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깃든 디아블로 2 레저렉션 플레이 후기
- 일상/일상 다반사
- 2021. 9. 30. 08:37
요 며칠 동안 간간이 하던 모바일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 대신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을 플레이하고 있다.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은 디아블로 2의 HD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나와 같은 90년대 생들의 남자들은 아마 해보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운 누구나 CD를 구매해서 플레이를 해보았을 게임이기도 하다.
워낙 추억과 많은 애정이 담겨 있던 게임이기도 해서 디아블로 2 레저렉션 체험판을 할 때는 여러모로 기대되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게임을 플레이해보니 나리를 먹어서 그런 건지 도무지 게임을 오랜 시간 동안 할 수 없었고, 평소 즐기던 모바일 게임과 달리 MMO RPG 형태로 긴 시간 투자가 필요했다.
과거 페이커가 "나이를 먹었더니 게임을 오래할오래 할 수가 없어요"라며 웃으면서 말한 적이 있었는데, 솔직히 나도 페이커와 마찬가지로 나이를 먹을수록 게임을 오래 할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아니, 게임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 데에도 예전 20대와 초기와 달리 30대가 되니까 점점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줄었다.
더욱이 평소 내가 했던 모바일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는 그냥 길어도 2~3분만 집중해서 플레이를 하면 충분한 게임이다 보니 장시간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은 레벨 1부터 차근히 레벨을 올려갈 뿐만 아니라 게임 내의 다양한 스토리 퀘스트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 2~3시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 디아블로 2 레저렉션
처음에는 MMO RPG 게임에서 캐릭터 육성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돈도, 아이템도 아무것도 없어서 굉장히 난감했다. 다행히 먼저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을 시작한 친구가 초기에 여러모로 도움을 준 덕분에 퀘스트도 나름 순탄히 깰 수가 있었고, 돈을 지원해준 덕분에 포션 걱정도 없이 홀로 사냥을 나설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모든 문제가 차근히 해결될 것 같았지만, MMO RPG 게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캐릭터가 끼고 있는 아이템의 성능이다. 이 아이템의 성능에 따라서 레벨이 낮아도 고레벨의 몬스터 혹은 나의 레벨에 맞는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는 속도와 효율성이 판가름 나게 된다. 이 아이템이 굉장히 문제였다.
내가 처음 시작한 '아마존'이라는 캐릭터는 스킬의 숙련도에 의존해 사냥하는 하는 소서리스(원소술사)와 달리 활 혹은 재벌린이라는 무기의 성능의 의존해 사냥을 하는 캐릭터에 해당한다. 현재 내가 끼고 있는 활은 친구가 처음 노말 퀘스트를 깨다가 나온 레어등급의 레벨 10 활로, 퀘스트를 진행할수록 대미지가 나오지 않았다.
▲ 디아블로 2 레저렉션 플레이 장면
디아블로 2 시나리오의 중간 보스에 해당하는 메피토스를 잡을 때 나는 내가 낼 수 있는 최대 대미지에 충격을 받았다. 정말 몬스터의 체력 게이지가 1mm씩 줄어들면서 '하, 이걸 언제 잡지?'라며 어이가 없어서 쓴웃음이 지어졌다. 다행히 과거 중학교 시절 플레이했던 노하우가 몸에 베여 있어서 죽지 않고 메피토스는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 단계로 나아갔을 때 던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네임드 몬스터는 물론, 디아블로를 잡기 위한 첫 번째 간부급 몬스터에 해당하는 이주알을 잡을 때도 포털을 통해 몇 번이나 포션을 사서 열심히 때려서 잡았는지 모른다. 게임을 플레이 하다 보면 적당히 운 좋게 좋은 아이템이 나올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열심히 인벤 디아블로 2 레저렉션 나눔 게시판을 통해 '아마존 활 좀 기부해주세요! 아직 레벨 10때 끼고 있던 활을 끼고 있어요!'라고 게시글을 올렸더니 어떤 친절한 분이 강화를 해놓은 아마존 활을 선물로 주셨다. 덕분에 공격력이 그나마 좀 살아나기는 했지만, 7-28이 9-30 정도로 바뀐 수준이라 큰 차이는 없었다.
▲ 디아블로 2 레저렉션 디아블로 잡는 장면
정말 혼자서 디아블로를 잡는 데에 약 1시간 가량 걸렸던 것 같다. 과거에 했던 플레이대로 디아블로를 잡기 위해서 나름 골똘히 연구를 해서 도전을 해보았지만, 화면 고정이 된 상태로 캐릭터를 이동할 수가 없어서 시야 범위 내에서 유도 화살을 이용해 디아블로의 체력을 깎는 일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당시 화살만 350개가 들어가 있는 통 4개를 소비했을 뿐만 아니라 죽기도 3번이나 죽으면서 정말 그냥 때려치우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디아블로 2를 해보았던 유저로서 디아블로 2 레저렉션에서도 혼자 힘으로 디아블로를 잡아보고 싶어서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함 해보자'라며 도전한 끝에 디아블로를 잡을 수 있었다.
정말 좋은 아이템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되어 있으면 조금 더 게임 플레이가 순조로울 텐데 그렇지 못해서 아쉽다. 아마 오랜만에 '오, 추억의 게임이 새로 나왔군!'이라며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을 시작한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어릴 적에 정말 내가 어떻게 게임을 플레이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
▲ 디아블로 2 레저렉션 바알을 잡는 장면
그리고 디아블로 시나리오 퀘스트의 마지막 보스인 바알은 친구의 도움을 받아서 무사히 깰 수 있었다. 현재 친구는 다른 친구와 함께 헬까지 퀘스트를 진행한 '초고수' 상태이기 때문에 노말에서 바알을 잡는 건 누워서 껌 먹기였다. 하지만 자기 플레이가 우선이다 보니 나이트메어 난이도는 크게 도움을 받을 수가 없었다. (이 녀석...!)
그래서 내가 의존한 건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볼 수 있는 버스다.
▲ 디아블로 2 레저렉션 버스 운영합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 사이에서 '버스'는 진두지휘를 해서 플레이를 이끌어주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디아블로 2에서는 시나리오 퀘스트를 빠르게 클리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버스 기사가 등장했다. 먼저 게임을 시작한 사람들이 빠르게 고렙을 찍을 뿐만 아니라 아이템을 어느 정도 획득하면서 시작한 게 버스다.
종종 무료 버스를 운영하는 사람도 있지만, 위 게시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적정 금액을 받은 이후 시나리오 퀘스트를 빠르게 클리어해주는 유료 버스를 운영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어젯밤에 6천 원의 금액을 지불해서 나이트메어 시나리오 퀘스트를 레벨 상한선이 있는 바바리안 삼형제 전까지 모두 클리어할 수 있었다.
차후에 나도 장비를 갖추고 레벨을 더 올리게 된다면 이런 버스나 운영해볼 생각인데, 아직은 갈 길이 너무나 먼 것 같다. 아니, 레벨이 36인데도 아직 레벨 10 아이템을 끼고 있으니 대미지가 나오지 않을 뿐더러 내 레벨에 맞는 사냥터에 가서도 제대로 사냥을 할 수가 없어서 레벨도 안 오르고 템도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
역시 MMO RPG는 이 고통스러운 모든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유일한 승자이지 않을까? (웃음)
오랜만에 플레이해본 MMO RPG 게임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은 처음에 30분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힘들어서 도무지 플레이를 장시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게임 플레이 시간을 축적해 나가다 보니 점점 몸이 익숙해지기 시작해 1시간을 넘어서 2~3시간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가고 있었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었다.
부디 오늘은 게임에서 득템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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