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 시즌3 최종 결말이 남긴 의미
- 문화/문화와 방송
- 2021. 9. 11. 10:04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서 방영된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리즈가 마침내 시즌3 14화를 끝으로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드라마의 내용에 있어서는 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해석하기 어렵지만,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인물들의 욕망에 대한 극단적인 묘사가 갈등을 일으키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특히 매회 방송이 끝날 때마다 볼 수 있는 충격적인 엔딩은 사람들이 "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이거 실화야?"라면서 다음회에 대한 호기심을 감출 수 없게 했다. 덕분에 유튜브에서도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숨겨진 복선 찾기 혹은 벌어진 사건 속의 속임수를 찾는 등 '내가 바로 명탐정 코난이다!'라며 갖은 추리가 난무했다.
그런 추리가 맞아떨어진 적도 있지만, 과정은 모두 어긋나 사실상 작가의 의도는 맞출 수 있어도 정교한 내용은 맞출 수 없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리즈는 TV로 방영되는 내내 사람들 사이에서 '개연성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다'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전개가 급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펜트하우스 시즌1> 만큼은 충분히 그런 개연성을 잘 갖춘 상태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너도 나도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성공을 바라는 오윤희가 딸에 대한 욕심으로 민설아를 죽인 것을 계기로 하여 그녀와 관련된 모든 인물이 무대 위로 본격적으로 소환되며 심수련을 중심으로 한 복수의 1막이 올랐다.
▲ 펜트하우스 심수련
복수의 1막에서 최종적으로 승리를 거둔 인물은 심수련도, 로건 리도 아닌 바로 주단태였다. 주단태는 자신의 모든 것을 손에 넣은 이후로 천서진을 통해 청아 재단까지 눈독을 들이면서 서서히 숨기고 있던 자신의 욕망을 천서진에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2>는 천서진과 주단태의 갈등이 터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갈등이 시작된 것은 서로가 서로에 대해 숨기는 비밀이 늘어나는 동시에 경쟁 대상이 되면서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자신들에게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 오윤희와 심수련, 로건 리에게 약점을 노출하기 시작하면서 한판 뒤집기로 승부를 내주는 듯한 모습(감옥에 투옥되는)을 보여주면서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 2>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펜트하우스>는 여기서 곱게 끝나지 않았다. 감옥에 투옥되어 있어야 할 주단태가 바깥으로 나와 심수련을 찾아온 로건 리를 폭탄으로 테러를 감행해 목숨을 빼앗는 듯한 장면으로 시즌 2 엔딩을 그렸다. 이 미친 엔딩에 사람들은 '도대체 주단태가 어떻게 나온 거야?'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시즌 3에 대한 호기심을 폭발시켰다.
▲ 펜트하우스 노인 분장 주단태
주단태가 감옥에서 나와 로건 리에게 폭탄 테러를 일으킨 세세한 내막은 시즌3에서 볼 수 있었다. 그는 감옥에서 나오기 위해서 하윤철과 이규진을 이용해 판을 짠 이후 목숨이 오갈 수 있는 위험 상황에 도박을 걸었던 거다. 그렇게 주단태는 자신의 모든 죄를 로건 리에게 뒤집어 씌우면서 화려하게 복귀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했다.
주단태를 필두로 시즌2에서 법으로 벌을 받은 모든 이가 빠르게 출소하면서 세 번째 복수 혈전의 막이 올랐다. 지난 시즌2에서 볼 수 없었던(정확히는 마지막에 등장하기는 했지만) 새로운 인물 백준기가 주단태의 비밀을 들고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재차 지지부진한 전개 속에서 숨겨져 있던 비밀이 드러나며 판이 조금씩 뒤집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판이 완전히 뒤집어지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심수련과 로건 리는 위험을 겪으면서도 주단태와 천서진을 확실하게 벌하기 시작했다. 주단태는 자신의 상징이기도 한 헤라팰리스와 목숨을 함께 했고, 천서진은 마지막까지도 조기 치매 연기를 하면서 미꾸라지처럼 법의 심판을 빠져나가기 위해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천서진을 무너뜨린 것은 지난 시즌1이 종영될 때부터 누누이 내가 이야기했던 대로 바로 하은별이었다. 딸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천서진은 하은별의 증언으로 외통수에 몰렸고, 하은별이 자신을 위해 겹겹이 쌓아온 천서진의 죄에 대한 대가를 받기 위해서 법정에서 과감한 시도를 하면서 천서진이 모든 걸 인정하게 만들었다.
