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뇌는 거짓말을 한다
- 문화/독서와 기록
- 2020. 9. 1. 09:35
오늘 우리는 과도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니, ‘정보의 홍수’라는 말도 오래되어서 이제는 잘 와닿지 않는다. 우리는 정보의 해일 속에서 살아가면서 내 의도와 상관없이 언제, 어떻게,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는 시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해야 확실히 와 닿는 느낌이다.
우리가 매일 스마트폰을 통해 이용하는 수많은 SNS 채널과 모바일 포털과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통해 접하는 많은 정보는 이미 우리의 처리 능력을 뛰어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판단 능력을 잃어버린 대중을 향해 가짜 뉴스를 생산해 진실인 것처럼 퍼뜨려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리고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는 광고가 아닌 척 광고를 하는 소위 말하는 뒷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의 판단력을 저해하는 콘텐츠로 소비자를 현혹했다. 이 모든 과정과 결과가 오늘처럼 정보가 해일처럼 들이닥치면서 정보의 사실 여부를 쉽게 확인하지 못하는 사태가 빈번해 벌어진 결과다.
이러한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어떻게 해야 우리는 타지 흐름에 따라가지 않으면 자칫 도태되어 버리거나 죽어버릴 것 같은 정보가 가져다주는 스트레스 속에서 어떻게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가짜 뉴스를 좀 더 명확하게 거를 수 있을까?
나는 오늘 <오늘도 뇌는 거짓말을 한다>라는 책을 통해 그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오늘도 뇌는 거짓말을 한다>라는 책이 독자에게 전하는 것은 우리의 뇌가 어떤 식으로 판단하고, 우리가 어떻게 착각하고, 어떻게 잘못된 기억을 가지고 정당화하게 되는지 과정을 통해 우리가 조금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래의 글은 그 시작 부분에 해당한다.
우리는 정확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의 뇌는 자주 우리를 속이며 이따금 오류를 범하도록 만든다. 우리가 속는 이유는 우리가 어림짐작으로 세계를 설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림짐작이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추론과 예측하는 능력의 핵심이며, 또한 우리의 행동과 생각에 관련된 대부분 반사작용의 중심이기도 하다. (본문 51)
이 글을 읽기 전에는 우리가 잘 아는 착시 효과와 뇌가 하는 기억의 재구성에 대해 읽어볼 수 있다. 오늘날처럼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우리는 매일 같이 많은 광고와 콘텐츠를 접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어제를, 아니 불과 몇 시간을 되돌아보면 얼마나 잘 기억하고 있을까?
나는 글을 쓰기 전에 밥을 먹으면서 시청한 뉴스가 정확히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었는지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았다. 코로나 사건과 함께 아베 총리 사임과 관련된 뉴스를 읽었지만, 정확히 코로나로 인한 여파가 얼마나 나왔고 아베 총리 사임과 함께 새로운 후보로 거론된 인물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이는 우리가 대충 흘겨서 정보를 본 탓도 있고, 우리의 감정에 따라 ‘저 나쁜 놈들’ 혹은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지.’라며 인위적으로 유연하게 정보를 기억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렴풋이 어떤 정보를 접한 건 기억하지만, 그 정보를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해 잘못된 기억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만약 누군가가 이러한 부분을 활용해 가짜 뉴스를 만들고, 우리가 지닌 정치적인 성향 혹은 감정선을 건드리게 된다면 우리는 쉽게 그 가짜 뉴스에 빠지게 된다. 팩트 체크를 제대로 하는 사람은 눈앞에 있는 하나의 기사만 아니라 복수의 기사를 확인하겠지만 대다수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게 바로 오늘날 우리가 가짜 뉴스에 홀리는 이유이며, 현재 한국에서 발생한 전광훈 사랑교회발로 시작한 전국적인 코로나 확산의 이유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이런 가짜 뉴스에 속지 않고 명확하게 진실을 판단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의 편향된 확신이 기울어지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오늘도 뇌는 거짓말을 한다>의 저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책에서 아래와 같이 정리하고 있다.
가짜 뉴스에 속는 이유
어떤 뉴스가 우리의 신념을 견고하게 할 때, 우리는 그 뉴스가 진짜인지 아닌지 알고자 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뉴스를 더 공유하면서 불확실한 가짜 뉴스를 확신시킨다. 예를 들어 내가 기후와 기상은 같은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를 믿지 않는다고 한다면, 나는 2019년 2월 10일 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리트윗하기 쉬운 성향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중략) 가짜 뉴스의 기원이 때때로 여론을 조작하고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면, 가짜 뉴스의 확산은 그 뉴스를 믿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선의로 인한 경우가 종종 잇다. 우리의 생각과 의견, 신념을 굳건히 하는 정보만을 선별하려는 이러한 경향은 널리 알려진 편향 중 하나인 확증 편향이다. 확증 편향은 정치적.종교적 주제에 관해 나타날 뿐만 아니라 별자리와 같은 좀 더 가벼운 주제에서도 나타난다. (본문 100)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않는 법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원 샘 와인버그와 세라 맥그루는 웹 페이지를 읽는 좋은 방법과 나쁜 방법이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보통의 인터넷 사용자와 전문적인 팩트체커를 모았다. 와인버그와 맥그루는 전체 참가자에게 같은 페이지를 읽고 나서 뉴스가 정확한지 혹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지 말해달라고 했다. 실험 결과, 보통의 인터넷 사용자들은 그들 눈앞에 있는 정보의 유효성을 확인하러 가지 않고 그저 창을 훑어보기만 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반면 팩트체커들은 뉴스가 의심스러워 보이면 체계적으로 여러 뉴스 사이트를 열기 시작했다. 실험이 끝나고 팩트체커들은 거의 모든 가짜 뉴스를 선별한 데 비해 보통의 사용자들은 거의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따라서 항상 수직적으로 읽기보다 수평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즉, 한 페이지에서 수동적으로 머무는 게 아니라 다른 창들도 열어보는 것이 좋다. (본문 210)
윗글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가짜 뉴스에 휘둘리는 이유와 가짜 뉴스를 걸러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다. 요즘처럼 누구나 쉽게 수많은 정보에 접근하는 시대에서 가짜 정보와 뉴스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부지런하고 능동적으로 생각하며 신뢰할 만한 출처인지 확인하려는 의심과 욕구가 있어야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점점 글로 된 정보를 읽지 않고,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제목만 보거나 혹은 동영상으로 이루어진 자극적인 정보에 휩쓸리는 경향이 짙다. 다른 말로 하자면 한국 사회는 다른 어떤 사회보다 가짜 뉴스를 활용해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고, 타인의 의도가 개입하기 쉬운 사회라는 거다.
이러한 경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정보 왜곡에 휘말리도록 하는 명백한 목적을 가지고서 사람들이 뉴스에 대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말하도록 만든다. 이는 단순히 가짜 뉴스만 아니라 일부 인플루언서들이 활용하는 방법이기도 해서 때때로 문제가 일어나기도 한다.
어쩌면 이 글을 쓰는 나도 교묘하게 어떤 의도를 글에 숨겨두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의도를 파악하고 뇌가 판단하는 것에 대해 자동 반응이 아니라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기 위해서 우리는 비판적인 추론을 할 수 있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우리는 정보의 해일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오늘도 뇌는 거짓말을 한다>라는 책을 통해 읽어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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