수 있는 소개글은 이렇다.
무라사키 소스케는 '만국과자점 마음 가는 대로'의 점주다. 30대 초반부터 할아버지에게 이어받은 '마음 가는 대로'를 꾸려나가고 있었다.
후쿠오카 번화가, 덴진에서 전철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색다른 상호명을 가진 이 가게는 다이쇼 시대(1912~1926년)부터 역사를 새기며 동네에 수많은 단골들을 확보하고 있었다. 가게에 찾아오는 부인들 중에는 외모가 수려한 소스케의 팬이 여럿 있었다. 물론 단순히 과자의 맛 때문에 '마음 가는 대로'의 포로가 된 사람 쪽이 다수였다.
오늘은 그런 가게의 소문을 듣고 '주문 예약'을 한 손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소스케는 정월 연휴를 반납하고 출근했다. (본문 8)
할아버지에게 이어받은 가게를 운영하며 소스케는 평범한 과자점이 판매하는 다양한 디저트를 판매하는 동시에 손님들이 원하는 과자를 의뢰받아서 만들어주기도 했다. 만국과자점의 슬로건은 '원하시는 과자는 무엇이든 만들어드립니다'이기 때문에 만국과자점을 찾는 특정 손님들은 각자 사정이 있는 과자를 의뢰하고는 했다.
▲ 소설 만국과자점 마음 가는 대로 장미주와 추억의 여름귤 표지
한 어머니는 사춘기 아이와 거리를 좁히기 위해 특별한 케이크를 주문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한 과자를 주문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추억의 맛을 떠올리며 주문하기도 하는 등 만국과자점을 찾아 주문하는 사람들의 수만큼 다채로운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를 위한 특별히 주문하는 과자에 담긴 그 마음은 단순히 누군가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거나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때때로 그 마음은 한 인물이 껴안고 있는 슬픔을 이겨내길 바라는 그런 응원이 담기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힘들었던 과거를 돌아보면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오늘 읽은 <만국과자점 마음 가는 대로 장미주와 추억의 여름귤>의 부제목에 속하는 '장미주와 추억의 여름귤'은 바로 그런 사정을 가지고 있는 소스케의 친구 마다라메의 이야기다. 여름귤을 싫어하는 마다라메는 여름귤과 관련된 썩 좋지 않은 기억, 어떻게 본다면 일종의 트라우마에 가까운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마다라메의 친구 소스케와 유키에는 그를 배려하면서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만국과자점 마음 가는 대로>에서 읽어볼 수 있다.
"넌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지. 네 발로 확실히."
갑자기 취기가 가신 듯한 유키에의 진지한 얼굴에서 마다라메는 시선을 피했다.
"걸어가고 있어. 야무지게 안 걷고 있는 건 유키에잖아."
"농담으로 돌리지 마. 너한테는 언젠가 말해야지 싶었어."
유키에는 딱 멈춰 섰다.
"옛날 일에 얽매여서 계속 괴로워할 필요는 없어. 사람은 다들 변하니까."
"변했어. 너도 어릴 적의 날 알잖아. 그 무렵의 꼬맹이였던 나랑 지금의 난, 전혀 달라."
유키에의 눈은 마다라메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듯 날카롭게 가늘어져 있었다.
"똑같아. 똑같다고. 넌 지금도 주어진 대로 살고 있는 여전히 나약한 아이라고."
마다라메는 반론하지 않고 시선을 돌렸다.
"마다라메, 어른이 되도록 해. 원하는 건 스스로 손에 넣는 거야." (본문 261)
도대체 마다라메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는데, 그 궁금증은 책의 끝무렵에서 마다라메가 자신의 좋지 않은 과거의 상징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여름귤로 소스케에게 특별한 케이크를 주문하면서 풀어지게 된다. 그 이야기는 직접 소설 <만국과자점 마음 가는 대로 추억의 장미주와 여름귤>을 통해 읽어볼 수 있도록 하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하나부터 열까지 좋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면서도 넌지시 조금씩 언급하며 마지막에 제대로 그린 마다라메의 이야기는 괜스레 더 깊은 여운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마다라메의 이야기 대신 마다라메가 소스케에 주문한 케이크를 먹고 남긴 그 감상을 오늘 글의 마침표로 삼고 싶다.
기억 속에서 어둡기만 했던 집을 여름귤 케이크의 노란색이 등불처럼 밝고 따스하게 비췄다. 둘이서 함께 먹은 케이크는 여름귤의 추억처럼 시고 썼다. 하지만 그것들을 에워쌀 만큼 부드러운 달콤함이 말 없는 식탁을 물들였고, 사람의 마음에 비어 있던 틈을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메워갔다. (본문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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