▲ 펜트하우스 천서진
결국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오윤희, 심수련, 천서진 세 사람은 모두 자신의 딸을 위해서 시작한 복수가 막을 내리면서 끝을 맞이할 수 있었다. 이 세 사람이 자신의 딸을 위해 한 모든 행동이 주단태라는 거대한 악을 끌어들였고, 주단태에 대항하기 위해서 로건 리라는 거대한 선이 등장해 선악 구도가 완전하게 잡혔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는 진행되는 동안 판이 몇 번이나 뒤집어지면서 승자를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마지막 회에서도 우리는 끝까지 누가 최종적인 승자가 될지 알 수가 없었는데, 결말을 본다면 사실상 승자는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야기를 이끌었던 오윤희, 심수련, 천서진 세 사람 모두 그 명을 다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펜트하우스 3> 최종 결말이 보여준 건 사람이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악행을 반복한다면 언젠가는 죄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심수련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피해자였던 유일한 인물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복수를 위해서 계획을 추진하는 동안 너무 많은 사람을 잃게 되면서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 드라마 <펜트하우스3 13회>를 보고 나서 마지막에 나는 심수련이 스스로 떨어졌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실제로 심수련은 스스로 떨어진 게 맞았다. 하지만 그 이유가 내가 예상했던 천서진이 외통수에 몰리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죄에 대한 대가를 받기 위함이었다. 내 예상도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셈이다.
원래 로건 리는 심수련과 함께 천서진을 벼랑 끝으로 내몰면서 절벽으로 추락할 가능성까지 예상해 모든 준비를 해놓았다. 그러나 마지막에 심수련이 다른 선택을 하면서 로건 리의 계획은 틀어졌고, 심수련은 그렇게 자신의 파란만장했던 생을 마무리하면서 자신이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었던 친딸 민설아의 곁으로 떠나고 말았다.
▲ 민설아와 심수련
어떻게 본다면 그 누구도 행복해지지 못한 결말을 보여준 <펜트하우스 3 14회>라고 말할 수 있지만, 어른들은 자신들의 죄를 가지고 싸우는 모습을 통해 아이들에게 커다란 교훈을 남겼다고 말할 수도 있다. 자신들이 저지른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하며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사람이 되는 데에 치른 대가가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님의 목숨이라는 게 너무 큰 대가인 것 같지만, 다른 말로 한다면 사람은 결국 '극단적인 경험'을 하지 않는 이상 쉽게 달라질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하은별이 자신의 어머니 천서진이 저지른 죄에 대한 무게를 알지 못했다면 과연 그렇게 바뀔 수 있었을까?
하은별과 마찬가지로 마지막까지 주책바가지였던 주석경 또한 심수련의 헌신적인 모습이 없었다면 절대 바뀔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모두 어른들이 만든 환경 속에서 적응해 살아가면서 어른들을 닮아가기 마련이다. 주석경은 주단태를, 하은별은 천서진을 닮아가면서 작은 악마로 성장해나가며 사실상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물론, 그 두 사람만 아니라 배로나를 만나기 전의 주석훈도 작은 주단태나 마찬가지였고, 제니와 이민혁도 예외 없이 딱 욕심 많고 이기적인 부모님과 닮아 있었다. 그들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민설아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죄를 짊어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반성하고 후회하고 성장하는 모습이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그린 주제 중 하나였다.
죄의 대가는 더디지만 언젠가는 찾아오는 법이다. 어른들은 자신의 욕심을 위해 죄를 저지르다 모두 각자의 벌을 받으면서 누군가는 변하면서 다른 삶을 살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변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고, 누군가는 죄를 뉘우치며 죽음을 맞이했다. 아이들은 그런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어른으로 성장항 아이들도 죄의 무게를 알았다.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최종 결말을 통해 보여준 것은 죄를 짓고 살면 벌을 받는다, 그러니 죄를 짓지 말고 살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고의적으로 죄를 저지르게 된다면 언젠가는 죄에 대한 대가를 달게 받게 된다는 경고다. 전개와 결말에 갖은 논란이 있었지만 나는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보여준 그 경고는 확실하게 전해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람은 절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변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단지,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대가를 알고 뉘우치는 시간은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오늘의 내가 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오늘 죄를 짓지 말고, 내가 저지른 죄가 있다면 깊이 후회하고 반성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자. 그게 사람이 되는 정도(正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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