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면 알라딘 중고서점 기행기
- 여행/국내 여행기
- 2021. 5. 21. 08:37
내가 대학에 다닐 때는 종종 대학에서 돌아올 때 곧바로 집으로 오는 게 아니라 조금 더 멀리 있는 서면까지 가서 중고 서점을 몇 번이나 방문했다. 내가 집에서 가지고 있다가 더는 읽지 않게 된 책을 팔기도 하고, 조금 읽어보고 싶거나 참고하고 싶은 책이 있을 때는 새로 구매를 하는 게 아니라 중고로 책을 사기도 했다.
원래 가장 자주 방문했던 곳은 바로 부산 서면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이다.
현재 부산 알라딘 중고서점 서면점은 기존의 위치에서 옮겨서 동보프라자 건물 2층과 3층에 있는데, 이게 또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어서 책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더욱이 알라딘 브랜드는 홈페이지에서도 책 외에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오프라인 서점을 가더라도 여러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오랜만에 가본 알라딘 중고서점 서면점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 알라딘 중고서점 서면점은 이전 확장을 하기 전보다 규모가 커졌을 뿐만 아니라 구비하고 있는 중고 도서의 양도 훨씬 더 많아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책들은 최근에 판매된 책들보다 대체로 조금 예전에 발매된 책들이 많다. 그 책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우리 사회가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이미 많은 사람의 책장에서 폐기물이 되어버린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비롯해서 시대가 변해도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재테크 도서는 '돈 절약하기'에서 '주식 투자하기', '코인 투자하기' 등으로 카테고리를 옮기면서 지금 가장 핫한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물론, 그 책을 쓴 사람들과 읽은 사람들이 성공했는지는 미지수다.
▲ 나도 상당히 많은 재테크 도서를 읽으면서 대학생 때부터 재테크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대학생 재테크로 할 수 있는 선은 어디까지 내 돈의 사용처를 분명히 해서 조금씩 절약해 작게 모으는 일 뿐이었고, 다른 재테크 도서들은 모두 월 수입이 최소 500~1000만 원 단위로 시작하고 있는 책들이 대부분이라 솔직히 현실성이 없었다.
그렇게 월 500~1000만 원 단위의 돈을 기존부터 버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돈을 모을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어느 정도 절약을 해도 넉넉하게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나처럼 월 수입이 100만 원 언저리에서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은 솔직히 절약해도 절약할 수 있는 수준이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매달 빚이 없으면 다행인 수준이다.
여러 재테크 책을 읽다 보면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도 있었지만, 전혀 내가 실천할 수 없는 방법이 8할을 차지하고 있어서 가장 쓸모 없는 책 중 하나가 이제는 재테크 책이라고 난 생각한다. 우리가 재테크 책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건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지, 이 저자가 말하는 소득 수준이 얼마인지 아는 거다.
내가 대학생 때 가장 유익하게 읽었던 재테크 도서는 <대학생 재테크>라는 도서로, 대학생이기에 가입할 수 있는 여러 상품과 함께 경제 습관에 대해 잘 모르는 새내기 대학생이 참고할 수 있는 조언이 담겨 있었다. 괜스레 몇 천만 원을 모아서 몇 억으로 불릴 수 있다는 허황한 이야기를 하지 않기도 해서 굉장히 현실적인 책이었다.
뭐, 그렇게 여러 생각에 빠지면서 나는 알라딘 중고서점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 한곳에서는 이렇게 '소방복의 재발견'이라고 해서 소방대원들의 소방복을 활용한 여러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소방복이 지니고 있는 쉽게 훼손되지 않는 튼튼함과 뛰어난 생활방수 등의 소재가 가진 특징을 활용해서 다양항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굳이 지금 당장 필요해서 가야 할 정도로 필요한 상품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 그리고 한 책장을 본다면 '알라디너의 선택'이라고 해서 알라딘 직원들이 뽑은 추천하는 책들이 따로 모아져 있었다. 여기서 볼 수 있는 소설을 비롯해 다양한 카테고리의 책을 훑어본다면, 우리는 어떤 시절에 인기가 있었던 책들을 비롯해 우리가 만난 적이 있거나 읽고 싶었어도 그때 읽지 못했던 많은 책을 만날 수 있다.
그 책들을 중고서점에서 잠시 책장에서 꺼내어 읽어보는 것도 무척 좋은 시간이 될 수 있다. 책을 잠시 꺼내서 읽어보다가 '마지막까지 읽고 싶다'라는 욕심이 든다면 그 책을 중고로 구매해서 집에서 읽으면 된다. 책을 다 읽고 블로그 혹은 인스타그램 등에 짧게 기억할 수 있는 글을 사진과 함께 올리면 적극적인 독서의 완성이다.
그 이후 책을 놓아둘 자리가 마땅히 없거나 몇 번 더 읽어본 이후 이제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다시금 알라딘을 찾아서 중고 도서를 중고 도서로 판매하면 된다. 책은 그렇게 순환하면서 우리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체이기 때문에 나는 중고서점을 직접 찾아서 책을 만나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아마 내가 알라딘 중고서점에 판매한 책만 해도 100여 권이 넘어갈 것이다. 요즘에는 내가 자주 사용하는 예스24도 중고 도서 매입을 진행하고 있고, 똑같이 부산 서면에 오프라인으로 예스 24 중고서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알라딘을 이용할 일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오랜만에 알라딘 중고서점 서면점을 찾아보니 제법 반가웠다.
요즘은 유튜브 편집이다 촬영이다 뭐다 해서 책을 읽을 시간이 너무 줄어버리는 바람에 이 블로그에 도서 후기를 좀처럼 업로드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그 뿐만 아니라 블로그 포스팅 자체를 할 시간이 별로 없어졌다. 다른 블로그에는 하나둘 할 수 있는 선에서 가볍게 글을 쓰고 있는데, 왠지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는 그게 잘 되지 않았다.
돈도 제대로 벌지 못하면서 시간은 더 없는 게 흔히 없는 사람의 현실이라고 말한다. 책을 자유롭게 읽으면서 조금 부담 없이 대학 생활을 했던 그 시절이 참 좋았다는 걸 새삼스레 실감하는 30대의 어느 날, 나는 오랜만에 찾은 알라딘 중고서점 서면점을 걸어보면서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괜스레 슬픈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아 착잡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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